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디자인/ 웹사이트 디자인/ 방산시장/ 목업 제작
1월 2주차
하루는 왜...
48시간이 아닌걸까요?
월요일 : 방산시장에서 목업 준비하기
힘세고 강한 월요일. 다음주에 있을 목업 오케이션 촬영을 준비하기 위해 소품을 사러 방산시장에 갔다. 본격적으로 시장을 돌아보기 전에 스타벅스에 모여 회의를 하기로 했는데 먼저 와있던 고요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아무리 전국민 유행템이라도 똑같은 색 집업을 입고 오다니...
난 이 옷을 산지 며칠 안 됐으니 엄밀히 말하면 고요가 피해자다. 살 때도 어디서 많이 봤다는 기시감이 들었었는데 그게 고요의 옷장일 줄은 몰랐지.
열띤 회의 중. 지난 주에 성사된 일을 1순위로 넣고 준비하다보니 다른 것들 조정이 필요해졌다. 거기에 더해 우리가 진행하는 다른 업무도 놓치지 않고 하기 위해 머릿 속을 정비하는 타임을 가졌다. 똑같은 옷 입고 회의하는 게 다시 봐도 너무 웃겨서 GIF 첨부.
회의를 마치고 방산시장을 찾았다. 인터넷으로 사면 배송비도 여러번 들고, 실물을 보기도 어려워서 방산시장에 간 건데 소량판매 하는 업체를 찾는 게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다. 이와중에 똑똑한 고요는 내가 입구에서 부터 쇼핑백 가게에 홀려서 들어가려고 하니까 모든 시장은 입구가 비싼 법이라고 날 막아줬다.
방산시장에서 제일 기업(?)느낌이 나는 세로 피앤엘이 그나마 소량으로 팔긴 하는데, 베이킹/ 식자재 관련한 아이템이 대부분이어서 우리에게 완전 핏한 아이템은 없었다. 그래도 여기서 목업 촬영용 컵 두 벌을 건졌다. 물론...도합 100개를 사야했다는 점만 빼면 완벽하다.
컵 잔뜩 사고 느낀 점 : 방산시장엔 무조건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와야 한다. 저렇게 품에 컵을 안고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업체에서 완전 핏한 쇼핑백과 박스를 소량구매 할 수 있었다. 현금 결제를 해서 상호명이 없는데 나중에 명함 찾으면 올려야지. 사장님이 친절하게 왕 큰 비닐봉투를 주신 덕분에 짐을 깔끔히 정리할 수 있었다. 목업에 딱 맞는 쇼핑백과 사바리 박스를 찾은 것은 두 말 할 것 없다.
이제 A2 용지만 사면 돼서 두성종이로 향했다. 근데 두성종이엔 A2 사이즈가 없고 전지를 사서 재단해야한다고 하셨다. 재단엔 소질이 없으므로 빠르게 포기하고 근처 인쇄소에서 사기로 마음 먹었다. 주변 인쇄소를 돌아다니며 A2 용지를 소량구매하고 싶은데 팔아주실 수 있냐고 부탁하고 다니다보니 마음씨 착한 영화 인쇄소 사장님께서 그 정돈 공짜로 줄 수 있다며 한웅큼 쥐어서 꺼내주셨다.
받고 나서 너무 감사한 마음에 주변 약국에서 박카스를 한 박스 사다드렸다. 아저씨는 종이보다 비싼데 이런걸 사오면 어떡하냐고 말씀하시며 엄청 좋아하셨다. 명함도 주시며 특수 인쇄를 잘 하니까 다음에 찾아오라고 말씀해주셨다. 고요랑 길을 나오며 "세상엔 좋은 사람도 아직 많구나."를 연신 말했다.
수많은 안 좋은 기억에 대부분의 사람을 기피하는 나에게 작은 깨달음을 주는 만남이었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까를 짧게 반추해봤는데, 알고싶지 않은 답을 알 것만 같아서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후문으로, 고요는 이 때 너무 지쳐서 이후로 못 산 것들을 인터넷에 맡기고 싶었다고 했다. 근데 조이가 성큼성큼 걸어가 인쇄소 문을 열고 종이를 살 수 있냐고 사장님께 한 마디씩 건네는 모습을 보고 좋은 의미의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용기내서 나아가는 사람이 결국 더 많이 반짝이는 순간을 쟁취하는 것 같다는 멋진 말도 해줬다.
