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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과거가 나를 울린다

나 여기 있어.

by 모리박

포레는 구조된 이후 한동안 동물보호 센터에서 지냈다. 학대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다른 유기견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바람에 센터장님의 사무실에서 특별대우(?)를 받으며 지내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의 상처가 있는 것 치고 사람에게는 여전히 살갑다. 때론 그게 나를 더 슬프게 한다.


포레에게 나는 온 세상이자, 보호막이자, 다시 아팠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는 동아줄과 같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포레는 집이 아닌 곳에서 나와 조금만 떨어져도 불안해하고 눈앞에 내가 보이지 않으면 벌벌 떨어댄다. 단순히 분리불안이라 말하기엔,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하면 곧잘 퍼질러 잔다. 집이 아닌 곳에서 나를 시야에서 잃어버리는 것이 포레에게 공포인가 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포레의 과거로부터 기인한 그 공포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음에 매번 진다. 알아야 그에 맞는 대처를 해줄 수 있는 것인데, 알지 못하니 그저 매번 "괜찮아"라는 말만 내뱉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나를 또 슬프게 한다. 알지도 못하는 포레의 뿌연 과거가 자꾸만 나를 울린다. 그럴 때면 뭐라도 알고 울자 싶은데도 마음은 이미 한강이 되어있다.


늘 마음 한편에 내가 모르는 일들을 품고 살아가는 포레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제 괜찮아. 너의 과거는 매번 나를 울리지만, 너까지 울 필요는 없어. 너를 입양하기로 한 순간, 눈물은 오로지 나의 몫이 되었으니까. 내가 절대 너를 버릴 일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무서워말고 세상과 만나. 나 여기있어.


Untitled_Artwork 26.JPG


모리 밖 세상은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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