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수세미 키우기
반가워, 친환경라이프
환경을 오염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어울리는 일, 친환경. 도심 속에서의 식물 생활은 나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친환경으로 이끌어주었다. 맑은 하늘과 비옥한 땅을 위해서라고 하면 좀 거창하긴 하겠지만, 어쩌면 정말 그 때문이었다.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고 미세먼지가 없는 날 창가를 열어 식물들을 바람결에 실어둘 때면 식물의 줄기는 더 단단해지고, 살포시 쌓인 먼지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렇게 친환경 살림에도 조금씩 마음을 쓰기 시작했다. 외출할 때마다 생기는 비닐과 종이가방을 줄이기 위해 여분의 천가방을 챙기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챙기기 시작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만큼 번거롭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번거로움 속에서 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살림도구들도 점차 교체하기 시작했다. 손에 익은 코팅팬과 냄비를 스테인리스팬과 냄비로,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 칫솔로 교체했다. 그러다 친환경 수세미 재배까지 시작하게 되었다. (원래 사용후기여야 했던 것..)
천연 수세미 키우기
천연 수세미를 주변에서 구할 수 없어 결국 택배로 불렀다. 그런데 수세미만 온 게 아니라 (말린 식물이다 보니) 사이사이에 씨앗이 몇 남아있었다. 털어서 버릴 수도 있었지만 나 같은 도심의 식물집사는 씨앗을 보면 발아를 시도하고, 싹이 나면 흙에 심어 일단 키운다.
도서산간 택배비 지불자들은 소량을 주문하지 못하는 법
수세미는 아무 데나 심어도 정말 잘 자란다는 글을 많이 보긴 했지만 이 정도로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랄 줄은 몰랐다. 심어준 흙도 한 번 사용한 흙이었던 데다가 물 때를 놓친 적도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더 놀라운 성장세.
자란다 자란다 (?) 하니까 너무 잘 자라서
시골 본가 야외화분에 옮겨 심게 되었다.
(그리고 더 폭풍성장)
전화선처럼 꼬불꼬불 귀여운 덩굴의 모습.
굉장히 얇지만 끈끈하게 딱 붙어있어서
웬만한 바람도 끄떡없었다.
수세미의 2차 이사. 두 번이나 옮길 생각은 없었는데. 너무 잘 자라다 보니 집 벽면을 다 뒤엎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1층 앞마당으로 다시 옮겨 심고 수돗물로 강력하게 샤워시켰다. (기죽지 마라!)
마당에 심은지 오래 지나지 않아 수세미 꽃이 활짝 피었다. 새파란 하늘에 온전한 노란색의 꽃들이 하나둘씩 피어나는 모습에 괜히 감격한 나란 사람 너무나 F 인간.
수세미는 수꽃과 암꽃이 따로 피어나는 식물로, 수분이 되면 길쭉한 열매가 맺히고 쑥쑥 그 덩치를 키운다.
(바주카포 아니고 수세미..)
뜨거운 여름 햇살에 지지 않으려는 듯 수세미는 정말 주렁주렁 열렸고 세상 튼실하게 자랐다. (무거운 수세미 때문에 지지대가 쓰러질까봐 무려 할아버지가 노끈으로 매어두신 현장이다.)
초록 수세미 열매는 섭취가 가능한데, 주로 약용으로 쓰인다. 천식에 좋다고 하는데 나는 설거지용 수세미 수확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갈색 수세미가 되도록 시간을 두고 자연건조시켰다.
자연건조된 수세미는 껍질을 벗기기만 하면 바로 설거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자연건조되는 동안 수세미의 섬유질이 질겨지고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국산의 경우는 섬유질이 무난한 반면, 외국산은 상당히 질겨서 삶아내는 처리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거친 수세미와,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수확해서 작업한 수세미. 잘 다듬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행복해!
인쁘삐(IN-FP).
1995년에 태어나 24살부터 시작한 공무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직업적성검사를 새로 했더니 개그맨이 나와서 결국 못 그만두고 다니는 사람.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는 욕심이 항상 드릉드릉 가득하지만, 사람 많은 곳은 싫어하는 전형적인 INFP.
먹는 식물은 죄다 죽이고 못 먹는 식물은 세상 잘 키워내는 능력치 애매한 식집사.
직장생활 꽤나 힘들어하고 일도 잘 안 맞는데 나름 또 정년퇴직은 하고 싶어서, 숨을 얕게 쉬며 회사를 다니는 20대 직장인.
어느 날 문득, 도대체 나는 왜 이런 사람인지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동안 마주했던 순간들을 털어놓으며 나를 이해해 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