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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솔로지클럽 Jun 19. 2023

2023년 6월 3주차 주간 업무 일지  

네컷사진 창업 준비 본격화/ 워드프레스 홈페이지 고군분투

월요일 : 워드프레스 선생님 저희가 뭘 잘못했나요...

월요일은 마치...바이오 리듬이 최저를 찍다 못해 지하까지 뚫고 가는 온 우주가 돕지 않는 그런 날이었다. 아침부터 사무실이 시끌벅쩍 하던 것을 시작으로 갑작스레 잘 되고 있던 워드프레스 홈페이지가 '치명적인 오류'가 났다고 접근되지 않았다. 


왜 치명적인건지 이유라도 알려주면 좋을텐데 영어로 길게 적힌 별 도움 안 되는 FAQ로 랜딩 시키는 야속한 워드프레스. 결국은 어제 버전으로 롤백을 했고, 오늘의 과업 중 하나인 소셜 로그인 해결을 위해 몰두했다. 중간에 진짜 너무 화나서 와아악 소리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진짜 말도 안 되게 어려웠던 소셜 로그인의 장벽은 집요한 고요가 점심 시간도 뒤로 잔뜩 미룬채 디깅한 덕분에 해결하고 말았다. 소셜 로그인이 안 되는 문제가 특정 플러그인 문제가 아닌 워드프레스 기본 설정 중 하나와 충돌이 되어서 그런거라니...! 그리고 이런 원인들을 구글링해서 일일히 찾아야 한다니...쉽지 않다.


밥을 먹고 2차전으로 남은 기능을 뽀개는데, 워드프레스는 또 한 번 난리난 레이아웃으로 우리 둘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안 바꿨는데 왜 아이콘 사이즈가 맘대로 널뛰는건지 정말 너무 궁금해서 길 가는 사람 아무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중간에 고요와 함께 10분 정도 누워서 다른 업무 얘기를 했다. 뭐라도 하면서 워드프레스를 잊고 싶었다. 그리고 그대로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이대로 관둔다면 우리답지 못한거니까...집에 가고 싶은 마음 꾹 누르고 다시 의자 앞에 앉았다.


몇 시간의 집요한 구글링 끝에 치명적 오류 원인을 찾아서 없애버린 후에야 평화가 찾아왔다.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야 찾아온 평화. 오늘 하루는 마치 도르마무와 거래를 하러 가는 닥터스트레인지의 심정이었다.


도르마무 같은 워드프레스가 우리의 레이아웃을 다 파괴하고, 다시 파괴하고, 또 파괴할 걸 알면서도 다시 롤백하고, 또 롤백하고, 또 롤백한 끝에 원인을 찾아 제거할 수 있었으니까.


바이오 리듬이 최하점을 찍은 오늘 같은 날, 조이는 무한도전 10주년 특집에서 본 유재석의 모습을 떠올렸다. 


제작진이 무인도에 무한도전 팀을 버려두고는 만조 시간에 바닷가 한 가운데 떠있는 배까지 알아서 찾아오라고 말하는데 미친듯이 파도가 몰려오는 데도 유재석은 포기하지 않고 스티로폼 배를 띄운다.


버려진 스티로폼 쪼가리의 가벼운 무게 때문에 몇 번이고 나아가도 다시 뭍으로 밀려 돌아오는데도 유재석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냥 배를 띄웠다.


결국 바다 한 가운데로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무모하게 계속 도전하는 모습이 멋져서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오늘 고요와 조이의 하루는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계속 좌절했고, 또 좌절했고, 계속 두드려 맞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배를 띄워 나가려 노력할 수 있었다.


둘이 아니라 혼자였으면 그냥 바로 집에 가서 아무것도 못하고 좌절했을 수도 있는 오늘 하루를 견딜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생 많았다 진짜!


화요일 : 헤르미온느가 된 우리

화요일에는 만들고 있는 네컷사진 브랜드 소프트웨어 관련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분명 홍대에서 오전에 미팅하고, 오후엔 오피스로 복귀해서 브랜드 준비를 하는 일정이었는데 소프트웨어 미팅을 하고 보니 공장에서 하드웨어 구동정도를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점심먹고 급하게 대표님 차 얻어타고 공장으로 향했다. 


가서 공장 구석 한 칸을 빌려 가벽 부스를 만들고 계속해서 사진을 테스트해봤다. 우리가 구현하고자 하는 사진이 제대로 나와야하는데  환경을 제대로 조성하는 게 일이었다.


