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50대는 왜 그렇게 버거웠을까?

나의 그림자. 10대와 화해하기로 했다.

by 바다의별


'카운슬러 대학'이 이런 대학이었어?


친절한 T맵양의 안내에도 나는 또 헤매었다. 헐레벌떡, 다행히 지각은 아니었지만 맨 앞자리에 겨우 앉았다. 25명가량이 2층 강의실을 거의 채웠다. 채 호흡이 정돈되기도 전에 간단한 식이 진행되었다. 정 중앙 맨 앞자리에 앉은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어쩌면 몸에 배어있는 강의를 듣는 자세인지도 모르겠다.


그날도 예외 없이 담당 시 직원들은 축사 한마디를 남기고 우르르 자리를 떴다. 마스크를 장착한 담당팀장님의 '카운슬러 대학'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습관처럼 흥미가 폭발했다.


앞부분에 언급한 것처럼 나의 꿈 마지막 종착역은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였기에, 12일간의 다양한 청소년들의 문제에 대한 각 분야별 전문가의 강의는 나름 흥미로웠다. 특히 'MBTI 성격유형검사'는 나의 극 'E'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늘 맨 뒷좌석에 앉아 앞자리 20명가량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돌아오는 상황이다 보니, 점점 옷차림은 편해지고 조금씩 지루해졌다. 상담기법은 언제 알려주지? 무술을 배우러 간 제자가 빨래하고 청소만 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드디어 집단상담 시작 주가 되었다.

8명가량 팀원이 결정되었고, 첫날. '별칭 정하기'겸 자기소개의 시간이 주어졌다. 다음 시간에는 편한 복장으로 오면 좋겠다는 마지막 멘터와 함께 하루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찾는 여행 8회가 시작되었다.


둘째 날이 되자 갑자기 손에 손을 마주 잡고 게임을 했다. 이 무슨...

어린애처럼 깔깔 거리며 웃던 시간이 멈추고, 종이 한 장씩을 나누어 주신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제목이 적혀있었다. 성격은? 행복했던 순간들은? 등등 10가지의 질문이 있었다.

그리고 <상담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8가지 목표>는 빈틈없이 채워 넣었다. <가치관 경매> <숨겨진 나>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고, '너'가 누군지 '나'가 누군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다음 시간이, 다음시간이 자꾸만 기다려졌다.



나의 인생그래프


이것은 처음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동안 다양한 강의 속에서 몇 번은 해 보았던 내용인데, 처음인 것처럼 생소했다. 그리고 나의 10대와 50대가 밑바닥을 향해 쭈욱 포물선을 그리고 있었다. 특히 10대는 내 인생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그래프로 표시된 것이다.

당황했다. 왜 그렇지? 발표를 해야 하는데. 내가 드러낸, 그리고 늘 친정식구가 말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딸' '공주님'으로 산 것이 전부인데 나의 그래프는 정 반대이다. 나의 내면의 아이가 살그머니 속삭였다.


'외로웠어. 늘 혼자였잖아.'

'엄마의 인정이 필요했었어'

'오빠 때문에 그때 힘들었었지'


그렇다. 그동안 김정희교수님의 '심리편지', 그리고 아동복지학 수업 중 들었던, 20년의 부모교육시간마다 말했던, '내속에 울고 있는 아이'를 나도 애써 외면했었다. 친정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처음으로, 나의 십 대의 아이를 정면으로 마주한 것이다. 그리고 털어놓았다.


'내가 왜 외로웠는지. 나는 왜 그렇게 인정이 필요했는지. 왜 그렇게 자주 힘들었는지.'


통곡하는 나의 10대를 그들은 너무나 따뜻하게 토닥여 주었다. 내가 망설일 때마다, 곰곰이(별칭) 팀장님이 몇 번이고 조심조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었다.


" 내가 오픈하는 것만큼 얻어 갈 수 있어요"


어느 누구에게도 끄집어낸 적 없는, 엄마의 최고 아픈 손가락이자 자존심이었던 둘째 오빠를, 이제는 담담하게 인정하며 정리해야 함을 알았다.


나의 50대를 용납하기 위해, 나의 십 대와 화해하기로 했다.

나의 10대와 화해하기 위해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 이야기들은 다시 조금씩 적어 보겠다.



지나간, 6개월 60대, 자원봉사로 우선 조금만 갚았다.


마지막 소감문 시간에 또 약속을 했다. 내가 받은 상담을 공짜로 받기엔 염치가 없어, 꼭 '자원봉사'로 갚아나가겠다고. 올봄. 3개월 가까운 시간을 '학교폭력예방 집단상담' 강사로 활동했다. 초등학생과의 하루 4시간 수업은 나에겐 또 다른 첫 경험이었다. 짜릿함과 뿌듯함과 좌절. 그리고 초등학교 현주소의 암담함을 직시하면서, 다음 세대를 향한 눈물 나는 기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다시 찾은 50대의 마지막 남아 있는 시간들은 '자원봉사'와 '글쓰기'로 마무리할 듯하다.

조심히 가자.



소감문발표
나의 서재 / 생일선물로 받은 노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