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사이트 제작/ 디자인 에셋 만들기/ 삿포로 여행 워크샵
“명절 증후군…그게 뭔데…”
(feat. 삿포로 워크샵을 향한 의지)
1월 4주차는 민족 대명절 설이 있었지만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온전히 다 즐기진 못했다. 납기해야하는 프로젝트 타임라인이 빠듯해서 명절을 반납하고 일해야했고, 금요일엔 삿포로 워크샵에 가야했기 때문에 그전까지 모든 걸 완벽하게 해두어야 했다.
고요와 삿포로 워크샵에 가서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을 한 번 회고하고, 현재 우리 상태가 어떤지 점검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얘기하기로 했는데 그 토픽 중에 하나로 이번 명절을 꼭 올리고 싶다.
일이 끊임없이 밀려오는 건 분명 즐겁고 좋은 일이지만, 사업의 세계는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욕심과 채찍질에 지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음 명절 땐 소중한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도록 현명하게 일해야겠다고.
월요일 : 저글링 하는 사람이 되다.
월요일엔 우리 자신이 얼마나 멀티태스킹에 능숙한지 시험당하는 날 같았다. 현재 진행 중인 세 업체의 납기 타임라인이 나란히 겹치면서 고요와 조이는 컨베이어 벨트의 작업자들처럼 A 업무를 끝내면 다음 사람이 이어받아 B 업무를 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고요가 A 브랜드 1차 작업을 마치면 조이가 들어가 2차 작업을 하고, 조이가 B 브랜드 1차 작업을 하면 고요가 들어가 2차 작업을 하는 식으로.
머릿속으론 완벽한 플랜 같았지만 중간 중간 업체의 요구사항이 자꾸 바뀌면서 헷갈리는 지점이 생기기도하고, 작업하면서 더 나은 방향이 발견되기도 해서 와이어프레임 잡아둔 것에 비해 대폭 수정이 생기는 경우가 왕왕 생겼다.
페이지 작업이 고도화 될 수록 이런 빈도가 잦아지게 돼서 현명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가 작업을 서로 왔다갔다 해도 꼬이지 않게 미리미리 잘 소통해서 작업물 로스는 없었다.
리모트 근무를 평소에 단련(?) 해둔 보람이 있다고 느꼈던 날. 주로 내가 개떡같이 말하면 고요가 찰떡같이알아들어줬다.
화요일 : 엣지오브 투마로우를 아시나요
영화 엣지오브 투마로우를 보면 주인공이 퀘스트를 해결하기 까지 계속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마치 오늘이 우리에게 그랬다. 어제와 같은 하루를 반복한다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멀티태스킹을 하며 어제와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고요야~ 나 A 수정해도 돼?”
“응 조이야 나 B 수정할게?”
카카오톡 대화창을 보면 전부 저런 얘기를 주고 받았다. 손발이 척척 맞는단 건 이런 일을 두고 하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화요일엔 어느정도 일이 마무리 되어가서 저녁엔 조금 여유를 찾아가며 일했다.
고요는 가족들과 맛있는 뷔페를 다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조이도 가족과 함께 외식도 하고 쇼핑몰 구경도 다녔다.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는 명절을 보냈다.
이번 명절은 마음에 작은 시한 폭탄이 달린 것 같았다. 그렇다고 예민하거나 폭발할 상태 같았다는 말은 아니고, 그냥 시곗바늘이 가는 게 엄청 신경쓰였다는 의미에서 그랬다.
하지만 이 마음 속 시곗바늘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 만들고, 지켜보고, 재촉하는 거였다. 이 시간을 회고하고 보니 첫 회사 다닐 때 옆 부서 선임님이 나한테 해줬던 말이 있다. “주임님, 일할 때 휴식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하는 거예요. 눈치껏. 좀 쉬어가면서 해요.”라고 했었는데 그 말이 새삼 떠오른다.
