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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쁘삐 May 10. 2023

15. 누군가 떠나고, 누군가는 남은 자리에

식물의무실 시리즈: 하나가 둘이 되는 마법

와르르 몬스테라
몬 선생님 정신 좀 차려보세요(?)

동물은 떠나며 가죽을 남기고 우리 과장님은 떠나며 '식물로 추정되는 식물'을 남기고 가셨다.


엄밀히 말하자면 완전 유기(?)는 아니다.

과장님이 떠나시는 날에 짐 싸는 일을 돕기는커녕(…) 은근히 지켜보던 자가 치밀한 양도계획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삿날 아침. 과장님께서는 이곳에 오실 때 받으신 무거운 식물은 거들떠보지도 않으셨다. (역시)


그리고 나는 때를 틈타 “저기 저 쓰러져가는 식물(몬스테라) 버리실 거면 제가 가져다 키워도 될까요?”라고 말씀드렸고 과장님은 자신에 방에 있는 식물은 다 갖고 가도 된다(…!)는 다소 극단적인 답을 하셨다.대부분이 난초였는데 이미 난초는 다 죽었고- 내가 돌볼 수 있는 몬스테라와 아몬드 페페만 양도받았다.


이제 하나가 둘이 되는 마법을 시작하지 후후.


절단 직후 / 일주일 후

ㅁ 2월 초

식물의무실의 고전 처치법-소독한 칼로 공중뿌리를 포함한 줄기를 잘라내고 절단면을 잘 말려주었다.

새로 돋아나던 잎. 빼꼼

ㅁ 2월 말

무려 양쪽에서 동시에 새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 몬스테라는 기존의 잎에서 새 잎이 나는 구조지만 생장점을 잘라내면 다른 곳에서 새 잎이 돋아날 수 있는 줄기를 만들어 낸다.

양쪽에서 돋아난 잎에서 다시 잎이

ㅁ 3월 중순

양쪽에서 돋아난 잎줄기에서 진짜 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ㅁ 3월 중순~말

창가 쪽 햇볕 방향으로 잎이 더 잘 올라올 수 있도록 물과 비료를 적당히 주었다.

ㅁ 3월 말

새 잎의 잎끝 부분까지 완전히 드러났다. 거의 다 왔다.


* (참고) 다른 각도에서 찍으면 이러했다.

휘적휘적 훠이훠이(?)

???: 사마귀 앞다리 아닙니다..

(해명 중)


그렇게 사마귀 시절을 지나 4월 5일 식목일이 되었고

.

.

.

ㅁ 4월 5일 식목일

윤기 나는 두 잎이 아침 출근길을 반겨주었다.

누구 하나 앞서지 않고 같은 날 함께 자라주어 더 신기했다


그리고 그 잎들은 5월이 되자 또다시,

몬스테라의 상징인 찢어진 잎을 멋지게 내주었다.


2023.5. 현재 사무실에서 여전히 키우는 중이다.

*치료법: 중간 절단. 적당한 햇볕. 적당한 물. 약간의 비료.


번외 편(절단된 상부 이야기)

몬스테라가 아무리 기어가며 자라는 식물이라지만, 너무 기울어 다 쓰러져가던 중이었기에 상부를 절단했었고 그 상부는 환경이 좀 더 양호한 곳으로 데려가 키웠다.


* 절단 시에는 공중뿌리(기근)를 포함하는 편이 좋다.

절단한 상부 몬스테라

이 분위기 거의 납치

먼지가 많아 씻겨주었다.

PO수돗물 샤워WER

물꽂이로 건강한 새 뿌리의 성장을 유도한 뒤,

새로운 화분에서 멋진 새 잎을 내었다. (짜잔)


인쁘삐(IN-FP).

1995년에 태어나 24살부터 시작한 공무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직업적성검사를 새로 했더니 개그맨이 나와서 결국 못 그만두고 다니는 사람.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는 욕심이 항상 드릉드릉 가득하지만, 사람 많은 곳은 싫어하는 전형적인 INFP.

먹는 식물은 죄다 죽이고 못 먹는 식물은 세상 잘 키워내는 능력치 애매한 식집사.

직장생활 꽤나 힘들어하고 일도 잘 안 맞는데 나름 또 정년퇴직은 하고 싶어서, 숨을 얕게 쉬며 회사를 다니는 20대 직장인.

어느 날 문득, 도대체 나는 왜 이런 사람인지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동안 마주했던 순간들을 털어놓으며 나를 이해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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