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웹 사이트 제작/ 목업 오케이션 촬영/ 출국 준비
1월 3주차
과연 2주 뒤 우리는
어떤 말을 할까?
월요일 : 이 일까지 받아도 될까?
월요일 아침부터 긴급하게 모인 이유는 새로 들어온 수주를 받을까 말까의 기로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 쥐고 있는 것들로도 양손이 꽉 찼는데, 놓치기엔 너무나 재밌는 제안이 들어왔다.
'당장 목요일엔 목업 촬영이 예정되어있고, 월~수는 이미 타 클라이언트 업무로도 벅찰만큼 일정이 꽉 차있는데' 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지만 일단 너무 재밌어보이고,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간절하다고 말해서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주말과 명절만 반납하면 얼마든 할 수 있어 보이니까 괜찮다고 우리를 위로했다.
월요일에 모여서 얘기 한 번 할 틈 없이 일로 점철된 하루를 보냈다. 마침 우리의 아지트가 휴관이라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야해서 커피와 샌드위치와 홍차로 계속 연료를 충전했다.
월요일의 우리가 꽤 용감했다는 걸 느끼는 한 주의 끝. 한치 앞도 몰랐던 우리의 치기 어린 일이었을지, 혹은 턱 끝까지 숨차게 해낸 우리의 성취일지는 다다음주에 밝혀집니다. 업무를 마칠 때까지 모든 개인적인 약속도 다 취소했다. 명절 상납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우리. 삿포로 워크샵에서 반성 오지게 하다 올 예정입니다.
화요일 : 쉼 없이 일하기
화요일은 재택으로 일했다. 이번주는 불 보듯 강행군이 될 게 뻔했으므로 하루라도 집에서 일하며 체력을 보충해야했다. 모이지 않은 날은 사진도 많지 않지만, 뭐라도 찍어둬야 한다는 생각에 눈에 보인 영양제를 찍어뒀었다.
창업 후 일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체력에 더 큰 빨간불이 켜져 꾸준히 챙겨먹고 있는 종합 비타민. 사실 아직까지 효과는 못 봤지만 솔직히 영양제에 기대는 것보다 밥 잘 먹고, 숨 크게 쉬고, 여유를 되찾으며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요가 내게 해준 말이 있다. 일기장에 가장 자주 적는 게 '여유'에 관한 거라고. 우리가 이렇게 바빠질 줄 우리도 몰랐지만, 바빠지고 나니 정말 일상을 돌보는 힘이 많이 약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화요일에도 거의 수요일을 맞이할 때까지 일했으니 말 다했지! 좀 더 여유를 돌보는 사람들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삿포로 워크샵 숙소도 과감하게 좋은 곳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자, 워크샵에서 경험하고 느낄 것들을 더 좋은 단계로 올리는 투자라고 생각하며.
왜 아직도 화요일이냐고, 거의 목요일만큼 일한 것 같다는 말을 계속해서 되풀이하며 일했지만 재미만큼은 끝내줬다. 고요와 직장다닐 땐 느끼지 못했던 짜릿함, 내 것이 된다는 기쁨, 그리고 성장하는 하루하루에 대해 얘기했다.
이 과정을 얻기까지 무수한 삽질이 필요했지만 덕분에 이런 '바쁨'이라는 호사(?)를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수요일 : 이런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있을 줄이야
1월 초 감리까지 다녀온 중요 상자 납품 일정이 틀어졌다. 상자 업체 사장님의 불찰로 제작 미스가 났고, 그걸 오늘에서야 알려주셨다. 그 상자에 큰 예산이 걸려있고 늦어도 수요일까지 상자를 부산으로 보내야 하는 운명에 놓인 우리는 머리를 쥐어 뜯었다.
일단 납품처에 양해부터 구하고, 일정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 파악한 후 상자 업체 사장님의 항변(?)과 대안을 들었다.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지에 집중하느라 화낼 힘 같은 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지, 원래 내가 예측하지 않은 변수가 이렇게 툭툭 튀어나오는 게 인생이지! 재밌다고 생각하면 재밌다. 나중에 지나면 진짜 웃긴 에피소드가 되리라 확신한다.
이와중에 수주한 업무들의 데드라인들이 녹아버린 카라멜처럼 딱 붙어있는 바람에 뇌에 힘을 꽉 주느라 녹록치 않은 수요일이었다.
고요가 집에서 싸온 체리가 우리를 먹여 살렸다. 고요 어머님께서 차곡차곡 도시락에 담아주신 응원의 마음이 큰 힘이 됐다.
바쁜 와중에도 고요랑 나는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서로 우선순위를 점검하고 바쁨에 휩쓸리지 않게 기준을 정하려고 애쓴다. 이건 일을 받고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 이 일을 재밌게 할 수 있을지가 1순위 고려대상이다.