조금 쉬면서 했어도 충분히 납기일은 맞췄을거다. 재촉한다고 내가 더 빨리한다는 건 아니다. 게을러지지 않으면 충분하다.
고요도 이 부분에 완전히 공감한댔다. 고요의 이야기를 아래에 부치자면, 일 생각에 강박과 부담 콤보를 상당히 느꼈지만 돌이켜보면 어떻게든 숨 쉴 틈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알면서도 한 손에 일감이 쥐어져 있으면 그걸 놓기 힘들고 결국 오버 페이스로 가게 된다고 했다. 어떻게 일하는 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생각을 명절 내내 해서, 삿포로 워크샵에 시스템과 규칙을 만들어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10월 경, 케르를 운영하며 스스로가 여유를 잃은 상태라는 걸 크게 느꼈던 적이 있는데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로 또 한 번 여유를 잃었었구나 싶다.
10월의 여유는 위트와 마음의 공간을 잃었던거라면, 이번의 위트는 스스로를 위한 커피 한 잔 정도를 잃었던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새로운 종류의 결핍을 경험하게 되겠지? 그때마다 자각하고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요일 : 하나씩 뿌시는 맛이 있는 날.
우리가 명절에 너무 부지런히 일해버렸기 때문일까. 생각보다 우리는 손이 더 빨랐고, 명절을 몽땅 바친 보람이 있었다. 클라이언트에게 예정 납기일보다 거의 일주일 이르게 시안을 보여줄 수 있었다.
시안을 먼저 보여준다는 건 사실 바보 같은 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우리가 덜 일하는 게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더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도록 하는거라는 생각이 들어 제작하자마자 보여줬다.
다행히도 돌아오는 피드백이 완전 긍정적이었다. 마음에 쏙 드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게 뿌듯하기도 했고,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일종의 증명서 같기도 했다.
고요는 나에게 클라이언트를 배려하며 능숙하게 소통하는 게 존경스럽다고 말해줬다. 겁이 많고 생각이 많은 고요는 조이가 미션을 해결해나갈 때 많이 배운다는데, 사실 나는 반대로 섬세한 고요를 보며 배우는 게많다. 난 뒤를 생각하지 않고 지르는 경우가 많아서 고요가 워~워~ 해주는 게 필요하다.
아무튼 앞으로도 이대로 쭉 계속 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하루에 커피 한 잔, 내 마음을 돌아보고, 가꾸는 시간은 항상 배정해야 겠다는 다짐도 함께.
고요는 그래도 요가를 꾸준히 가는 멋진 모습을 보였다. 고요가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일이 많아도 여유와균형을 잃지 않는 모습이 너무 멋졌고 배우고 싶었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생각을 비우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중심이 흔들릴 것 같았다고 한다. 루틴이 많이 무너졌고, 턱 끝까지 일하며 집중한 것 자체는 멋지지만 반성할 부분은 반성해야한다. 고요도 수련을 마치고 항상 바로 업무 복귀를 했으니 그 부분은 우리 모두 개선할숙제.
조이는 잠시의 쉴 틈이 주어지면 누워서 삿포로 브이로그 보기에 바빴다. 반성한다. 이번에 좋아하는 유튜버를 많이 발견했다는 수확은 있지만 건강을 -5 정도 잃었다. 반성한다.
목요일 : 출국 전 날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원래 우리는 워킹 데이 계산을 할 때 목요일은 거의 일을 못할 거라고 가정해서 빼두었었다. 그러나 가짜 J가되어버린 조이는 일주일 전부터 캐리어를 펴놓고 미리 짐을 싸둔 덕분에 할 일이 거의 없었고, 고요는 짐싸기마스터 인데다 없으면 가서 산다는 멋진 신념을 가지고 짐을 싸서 여행 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적었다. (고요 피셜 : 사실조이가 여행 준비물 목록을 짜놔서 그것만 딱 체크했다… 조이의 체크리스트가 없었으면 양말만 15개 챙겨간 사람 될 뻔 했다. 현조이는 내 짐을 보고 그건 짐을 싼게 아니라고 했다.)
