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석영 Jul 13. 2018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

-학생들과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이유

‘텍스트’라고 하면 보통 ‘기록’, ‘글’ 등을 담은 책을 떠올린다. ‘텍스트’의 사전적 정의는 ‘기호 가운데 특히 구어 혹은 문어 등의 언어로 이루어진 복합체’를 의미한다. 모든 텍스트는 텍스트를 작성한 사람의 의도가 반영되어있으며, 작성자를 둘러싼 사회적 상황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의 텍스트는 크게 드러난 텍스트와 드러나지 않은 텍스트, 즉 서브 텍스트로 구분된다. 텍스트를 다룬다는 것은 표현되어 드러난 부분 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생략되거나 무의식적으로 누락되어있는 서브 텍스트까지 고려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이 과정을 통해 텍스트를 접하는 독자와 텍스트의 작성자는 서로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고, 서로가 있는 시대와 공간을 이해할 수 있다.  


즉,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소리내서 읽거나,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텍스트를 읽어냈다는 것은 그 텍스트가 구성된 세계의 흐름과 상황을 파악했다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다.


텍스트를 읽어내는 능력을 ‘문해력(literacy, 文解力)’이라고 한다. 문해력은 이해뿐만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자신만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때문에 텍스트를 읽어 문해력을 기르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나가는 것과 직결되어 있다. 문해력은 인간이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으며, 현재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또 미래에 나는 어떤 세상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나갈 것인지를 회고와 전망을 통해 성찰하는 능력이다.


그러한 점에서 텍스트 읽기는 인간의 삶을 읽어내는 것이다. 인간의 삶을 읽는다는 것은 공감 능력과 감수성과도 연결되어있다. 이 요소들은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요소들이 결여되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학생들은 ‘인스턴트’ 글과 맥락으로 소통하는 데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각종 SNS의 짧고 헝크러진 문장과 표현, 그리고 자극적인 영상들 속에서 살아간다. SNS의 대화 속에서는 웃음을 나타내는 ‘ㅋ’의 개수가 몇 개인지, 어떤 이모티콘을 쓰는지, 소위 어떤 ‘짤방’을 쓰는지를 보고 상대의 감정을 파악한다. 학생들은 얼굴을 맞댄 삶에 점차 어색해져 간다. ‘ㅋ’와 이모티콘을 구걸하고, 시각적으로 보이는 인스턴트 텍스트들에 물들었다.


여러 SNS는 사람들이 검색한 영상이나 자료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이용해 추천 자료와 영상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서서히 SNS에 접속하여 접하게 되는 ‘추천 영상’을 무의식적으로 클릭하게 된다.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누군가가 제공하는 컨텐츠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상황이 만연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의식을 잃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문해력을 잃어가고 있다. 어떤 대화를 해도,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기 힘들어하고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려 한다. 삶을 바라보지 못하고 순간에 집중한다. 사실 교사인 나도 이런 학생들의 모습의 원인을 생각하기보단 답답함, 심지어는 분노를 먼저 내비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 가장 기초적인 교사인 나와 학생과의 관계는 오해와 분노, 증오의 악순환에 빠지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텍스트를 읽는 것은 결국 관계와 삶의 의미를 되찾는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