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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음 Oct 27. 2023

계속되었습니다

2023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친구를 만나 꽃을 건넸다 환해지는 얼굴을 보며 속삭였다 꽃의 이름 

  그것을 말할 때 나는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가 된다

  내일이면 잊히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친구는 답례하듯 일러주었다 비 꿈을 꾸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다음날 꿈엔 정말 비가 내렸다 동물과 인간이 계속 떠내려갔다

  하지만 내일은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식탁 위 갓 떠놓은 미역국을 아가가 엎었다

  국은 곧장 아가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차가운 물줄기를 아가의 정수리에 허겁지겁 흘려보냈다 괜찮아 아가야 내일이면 나을 거야 아가보다 더 크게 울었다


  친구의 어머니가 감염되었다 집회에는 나가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그 앞에서 굳은 표정이 되었다 어머니는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앉아서 누워서 서서 다시 앉아서 누워서 

  멈추었다


  친구는 내일이란 단어를 삼갔다 잡곡밥을 해서 하루 두 끼 이상을 먹는다고 했다 


  아파트 수도관이 동파된 바로 그날 기사가 났다 비닐하우스에서 사람이 죽었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사람이 살았습니다 바르고 성실한 사람들은 다음날을 위해 뜨거운 물로 깨끗이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화를 내는 사람들은 조금 멀리 있었다


  친구의 생일에는 미역냉국을 만들었다 초대 받은 친구는 한겨울의 냉국을 맛있게 삼켰다 친구는 마지막까지 어머니 얼굴을 보지 못했다


  우리는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순식간에 식사를 끝낸 친구가 일어나 아가를 안았다 이제 좀 편하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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