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애벌레 한 마리가 죽을힘을 다해 나무줄기를 올라가다가 내려오는 애벌레를 만났단다. '위에 뭐가 있어요?' '별거 없어요' '아닌 거 같은데' 애벌레는 다시 죽기 살기로 올라갔다고 한다.
그 애벌레는 어떻게 했을까? 다시 내려오면서 '별거 없어' 그랬을지, '우와 높은 세상이 보여' 그랬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도 행복이란 고지를 향하여 죽을힘을 다해 올라갔다. 목표점에 다다르고 두 발로 섰을 때 기뻤지만, 예기치 못한 폭풍우 탓에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비참해서 분노했다. '나 이런 사람 아니야' 억울해서 다시 기어 올라오던 나는 파란 하늘과 구름들을 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돌렸다.
50대가 나에게 남겨준 것
ㆍ나의 1순위가 된 가족.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워.
아동 학대건이 있을 때도, 주머니가 구멍이 나서 빈털터리가 되어도, 백수가 되어도, "엄마가? 자네가? 허허" 여전히 나를 믿어주는 진짜 가족을 오랜 시간 3순위에 머무르게 했다(일반적 상식으로는 좀 부끄럽고 그렇지만).
많은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1순위로 올렸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삶의 모든 결정은 가족의 동의를 가장 우선적으로 하기'라는 원칙을 세웠다.
ㆍ진짜 친구. 꼭 자주 만나지 않아도 괜찮아.
남편은 '자네가 친구가 어딨어?'그런다. 두 아이의 결혼식에 전국에서 달려온 '동창생'들만이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창회에 나가지 않는 나는 친구가 없다고 생각한다. 무슨 소리!! 나에겐 생물학적 가족 같은 이들이 있다. 신앙의 동역자. 바다의 별 가족. 그리고 오래도록 만나지 않아도 늘 방금 만난 듯한 진짜 친구들이 열 손가락 안에 있다. 굳이 누구라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안다. 나의 찐 친구임을.
ㆍ경험. 버려야 할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가정학과' 마지막 학기를 두고 고민고민을 했었다. 원래 '유아교육과'를 지원했지만, 학과장님의 설득(전면장학금 지급, 학과장실 조교 아르바이트 제공, 학생회임원 추천)으로 가정학과 수석으로 당당히 입학을 했었다. 그러나 '이걸 졸업해서 무얼 하나?' 회의적 결론에 한 학기 수업을 정말 날렸다. 안타까웠던 교수님들의 선처로 'all D'로 졸업을 했지만, 가정학과에서 배운 많은 전공과목들이 내가 삶을 살아가는데 너무나 많은 도움을 주었다. 친구가 없어서 책을 친구 삼아야 했던 어린 시절 덕에 나는 지금 글을 써 볼 수 있다. 고난의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유리멘털로 공주대접 해달라고 징징대고 있지 않을는지...
ㆍ신앙의 회복.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속에 있다.
결혼 후 인천이라는 낯선 곳에서 10년을 살아야 했다. 그때도 아이를 둘러업은 20대의 너무 초라한 나의 모습이 싫어 길거리의 쇼윈도를 쳐다보지 않았다. 대구에서 혼자 자취하는 나를 위해 고기를 사 주던 과 언니는 '예수님 때문에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라고 볼 때마다 이야기했다. 기쁘고 싶다는 그 바람 하나로 찾은 교회 공동체에서 나도 진짜 기뻐할 수 있었다.
큰집 조카가 자주 그런다.
'작은엄마! 어떻게 그 힘든 시간들 잘 이겨냈어요?' '음 ~ 신앙이지'
나를 위기의 50대에서 구출한 건 또다시 신앙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장 29절)
난 다 견디었고, 넌 늘 덤볐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꿈꾼다.
이제는 나만의 색깔을 인정해 주자. 내가 바라본 내가, 아름다운 삶이면 넌 그동안 잘 살아낸 것이라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주면 된다. 누군가의 평가에 집중된 아름다운 삶을, 굳이 살아내려고 애써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예민했던 타인의 평가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라고 웃어제낄 수 있는 근육들은 조금씩 더 만들어 보면 된다.
그래도 '뒷모습이 아름답자'라고 발버둥쳤던 수고는 인정하자. 지금의 나를 당당하게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하는 디딤돌이 되어준 것은 사실이지 않을까?
출처: 이기철시인 카카오스토리
이기철 시인님의 '바다국화'는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주는 시다. 시 한 편이 나도 견디게 했다. 이것이 글의 힘이지 않을까?
그래서 적기로 했다. 누군가 인지 몰라도 나의 '글' 하나가 견디게 한다면, 버티게 한다면, 그리고 다시 툴툴 털고 일어서게 한다면 그걸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