우리의 양손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아시나요...딱 2-3시간 정도 돌아다닌건데도 체력이 바닥났다. 솔직히 난 이대로 집가서 잠시 쉬고 일하고 싶었는데 고요가 단호하게 카페가서 업무 정리하고 가야한대서 어른스럽게 카페에 갔다. 가서 우리가 구입한 제품들을 어느 배경에서 어떻게 찍을지 배분하고 무드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집와서 잠시 밥먹고는 둘다 약속이라도 한듯 바로 돌아와 오늘의 메인 업무까지 마무리했다. 하면서도 내내 새삼 우리가 다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둘이 붙여만 놓으면 탄성 잃은 고무줄처럼 흐물흐물 놀기 바빴는데 어느새 어른이 됐다.
화요일 : 정부지원사업 준비와 업무
화요일...조이의 옷이 똑같은 것 같다면 당신의 착각이 아닙니다. 오늘은 미리 이 옷 입을거니까 고요에게 입고 나오지말라고 선포했다. 조이는 아침 수영에서 접영을 배우고 신이 난 상태였고, 고요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나와 본인의 루틴을 실천했다.
만나서 먼저 클라이언트에게 보낼 무드보드를 제작해서 전달하고, 조이는 스토리보드를 짜는 업무를 고요는 로고를 제작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미팅 시간 전까지 꼬박 만들고 나니 온몸이 찌뿌둥했다. 작업할 때 거북목이 되는 건 고쳐지지 않을건가보다.
정부지원 사업 관련 미팅을 거의 두 시간 하고 완전 설레는 마음 가지고 나와서 고요랑 에그타르트 먹으러 갔다. 우리가 모르는 영역이 너무 많아서 그런 부분을 배우고, 성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엄청 크다. 처음하는 분야라 자신만만하게 잘 할 수 있습니다!!!!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매 순간 고요랑 함께 성장해나갈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시간을 위해 그 거지같던 백화점에서의 2년을 버텼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고요가 보낸 첫 직장에서의 시간도 마찬가지였겠지. 치열하게 힘들었던 그 시절을 겪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어른이 됐다.
고요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모르고 있던 서로의 새로운 면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같이 일하는 게 더더욱 좋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였지만, 직장에서의 친구의 삶과 노력, 시간을 알 수 없었는데 함께 일하고 나니 그 시간들이 엿보인다고. 서로 상대방이 전문적으로 잘하는 영역을 볼 때마다 지난 시간동안 그 일을 수도없이 해왔다는 게 느껴지고, 그렇게 한껏 성장한 친구를 목격하는 건 굉장히 의지가 되면서도 좋은 자극을 준다고 했다. ditto!
이 날 어른이 된 기념으로 방탈출 하러가서 힌트 하나 안 쓰고 18분 남기고 나왔다는 후문을 전하며...
수요일 : 집중 업무 불태우기.
원래 같으면 수요일에 만나서 일해야하지만 지난 2일 간 우리는 너무도 힘들었기에 재택을 선택했다. 고요는 새로 맡은 클라이언트의 비주얼을 뽑아내는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시간을 보냈다. 말 그대로 '정연한' 분위기를 가진 클라이언트를 위해 정돈된 느낌을 쌓아 스케치를 뽑아낸 고요.
이런 초안의 과정을 거쳐 나중에 완성된 작업물을 볼 땐 육성으로 감탄사가 나올 때가 많다. 어떻게 그렇게 스토리가 눈에 띄는 로고를 만들었지? 천재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작업물이 1월 말에 완성될거라 아직 최종본은 공유할 수 없지만 충북 증평의 무드를 잘 담아낸 멋진 결과물이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수요일에 앤솔로지클럽 피드도 정리하고 다시 발행했다. 앞으로 매주 이 브런치에 올라오는 일들을 일기장에 콜라주로 담아 피드에 발행할 예정이다. 혹자는 케르 스튜디오에만 집중하지 왜 이것도 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건 순전히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기장이다. 케르는 우리를 살찌게 하고, 키크게 해주지만 앤솔로지 클럽은 그런 복잡한 것들은 생각하지 않는 공간이다. 그냥 우리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하고 싶어 시작했다. 우리다운 것들을 맘껏 펼쳐낼 앤솔로지 클럽에서 재밌는 일들 잔뜩해야지!