이번에 맡은 또 다른 일의 시안을 그리며 고요는 디자이너로서 마음에 갈등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숙명같은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고 이겨낼 수 있던 건 어떤 상황이든 조이가 함께 힘이 되어주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줄 거라는 걸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해줬다.
뒤로 내몰린 것 같은 상황에, 나랑 같이 등 뒤에서 버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된다. 결국 클라이언트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일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목요일 : 그 모든 일이 있음에도 우리는 꿋꿋하게.
상자 소동이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예약된 스튜디오 촬영을 가야했다. 목업 오케이션 레트로 서울 무드 촬영이 있었다. 방산시장에서 재료를 실컷 사모았던 바로 그 촬영!
스튜디오는 딱 우리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비록 볕이 살짝 좋지 않아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홍콩과 서울의 묘한 경계선에 서있는 스튜디오의 매력은 여전했다.
고요와 나는 이제 목업 촬영 베테랑이 되어서 어떻게 해야 새로운 구도처럼 보이는지, 그리고 베스트 컷 한 장이 나올 때까지 찍고 빠르게 전환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우리의 시선과 취향을 담은 이 목업이 브랜드의 매력을 흠뻑 받아 빛날 날이 오겠지! 올린 사진들 전부 무보정이다. 그러니 보정과 편집을 거치면 얼마나 더 예쁘겠나요?
사실 목업 촬영이 중간에 껴있는 게 일정 상 엄청 무리라서 마음에 부담이 좀 있었던 게 사실인데 고요와 함께 목업 촬영에만 집중해서 하다보니 어느새 목업 촬영은 정말 훌륭하게 잘 끝나있었고 상자 소동은 어느정도 일단락 되어 스튜디오로 샘플 수령까지 해냈다.
상자 업체 사장님이 진심을 다해 사과하시면서, 손해를 감수하고 재제작까지 해서 납기를 해주신다고 했다. 사실 화가 날 법도 했지만 단 한 번도 화내지 않고 상자업체 대표님의 입장을 고려해서 소통했더니 사장님께 그 진심이 닿았나보다. 사장님이 정말 진심으로 미안해하시면서 우리를 걱정해주신 마음이 느껴져서 좋게 해결됐으니 마음에 아무것도 담지 않기로 했다.
고요의 후문을 전하자면, 이날 조이는 촬영과 커뮤니케이션을 번갈아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시간은 제한됐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중간중간 브레이크가 걸리는 상황. 이 혼돈 속에서 화내거나 일을 멈추지 않는 조이를 보면서 어른스럽다고 느꼈다는데 사실 고요한텐 엄청 투덜거렸던 거 같다. "가만안둬..."하면서.
집으로 택시 타고 돌아오는 길에 퇴근길이 딱 걸리면서 30분 거리를 한 시간 걸려 도착했다. 그라데이션으로 화가나려고 했지만 결국 이 기분을 다스리고, 용서하고,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건 스스로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밥을 먹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했다.
고요는 더 대단한게 그 막히는 길을 뚫고 집으로 돌아가 요가를 바득바득 다녀왔다. 정말 피곤했지만 몸을 움직이고 샤워를 하니까 다시 일할 힘이 채워졌댔다. 고요는 목요일에 새벽 두 시까지 일했다.
고요의 말에 따르면 둘 다 어쩔 수 없는 일을 스스로 다스리고 이겨내는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한 일같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같이 묵묵히 전진할 수 있는 건 정말 축복이다!
이 모든 분노를 해소할 수 있었던 건 고요와 나의 팀워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힘들 법 한데도 아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웃으며 해결한 우리는 멋지다! mockupoccasion.kr 의 행보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금요일 : 명절 증후군을 없애려면?
정답! 명절이 없으면 된다! 오늘 고요랑 화상 회의를 하며 타임라인을 재점검 했다. 명절에 일하면 정말 무리 없이 여유롭게 송부할 수 있는 일정이 나와서 마음을 편안히 먹기로 했다.
금요일엔 클라이언트 업무와 더해, 루틴업무인 앤솔로지 브런치 발행도 남아있다. 사실 이번주 일정 상 흐린 눈 하고 넘어갈까 생각 안 해봤던 건 아니지만 우리의 발자국을 남기고 기록하는 건 너무도 즐거운 일이라 이 즐거움을 놓칠 순 없었다.
인스타에 포트폴리오 발행도 해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오늘은 클라이언트 업무에 집중하는 것만해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될 것 같다. 하루를 48시간처럼 살았다고 느끼면 충분하다!
다음주엔 아마 더 바쁘고, 삿포로로 출국하기 때문에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다. 그래도 최대한 1월 4주차도 밀림 없이 돌아올 수 있게 열심히 써야지.
함께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며, 모두 즐거운 명절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