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5주차 / 2월 1주차 업무 일지

삿포로 워크샵/ 레퍼런스 투어/ 웹 사이트 제작/ 디자인 에셋 만들기

by 앤솔로지클럽
1월 5주차/ 2월 1주차
한국과 일본을 가르는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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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 비에이 지역에서 발견한 '스토리'의 힘

IMG_0609.jpeg 삿포로 비에이에 새기고 온 앤솔로지 클럽

이번주 업무 일지는 어떻게 쪼개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삿포로 워크샵에서 지역 레퍼런스 투어를 했던 건 브런치에 따로 글을 적어둘 예정이라, 여기에 또 쓰자니 중복될 것 같다. 하지만 횡단보도 초록불이 바뀌면 흰 선만 밟고 싶어지는 마음처럼, 업무 일지에 월요일부터 적어야만 제대로 된 일기를 쓰는 것 같은 이상한 강박증 때문에 차곡차곡 겹쳐본다.


월요일엔 비에이 투어를 다녀왔다. 비에이를 우리끼리 다녀오기엔 차 렌트가 너무 위험하기도 하고, 장롱면허의 먼지를 일본에서 털어내기엔 너무 도박이라고 생각했다. 또, 이렇게 특정 스팟에 다녀오는 투어를 하루 정도 잘 이용하면 그 나라와 도시의 문화나 역사 그리고 현지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잔뜩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좋아하는 편이다.


비에이라는 지역은 삿포로에서도 아주 시골에 위치해있는데, 누군가 심어놓은 '크리스마스 트리' 한 그루와 요정이 산다는 '닝구르 테라스', 그리고 이 곳에서만 판다는 후라노 우유가 하루에도 수 백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지역 레퍼런스 삼아 투어하기 정말 좋았다.


우리는 같이 브런치 @베이오그라피 님이 추천한 <스토리의 과학>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후라노 우유를 기대하고 눈을 반짝이며 찾아 나서는 조이의 모습을 보면서 스토리의 힘을 실감했다. 그냥 우유가 아니고, 홋카이도 지방에서만 나는 저온살균 병우유! 심지어 나는 저온살균이 왜 좋은 건지도 모르는데, 평소에 먹던 우유보다 훨씬 신선하게 느껴졌다.


자가비 공장도 근처에 있었다. 알고보니 훗카이도가 일본 감자 생산량의 70%를 책임지고 있다고. 자가비는 그 맛있는 감자로 과자를 만드니까 정말 맛있는 과자가 되는거였다. 이 이야기를 알고나니까 음식점에 나오는 모든 알감자들이 배로 맛있게 느껴졌다. 흔하디 흔한 감자일 뿐인데도!



화요일 : 인천공항의 수많은 인파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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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고요가 빌려준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를 마저 다 읽었다. 삿포로에서 우리끼리 회고를 진하게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고요와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쉼없이 얘기했었다. 우리 자신의 가치를 낮게 보지 말잔 이야기도!


책을 읽는 내내 임경선 작가와 가수 요조의 솔직담백한 대화를 보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또 한 번 되새기게 됐고, 또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나간다는 것을 매 순간 칼날처럼 날카롭게 인지해야한다는 걸 깨닫게 된 좋은 책이었다.


비행이 지루하게 느껴질 무렵 인천공항에 내리게 됐고, 쏟아지는 인파를 보며 이 수많은 해외여행 인구를 한국 국내 여행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이번 로컬투어를 통해 우리가 아주 작은 실마리를 찾아낸 것 같아 기쁘기도 했다.



수요일 : 아지트에 모여 일상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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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각자의 모닝 루틴을 해내고 만났다. 처음엔 약간 두려웠다. 이틀을 일을 쉬고 나니 할 일이 너무 많이 밀려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만나서 할 일을 정리해보니 테트리스 하듯이 일정을 짜넣고 부지런히 해내면 잘 해낼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힘을 믿는다. 우리 둘이 함께라면 어떻게든 잘 해낸다는 걸 아니까 두렵지 않다.


2월의 첫날이니 OKR 점검과 현황 돌아보기도 했다. 1월의 결실이 아주아주 흡족스러워서 2월도 그렇게만 해보자는 기합을 불어넣었다. 따박 돈이 들어오던 그때보다도 상징적인 이 숫자들이 눈물나게 감동적이다. 계속 만들어나갈 우리의 미래와 숫자들이 기대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삿포로에서 얘기한대로, 우리는 해낼 수 있으니 조바심에 우리를 너무 몰아넣지 않고 하루 하루의 여유와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일하기로 했다. 납기 타임라인이 여러개 겹쳐 있다는 건 사람을 되게 긴장하게 만든다는 걸 지난주에 여실히 배웠다.