수요일에 도파민 폭발해서 목업 오케이션 피드 발행도 했다. 생각보다 다양한 국가에서 반응이 와서 좀 더 반응 테스트를 해보고 싶어서 프리비를 풀었다.
스페인, 태국, 러시아, 싱가포르, 헝가리...가보지 못한 나라들에서 반응이 오는 게 너무 신기하지만, 취미로 시작한 사이드잡이니만큼 이걸 어느 수준까지 유지해야하는지도 고민이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목업을 여러벌 계속해서 쉬지 않고 출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아직은 그만큼의 수익도 보장되지 않다보니 좋아하는 것 vs 돈이 되는 것 기로에 서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고요와 나는 모든 걸 욕심껏 쥐고 있고 싶다. 너무도 재밌고, 좋아하는 일이니만큼 공수가 덜 드는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게 올해 목표다.
목요일 : 컨디션 조절하며 일하는 법 깨우치기
수요일의 과잉 도파민...분명 고요로 부터 도파민 금지까지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버워크 한 나머지 목요일의 조이는 수영을 빼먹고 늦잠자고 말았다. 어른스러운 고요는 목요일에도 쁘띠 미라클 모닝도 해내고, 요가도 꾸준히 가고 있다. 빨리 갈게 아니라 멀리 갈건데 도파민 하나 조절 못하는 조이는 반성을 하기로 했다.
목요일엔 완전 설레는 제안이 한 건 왔는데, 예산과 일정 때문에 아직 확정 되지 않았다.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데 부디 수주됐으면 좋겠다. R=VD! 지난 주에 우리가 수주해낸 업무가 예산이 생각보다 작았음에도 재밌을 것 같아서 하기로 했던건데, 그걸 받고 나니까 덕분에 어떤 규모의 일을 어떻게 받아야 수월하게 돌아갈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할까 말까 망설일 때, 잃을 게 없으면 무조건 하는 게 맞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지난 번 감리 때 소개받은 업체로부터 또 다른 의뢰가 왔다. 이전에 다녔던 화장품 회사에서의 경력 덕분에 성분명과 이름을 정리하고, 어떤 식으로 납품해야하는지 머릿속에 지도처럼 쫙 그려졌다. 이래서 어른들이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하나보다 다시 한 번 느꼈다.
생각지도 않았던 화장품 회사, 책임 판매 관리자, BM과 패키지 디자인 업무가 우리한테 이렇게 기쁨이 돼서 돌아온다니?! 인생은 점이 아니라 점들이 모인 직선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며 지금의 고통이 나를 성장시킨다는 것을 되새기기로 했다.
고요 역시도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인쇄가 들어가는 오프라인 제작물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전 회사에서 화장품 패키지를 10개도 넘게 만들어본 경험이 생겼고 그 덕에 새로운 일이 들어와도 고민 없이 선뜻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거쳐온 모든 길이 험난했지만 감사하다.
금요일 : 한 주를 돌아보며 함께 일해요.
금요일엔 이번 한 주를 돌아보며 하기로 했던 일들을 얼마나 진행했고, 놓친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주 월요일에 투두를 쫙 짰고, 해야하는 일들을 해나가면서, 중간 중간에 급하게 생긴 계약 건들을 처리했는데 돌아보니 놓친 것 없이 진짜 계획한 걸 꽉 꽉 채워 다해나갔다는 사실을 발견!
우리의 성장이 보여서 뿌듯하고, 무엇보다도 일주일을 돌아보니 열심히 한 서로가 대견하다는 말 밖엔 안 나왔다.
오늘은 이제 모여서 각자 집중 업무타임을 가지고, 실컷 웃으며 함께하는 일상을 즐기다가 주말을 보내러 갈 예정이다. 이번주는 하루가 왜 48시간이 아닌지 원망스러울 만큼 일이 많았지만, 그마저도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아서 고요와 조이는 '감사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살았다.
한 주를 마치며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일상은 어땠나요? 모르긴 몰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지내는 것만해도 최선이라는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오늘도 분투한 당신에게 경의를 표하며, 다음주에 건강하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