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일기
우리집 사선 맞은편 1층에는 미트파이 가게가 있다.
이름은 웅파이.
집에서 베란다 큰 창을 열어놓으면 바로 내려다보이는 웅파이.
빨간색 간판과 귀여운 로고의 조합으로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사장님은 항상 내 얼굴을 알아보신다.
" 안녕하세요~ 또 오셨네요. "
밝은 목소리로 인사해주시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처음 간 날, 같은 주에만 세번을 방문하였으니 알아보실 만도 하다.
오전에 학교를 가기위해 자전거를 타면, 웅파이를 슬쩍 지나가게 된다.
파이 굽는 냄새가 난다.
그렇게 단순한 외출에도 빵과 고기의 냄새에 현혹되고 만다.
웅파이에는 많은 파이가 있고, 파이마다 뿌려먹는 소스가 다르다. 나는 웅파이를 처음 방문했을 때, 미트파이를 시키고 딸기잼과 케찹소스를 동시에 달라고 했다. 사장님은 그 뒤로 내가 어떤 파이를 시키든 딸기잼과 케찹소스를 동시에 주신다.
웅파이를 가는 날은 날씨가 좋은 날일거다.
나는 바로 앞 편의점에서 닥터페퍼를 사와 외부테이블에 앉아 비프 파이를 여유롭게 먹는다.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맞은편에 앉아있는 내가 사는 무지개그린빌라도 보인다.
요즘 벽돌을 바라보는게 취미가 되어버렸는데, 내가 사는 곳은 볼수록 오묘한 느낌이 든다.
오래되어서 정감이 가는건지, 벽돌 앞의 엉키어 엮인 전선들이 입사면을 약간 흐릿하게 보정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