여행에서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렇게 빨라도 되냐며 우리끼리 자화자찬을 했는데, 사실 여행지에서 조금씩 일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걸지도. 리빙팁! 무언가 증후군을 없애고 싶다면 쫌쫌따리 일상에서 그 일을 계속 하면 된다!



목요일 : 납기가 주는 기쁨과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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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 독채 펜션 '정연하다' 스테이 홈페이지 납기가 끝났다. 고객은 설문지 한 장만 보냈고, 그 뒤로 로고부터 모든 스토리, 와이어프레임, 디자인, SEO까지 전부 맡아서 진행했다.


모든 가전과 가구를 숨겨두었다는 펜션의 컨셉을 듣고 일상을 '정연하게' 정돈할 수 있다는 포인트를 소구했다. 소설을 읽는듯한 표현을 더하고, 깔끔한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으로 고객들이 스테이에 가보지 않아도 가본 것처럼 정연한 무드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1박 가격이 저렴한 곳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고급스럽게 소구하는 게 중요했다. 고요가 만들어낸 로고는 개별로 읽을 땐 문자의 나열같지만 정돈하여 쌓아올리면 '정연'이라는 글자가 만들어진다. 직접 그린 도면과 채도를 뺀 사진 보정으로 숙소의 고급스러운 무드를 올렸다.


납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무엇보다 고객의 마음에 들게 해낼 수 있었다는 희열이 크다. 아쉬움 한 점 없이 최선을 쏟아부은 홈페이지라는 사실에 마음이 깔끔하게 뿌듯한 목요일이었다.


삿포로 워크샵 후, 잘 챙겨먹어서 건강한 몸으로 세계를 여행하자는 우리의 약속에 힘입어 둘다 밥도 제대로 챙겨먹고 영양제도 먹었으니 두 배로 뿌듯한 날이다.



금요일 : 한 주를 상쾌하게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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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는 하루를 활기차게 열고 싶어서 아침 일찍부터 동네 뒷산을 오르고 왔다. 눈 뜨자마자 다녀온 의지의 한국인. 오르는 건 힘들지 않았다. 제일 힘든건 눈을 뜨는거였다. 5분만 더를 계속 외치게 되는 프리랜서의 침대는 배로 따뜻하고 유혹적이다. 물 먹은 솜 같은 몸을 일으킬 수 있던 건 두 가지 이유 덕분이었다.


하나는 어젯밤 무리하지 않고 일을 중단했던 것. 조이와 장난스럽게 셧다운제 얘기를 하면서 '무리'와 '몰입' 사이의 균형에 대해 얘기했다. 조이는 똑부러지게 본인이 즐길 수 있는 선까지만 일해야 한다고 말했고, 삿포로 워크샵에서의 대화와 그 말은 과감하게 노트북 전원을 끄는데 도움을 줬다. 더 늦게까지 과로했다면 아무도 없는 낙산공원에 발 디딜 수 없었을거다.


두번째는 나이키의 오래된 문구처럼 '그냥 하면 되지 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졸리고 피곤하고 어젯밤에 요가도 다녀왔고 ...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백가지 핑계를 무시하고 단순한 목표: 나가서 걷는다. 하나만 생각했다. 어려운 일이 아니고 그냥 하면 되는 것.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걷어내니 쉬운 목표가 선명하게 보였다. 이것 또한 삿포로 워크샵에서 느낀 행동강령이다. 걱정은 적게, 마음은 좀 더 가볍고 확실하게.


덕분에 새로 들어오는 업무 문의에도 훨씬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마음이 따르고 있다면 그냥 하면 된다. 이 외의 문제는 함께 해결해갈거니까.


조이와 고요는 이번 한 주도 고요하고, 즐겁게 보냈다. 물론 일은 여전히 많았고, 새로운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을 앞두고 있어 긴장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고요하게 즐기는 우리가 제법 멋지다.


어젯밤 조이는 자기 전에 문득 브런치에 올려둔 앤솔로지 클럽의 글을 전부 다시 읽고 잤다. 그리고 새삼 느꼈다. 고작 한 달 전의 우리보다도 지금의 우리가 더 커져있고, 앞으로 한 달 뒤의 우리가 지금보다도 더 커져있을 거라는 사실을.


고요의 말대로 세상 만사 잘해내려고 하기보단 그냥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한 걸음씩 걸어나가다보면 또 한 번 성장한 우리를 만날 수 있을거라는 즐거운 설렘이 생기는 1월 5주차 마무리!


2월엔 또 얼마나 즐거운 일들이 함께 할지 기대된다. 기쁘고도 고요한 마음으로 마주할 2월,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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