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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반려인의 아침

정신 차리자

by 모리박

오늘도 7시 반에 알람을 맞춰놓고는 10분간 침대에서 뒹굴 거리다 40분이 조금 넘어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의 시작은 포레의 팬티를 벗겨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포레는 만성적인 방광염이 있어 침대에 동전만 한 크기의 오줌을 자주 지리곤 한다. 노견도 아닌데 벌써 팬티를 입고 자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 일어나고 나면 직장인들처럼 직장에 나가 일을 하는 게 아니므로 대충 씻고 곧바로 책상 앞에 앉는다. 매달 20만 원 이상 나가는 포레의 간식값, 영양제값, 그리고 병원비, 미용비 등을 안정적으로 굴리기 위해 나는 배당주를 열심히 모은다. 일어나자마자 내가 투자한 회사의 동태를 살피고 공부를 하는 걸로 아침을 시작하는 건 모두 내가 1원조차 벌지 못할 때에도 포레의 매일을 뒤틀지 않기 위함에 있다. 나는 반려인으로서 언제나 내가 무너지면 포레의 삶 또한 무너질 수 있다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거리에 나앉게 되면 포레도 함께 노숙견이 돼야 한다는- 그런 과한 걱정이 내게 항상 있다. (좀 많이 극단적이긴 하다.)


어쨌거나 매일 아침 아직 잠들어있는 몸뚱어리를 꾸역꾸역 일으키는 이유는 한마디로 한 생명을 잘 키우기 위한 책임감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럴 때면 반려견이 아닌 사람을 키우는 친구들의 삶이 더 대단하다 느껴진다.


'교육비, 생활비, 때때로 여행을 가야 할 때 드는 경비, 병원비,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지 말라 사줘야 하는 모든 물건들 등등.... 사람 하나를 키우는 데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다. 너넨 대체 어떻게 그걸 다 하는 거니?'


그런데 생각해 보면 포레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


만성 방광염으로 병원을 들락거릴 때마다 -10만 원

유난히 잘 관리해줘야 하는 꼬불거리는 푸들 털은 미용도 주기적으로 해줘야 하고 -10만 원

이빨이 건강해야 오래 살 수 있으므로 매일 먹는 비싼 치약껌 -5만 원

그 외 매일 수시로 먹는 간식값 -10만 원

매일 먹는 사료는 무조건 비싸고 좋은 걸로 -7만 원

주기적으로 사줘야 하는 장난감들 -5만 원

그 외 갑작스러운 병원행과 계획된 여행에 드는 여행비 등등 등등....


대략 적어보았지만 분명 이게 다는 아닐 거다. 다행히 포레는 나와 작업실에 항상 함께 출근하므로 유치원비는 들지 않는 게 그나마 큰 절약이 된다. 집 코앞에 럭셔리한 반려견 수영장도 있지만, 굳이 호화스러운 금수저의 삶을 살게 하고 싶진 않다. 뭐든 적당한 게 좋다 주의다.


사람을 키우는 것에는 비하지 못하겠지만 반려인들도 부모들 못지않게 대단한 것 같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서 오는 성숙함과 인생의 배움을 많은 이들이 누려보았으면 좋겠다. 여전히 학대에 가까운 방치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반려인들이 너무 많기에,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에 대한 무게감도 더 많이, 더 자주 이야기 되어야한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 중에 자신을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는 반려인이 있다면, 이 글이 정신 차리라며 싸대기 한번 날려주는 그런 글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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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들 파이팅!



https://www.instagram.com/mori_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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