사진 필터와 노출, 조리개, 프린터 등 다양한 환경을 조화롭게 세팅하는 과정을 진하게 겪었다. 목업오케이션에서의 경험이 살짝 도움되기도 했고. 절망과 희망, 그리고 또 다시 절망과 희망을 반복해가며 만들었다.


공장에서 온갖 먼지를 쌓아가며 함께 일했던 이날의 추억은 시뻘겋게 달군 쇠로 찍은 도장처럼 아로새겨졌다. 


수요일 : 브랜드 네임 정하기 대잔치

화요일 미팅 후 네컷사진 브랜드 준비에 더 박차를 가하게 됐다. 브랜드 네임을 정하는 것부터 다시 해야 했는데, 막상 오프라인 브랜드를 새로 세우려고 하니 입에 딱 붙는 이름이 나오지를 않았다.


케르, 목업오케이션, 앤솔로지클럽의 이름을 정할 때만 해도 사실 그냥 팍! 떠올려 우리의 얘기를 더하면 되는 것이라 쉬웠는데 네컷사진 브랜드를 세우는 건 달랐다.


아무리 브레인 스토밍을 해도 이날은 아예 풀리지 않는 숙제를 하는 기분이라 일찍 마무리 하기로 했다. 공장에 전달할 개발 사항들만 정리하고 브랜드 네이밍은 이번주 내로 해결하기로 결론지었다.


때론 멈출 줄 아는 것도 방법이라는 걸 느꼈던 수요일! 그리고 정말 안 될 땐 멈춰야 한다. 숙제는 금요일에 생각지도 못하게 해결됐으니까.


목요일 : 회사소개서랑 홈페이지요? 오늘까지요?

정말 좋은 기회로 벌써 네컷 사진 기계 판매 관련 제안이 왔다. 미팅을 하기 위해 월요일까지 브랜드 소개서와 홈페이지 제작이 필요해졌다. 


브랜드 네임을 가제로 얹혀놓고 미친듯이 회사소개서와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우리가 지난 1년간 계속 해오던 일이라서 그런지 몰입하니 뚝딱 만들어져서 우리의 성장이 느껴지기도 했다.


고요는 목요일에 새로운 요가원 시범 수업을 가기로, 조이는 헬스장을 가기로 했는데 둘다 지키지 못했다. 요즘 일을 너무너무너무 몰두해서 한 나머지 건강을 살짝 등한시 하고 있는데 정신 차려야 한다..^^..!


미래의 우리가 지금의 우리를 돌아본다면 꼭 그 얘기를 해줄 것 같다. 너희의 여유는 너희가 챙겨야 하는 법. 잘하고 있다!


금요일 : 사진 퀄리티 맞추기

금요일은 제안서에 넣을 사진 촬영 및 기타 미팅 차 공장을 찾았다. 화요일에 한 번 해봤다고 금요일 부스는 훨씬 전문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너무나 임시방편이지만 꽤 훌륭했음.)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진 사진 필터 보정과 퀄리티 컨트롤. 처음 찍었던 사진은 "이게 뭐야?"였다면 갈수록 에임에 맞춰 예뻐지는 걸 볼 수 있었다.


고요와 이날 정말 200장이 넘는 사진을 찍으면서, 매 컷마다 맞는 설정값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냉탕과 온탕을 계속 왔다갔다 했다. 

스트로브와 부스 조명을 설치하면 훨씬 멋져질 우리의 사진 기계 프리뷰! 조명 없이도 뽀얗고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보정값을 맞췄다. 화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세심한 보정값을 찾느라 고생께나 했다. 


단언컨대 손에 꼽게 예쁘게 나온다고 말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만들어놓은 촘촘한 타임라인 위에서 계속해서 웃으며 춤출 수 있도록 열심히 해봐야지!


갑작스레 네컷 사진 업무 비중이 커지면서, 사업 가시성이 좋아지면서 '하쥬' 서비스 런칭이 살짝 밀리게 됐다. 무리해서 할 수 없는 걸 잘 알고 있기에, 그리고 우리가 준비한 게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힘 닿는데까지 열심히 시간을 쌓아가며 준비해서 공개할 예정이다.


꽉 채워 살아낸 6월 3주차의 우리에게 감사하며 업무 일지 마무리!


- 도전이 두려울 땐, Anthology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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