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하여
지난달 포레는 유독 잔병치레가 잦았다. 결국 동물병원비가 평소보다 곱절로 나왔다.
병원에 갈 때마다 '오늘은 또 얼마나 나올까' 하는 걱정을 안고 들어서게 되는 건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병원비 탓에 아픈 반려동물을 두고도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그냥 버리고 마는 인간말종들이 있다.
솔직히 병원비가 정말 비싼 건지 아닌지에 대해선 수의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기에 의견을 낼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병원비 때문에 일어나는 유기사례들을 접할 때면 뭔가 해결방안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보유세라면 답이 될까?
단순히 반려동물과 함께하기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면 애초에 저런 인간말종 같은 머저리들은 동물을 데려올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보유세를 찬성하는 바이다. 제대로 된 반려인이라면,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응당 보유세 도입을 찬성하기 마련이다.
대신 '보유세'라는 뜻은 내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 물건이든 동물이 든 간에 다 해당되는 단어이므로, "반려동물은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말의 맥락을 생각해 보면 세금명이 바뀌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귀여움 세금', 어떨까?
보유세라는 단어보단 덜 딱딱하고 이렇게 이름을 짓는 순간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고 칭찬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외국사람들의 칭찬에 민감하지 않은가?) 또한 더욱 중요하게는, 보유세를 반대하는 반려인들도 반려동물을 보며 '그래, 귀엽긴 하니까..' 라며 보유세를 인정하지 않을까 싶다. (생각이 너무 귀여운가..?)
유기동물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귀여움 세금뿐만 아니라 독일처럼 입양 시 시험도 보게 하고 산책도 의무적으로 하게 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일단 뭐든 좀 했으면 좋겠다.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이 많았다고 하지 않나. 매년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연휴기간 폭등하는 유기동물에 대한 소식은 이제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 하는 명절 인사말과 다름이 없게 되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도 이런 뉴스를 보아왔던 것 같은데, 내 나이 서른이 넘어가도록 뉴스의 레퍼토리는 바뀌지 않았다.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이 머저리인 줄로만 알았지 정책을 만드는 높으신 분들도 머저리인 줄 어릴 때는 미처 몰랐다.)
다만 보유세를 걷기 시작하면 반드시 치러야 할 산통은 있을 것이 분명하다.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제정 소식만으로도 버려지는 유기동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테니 말이다. 그래도 겪어야 한다면,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 최대한 대비하여 폭풍을 기꺼이 맞아야 하지 않을까.
(귀여운 그림에 비해 글이 무거워졌다. 반려동물에 관해서라면, 특히 이 나라 동물법에 관해서라면 나는 결코 가볍게 이야기를 마치는 법이 없다. 글 쓰는 재능의 부족이라고 하자.)
내년 추석에는 좀 다른 뉴스를 볼 수 있을까?
귀여움 세금, 좀 걷어가길 바란다.
모리 : 얘 너무 귀여운데.. 할인될까요?
의사 : 귀여움 세금도 내셔야 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mori_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