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기, 잘 놀고 멋지게 일하기.
12월은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랜드 런칭도 있었고, 외주도 여러건 겹쳤고, 연말이라고 공사다망하게 불려다니기도 했다. 그래도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게 아닐까 싶던 11월의 힘든 시기를 딛고 일어난 덕이라 그런지 런칭한 브랜드는 인스타그램만 운영하는데도 해외에서 꽤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외주 덕에 풍요로움을 맛보기도 했다.
12월의 마지막에 접어드니 맡았던 외주들의 굵직한 메인 업무들은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어서, 12월 5주차 맞이 2022년 업무 회고를 하고, 일하느라 밀렸던 프로젝트들의 안건 릴레이 회의를 하기로 했다.
사실 간단하게 KPT를 하고, 안건 회의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얘기하다보니 엄청 길어져서 회고만 거의 한 시간을 하게 됐다. 유튜브에도 올리려고 영상도 열심히 찍어뒀는데, 아마 1월에나 올라가게 될 것 같으니 브런치에 먼저 남겨둔다.
22년은 성과로 따지자면 100점 만점에 100점 줄만큼 열심히 달성해냈던 해였다. 정량목표였던 우리의 매출 목표는 감사하게도 초과달성 되었고, 새로운 미팅을 통해 내년의 우리가 배우고 성장할 분야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독립을 하면서 다시는 회사 내의 정치와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앞으로도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똑같은 일들을 다신 겪지 않을거라는 확신도 얻었다.
고요와 나 모두 2023년의 공통목표 1순위는 우리의 관계가 계속 지금처럼 좋을 수 있도록 솔직하게 소통하기 였다. 10년을 넘게 그렇게 말해왔고, 서로를 위한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걸 알기에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이걸 1순위로 삼는 이유는 그만큼 소중하기에 매번 꺼내어 되새기기 위함도 있다.
2022년의 우리를 되돌아보니 벌여둔 일이 많은데, 현실적으로 우리는 두 명 뿐이라 수습하지 못하는 범위가 생긴다는 걸 회고를 통해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우리가 하기로 한 일들의 우선순위를 일/주/월 별로 챙기기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루틴업무를 트래킹하고, 퇴근 후 필수로 좋아하는 일들을 챙기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조이는 신년엔 영상편집을, 고요는 3D를 더 딥하게 배울 예정이다.
서로의 2022년을 뒤돌아보며 하나의 단어로 추려보니 용기와 위기, 그리고 기회라는 단어가 나왔다. 아마 회사를 둘이 같이 박차고 나오지 않았다면, 경제위기라는 단어가 회사를 다닐 때 계속해서 더욱 피부에 와닿았다면 우린 회사를 나오는 선택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지금의 배움은 얻지 못했을거라는 생각에 닿았다. 그 모든 위기가 기회였고, 용기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2022년에 결국 성취를 해낼 수 있었던 건 바로 '버티는 힘' 때문이었다. 중간 중간에 말도 안되는 부침들이 있었고, 우리가 가는 길이 맞는 방향인지 자꾸만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시련이 있을 때에도 계속해서 일했다. 하루도 컴퓨터 앞에 앉지 않은 날이 없었다. 누군가 우리의 비전을 믿지 않고 떠났을 때도, 우리에게 그 길은 맞는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할 때도 우린 컴퓨터 앞에 앉아 내일은 어떤 걸 해야할지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우리는 처음 맡아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해내려고 노력했었다. 그렇게 기회를 알아보고 진심을 다해 해낸 덕분에 업체에서도 우리에게 또 다른 업무를 맡겼다. 처음 맡았을 때 만약 우리가 "이건 간단한 거니까 그냥 대충하자."라고 말했다면 꿈도 못 꿨을 일이다. 우리의 정성이 일궈낸 결과물이라 더욱 소중했다.
또, 반대로 우리는 올해 거절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지기도 했다. 사실 정말 탐이 나는 예산이지만 가치관이 맞지 않았던 브랜드도 있었고, 정말 재밌어보이는 아이템이지만 현재 우리의 케파로는 서로에게 윈윈일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섰던 브랜드도 있었다. 어찌되었든 거절을 한다는 것 자체가 껄끄럽고 어려운 결정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머릿속으로 그리는 방향을 더욱 확고히 하고,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내년엔 좀 더 우리 둘이 감당할 수 있는 우선순위를 명확히 생각하고, 우리가 가진 것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어제 회의를 하는 내내 손에서 핫팩을 내려놓지 못할 만큼 추웠지만, 회고를 하면 할 수록 우리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생각에 뿌듯해져서 멈출 수 없었다.
회고와 1월 투두 회의를 마치고 고요랑 보드게임을 실컷하고서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문득 고요에게 "나 근데 상반기엔 하루 하루가 다 집-회사-집-회사의 반복이라서 특별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더니, 고요는 "그게 우리의 일상이었어. 만약 지금이었다면, 이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서 경제위기를 말했다면 퇴사하기 어려웠을지도 몰라."라고 말해줬다.
그 말이 전부 사실이다. 회사 다닐 때 우린 평일에 그 좋아하는 보드게임은 커녕 같이 카페 한 번 가서 수다 떨 시간이 없었고 주말엔 스위치 끄고 그냥 쉬기 바빴던 사람들이었다.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되고 나니 그제서야 삶이 돌아다보이기 시작했다. 일을 맡을 때에 우리의 가치관을,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떠올리게 되니 균형이 보이게 된다. 사실 회사와 프리랜서의 가장 큰 차이가 여기서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좋아하는 일'을 골라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끊임없이 밀려드는 문제를 맞닥들여 해결하는 것.
우린 내년에 '적게 일하기'를 목표로 정하지 않았다. 외려 숨이 턱 막히기 직전까지 일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일이 주는 쾌감과 성장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내년엔 퇴근 후 각자 취미 활동을 하고, 운동을 하고, 자기계발하는 시간을 '시스템'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할지는 다음 브런치를 통해 공개해야지.
고요와의 회고 덕에 또 한 번 올 한 해의 배움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쭉 톺아보고 나니 다가올 2023년에는 머뭇거림 없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어 기대되고, 설레고, 또 뛰어나가고 싶어 온몸이 움찔거리는 기분이 든다.
다가올 새해, 모두 먼지 한 톨 없이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