작업을 충분히 할 수 있어서 하루를 번 거나 다름이 없었고, 우리가 웹 사이트를 제작하고 있는 스테이가 곧오픈을 앞두어 최종 수정 작업도 해드릴 수 있었다.
일하다보니 고요와 조이 모두 점심도 대충, 저녁도 대충 먹었는데 이게 회고를 작성하다보니 엄청 엄청 개선하고 싶은 요소다. 이게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성인 여성의 1일 섭취 권장량의 1/3도 안 먹고 일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고요는 내가 모니터 앞에서 밥 먹었다고 고발하겠다는 문장을 이 부분에 추가해뒀다.
다음주부턴 잘 먹고, 잘 쉬고, 운동하며 일해야지. 이 글을 읽는 모두들 꼭 그렇게 하시길 바란다.
금요일 : 출국날이라고 일을 안해? 어림 없지.
12시 비행기가 2시로 지연이 됐다. 집에서 일할 시간이 조금 생긴 김에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명절 후라 그런지 인천공항은 생각보다 한산했고, 빠르게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어제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비행기 지연이 계속 돼서 대기 시간이 생겼는데 그 텀에 계속해서 일을 했다. 위에 언급했던 스테이 사장님이 인터넷 작업에 친숙하시지 않은 관계로 우리가 도와주지 않아도 될 범위의 일들까지 도와줘야 했다. 사실 칼같이 거절할 수도 있었겠지만 어려운 일이 아니고, 사장님의 답답한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돼서 작업을 도와드렸다.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물려주신 땅에 지은 독채 스테이라는 애틋한 스토리가 있는 만큼 더 번창하셨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세금 계산서 발행했던 업체를 체크하며 입금을 확인하고, 클라이언트들에게 출국 일정을 알리며업무를 조율하고, 상자 물류가 잘 도착할 수 있을지 확인까지 마쳤다.
비행기가 지연돼서 오히려 홀가분하게 오전 업무를 털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았다. “오히려 좋아.” 우리가 계속 인천부터 달고다녔던 말.
고요랑 함께 있으면 나쁜 일이랄 게 별로 안 일어나는 기분이 든다. 왜냐면 무슨 일이든 오히려 좋다는 태도로 함께 넘어갈 수 있어서.
삿포로 워크샵에서 우리의 감각을 깨우고, 지역 관광 사업에 참고할만한 레퍼런스를 보고 배우러 다녀올 예정이다. 다음주 앤솔로지 클럽의 이야기는 삿포로 얘기도 가득하겠지? 회고하면서도 얼마나 재밌을지 설렌다.
이 글은 비행기에서 적고 있다. 오늘의 마무리는 고요의 글로 장식한다.
“삿포로 가는 비행기 안, 조이는 옆에서 앤솔로지 클럽 주간 회고를 쓰고 있고 손이 느리단 핑계로 나는 책을읽는 호사를 누렸다. 일부러 요조님와 경선님의 교환일기를 골랐다. 두 여자가 주고받는 이야기가 우리의 여행과 닮아 있을 것 같아서! 서로에게 하는 작가의 말부터 쭉 앤솔로지 클럽 생각이 났다.
책에 이런 구절이있다. ‘잘될 것을 확신하니까 애쓰고 노력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지만 그 이전에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는 최선을 다해 애쓰는 그 자체로 생생하게 살아가는 실감을 느끼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발을 푹 담그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둘 뿐인 회사에서 48시간 소통하는 동료지만, 그 이전에 오래된 친구다. 온전히 함께하는 일에 몸을 실을 수 있는 건, 보장되지 않은 과정에 푹 빠질 수 있는 건 조이와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삿포로에서 놓친 것들을 잔뜩 회고하고 또 잔뜩 충전해야지. 일도, 여행도, 기쁜 마음으로 발을 푹 담글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