저면관수와 페페이야기
필레아 페페(pilea peperomioides)
작은 개구리들이 점프하며 뛰놀 것만 같은 둥근 잎을 가진 이 친구의 이름은 필레아 페페(-로미오이데스).
통통하고 동그란 잎이 힘차게 뻗은 줄기 끝에 달려있다.
동그란 식물은 정말이지 취향을 저격해 버린다.
(왜인지 모를 동질감. 너도 찐빵 나도 찐빵)
오래 둘러보다 잎이 너무 빽빽하지 않은 친구로 데려왔다.
페페를 구입하던 당시 도매상 사장님께서 수경재배를 권장하셨다. 페페가 수분을 굉장히 좋아하는 식물이기 때문인데, 나는 물갈이를 부지런히 할 수 없는 성격이라 저면관수(底面灌水) 화분에 심어주기로 했다.
저면관수(底面灌水)란, 낮은 곳에서부터 물을 댄다는 뜻으로 화분 아래쪽에 물을 담아서 식물이 필요한 만큼 물을 마시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친수성 높은 식물뿐만 아니라, 물을 얼마나 줘야 할지 몰라 난감한 경우에도 저면관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과습이나 건조로 식물을 보내는 일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다행히 시중에 저면관수 화분이 저렴한 가격에 규격별로 나와 있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다잇소 / 2천원)
* 집근처 다잇소에 저면관수 화분이 없다면 높고 넓은 화분 받침에 물을 채워 담가두는 방식도 가능하고, 2L 생수병과 물티슈로 자체제작도 가능하다.
저면관수로 키우게 되면 화분의 흙은 대체로 촉촉하기 때문에, 물통 부분을 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최근에 부어준 물이 얼마나 남아있는 지를 보고 물이 비어있을 때는 물을 다시 채워준다. 화분 자체가 물에 푹 잠기는 수준이 아니라면 물의 양이 많아도 위험하지 않다. 물만 공급해준다면 식물이 스스로, 딱 필요한 만큼의 물만 마시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저면관수는 필레아 페페에게 너무나 최적처방이었다. 데려올 때만 해도 엄지만 했던 키가 몇 달 만에 폭풍성장해 손 한 뼘 길이가 되었고 모든 잎이 크고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
식물이 알려주는 세상은 참 경이롭고 멋지다.
나만의 생각이나 지식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이끌어가는 것만이 정답이 아님을.
충분히 믿어주고 마음껏 공간을 열어주어, 상대가 스스로 딱 필요한 만큼만 조절하며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 또한 훌륭한 답이 될 수 있음을.
인쁘삐(IN-FP).
1995년에 태어나 24살부터 시작한 공무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직업적성검사를 새로 했더니 개그맨이 나와서 결국 못 그만두고 다니는 사람.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는 욕심이 항상 드릉드릉 가득하지만, 사람 많은 곳은 싫어하는 전형적인 INFP.
먹는 식물은 죄다 죽이고 못 먹는 식물은 세상 잘 키워내는 능력치 애매한 식집사.
직장생활 꽤나 힘들어하고 일도 잘 안 맞는데 나름 또 정년퇴직은 하고 싶어서,
숨을 얕게 쉬며 회사를 다니는 20대 직장인.
어느 날 문득, 도대체 나는 왜 이런 사람인지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동안 마주했던 순간들을 털어놓으며 나를 이해해 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