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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펫크리에이터 모리 Mar 19. 2019

뉴욕 반려동물 사진은 이렇게 탄생한다

뉴욕, 카메라 그리고 반려동물

고양이 필카 촬영중! _ New York. 2018. Film


필름 카메라로 찰칵, DSLR로 찰칵, 핸드폰으로 찰칵. 

뉴욕에서 반려동물 촬영을 언제 어디에서나 빠르게 하기 위해 저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려 노력하는데요. 그래도 저도 포토그래퍼이기 이전에 사람인지라, 무거운 카메라를 매일 들고 다닐 수가 없어 종종 핸드폰을 이용해 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사진이라는 게, 물론 카메라에 따라 다르기도 하겠지만 찍는 각도나 스타일에 따라서 핸드폰으로 찍어도 작품이 나올 수도 있고 비싼 카메라로 찍어도 망작이 나올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촬영을 하면서 사진기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본업인 패션 촬영을 하면서는 필름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다 보니 반려동물 촬영도 주로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편입니다.


왼쪽부터 워싱턴스퀘어파크, 유니언스퀘어파크, 센트럴파크_ New York. 2017-2018. Digital / Film


카메라는 그렇게 다양한 기종으로 가리는 것 없이 촬영하지만, 촬영 장소는 또 다른 얘기인데요. 아무리 반려동물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 이곳 뉴욕일지라도 유난히 반려동물이 모여있는 장소와 유난히 찾아보기 힘든 장소가 알게 모르게 나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친구네 집을 놀러 가면서도 반려동물이 주로 항상 모여있는 공원을 가로질러 걷는다거나, 산책을 할 때 일부러 반려동물이 자주 다니는 거리를 걷곤 합니다. 


이렇게 물 마시듯 자주 만나 볼 수 있는 뉴욕 길거리의 반려동물들 촬영은 그럼 어떻게 하는 걸까요? 사실 "저는 촬영을 이렇게 합니다!" 라고 간단히 설명드리기에는 그 방식이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져 가는 것 같아 촬영 초창기 때의 이야기부터 해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제가 처음에 뉴욕에 도착했었을 때, 길거리에 즐비한 반려동물들과 반려인들 촬영을 하면서 저는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습니다.


흔쾌히 촬영에 임해주는 뉴욕사람들과 멍멍이들_New York. 2018. Digital


“저.. 강아지 촬영 혹시 해도 될까요?” 

참 간단한 질문이지만, 처음엔 이 말을 건네기 위해 입을 떼기가 어찌나 힘들었던지 모릅니다. 낯선 타지에서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것이 제겐 단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었어요. 그래도 이곳 분위기가 대부분 촬영을 꺼려하지 않는 분위기라 감사하게도 큰 어려움 없이 촬영을 곧 잘하곤 했었습니다. (종종 "안돼요, 미안해요." 라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물론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저도 이제 어느덧 뉴욕 생활이 한국 생활 만큼이나 익숙해지고 나니, 지나가는 반려인들에게 반려동물 촬영 부탁을 하기가 뭐랄까요. 오히려 조금 쉽지 않아 진 것 같습니다. 부탁하기가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처음 그 불타올랐던 열정이 사라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굳이 반려인들에게 말을 건네가며 촬영을 하기보다는 언젠가부터는 그냥 촬영만 하고 사라지는, 어떻게 보면 조금 게을러졌다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하다 보니 몇 년 전 즈음 한참 이슈가 되었던 초상권에 대한 문제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을 부탁하고 찍는 게 아니라 거리의 풍경 (그리고 그 속에 행인이 포함되는)을 찍다 보니, "어느 사진작가가 무슨 초상권 때문에 고소를 당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책을 내고 싶은 생각이 한참 절실했을 때엔 이곳저곳 뉴욕의 퍼블리셔(출판사)에 이에 대해 질문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제 사진들은 초상권과 크게 상관은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꽤나 머리가 아파졌을 것 같아요. (미국에서 강아지 초상권을 문제 삼아 고소를 한 사례도 실제로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번 매거진을 연재하면서 제가 촬영한 반려동물 사진들을 전부 살펴봐야 했는데요, 보면서 조금 반성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 내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촬영을 했었구나!"


다 합치면 몇 킬로...? _New York. 2018-2019. Digital/ Film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필름 카메라를 주로 이용하는데요. 디지털카메라와는 달리 필름 카메라는 한컷 한컷이 모두 돈인지라, 셔터를 누를 때마다 신중을 기하고 또 기해 눌러야 한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반려동물을 필카로 순간적으로 포착하기란 여간 쉽지 않아, 길에서 촬영을 할 때면 반려동물이 카메라 앵글에 제대로 잡히는 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은 물론 예사입니다. 그렇다 보니 봄 여름 가을에 촬영일수가 겨울보다 훨씬 많은 것은 말할 것 도 없는 일인데요. 한 번은 눈이 펄펄 내리는 날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나갔다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반려동물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 허탕을 치고 돌아와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문밖에만 나가면 반려동물이 발에 치일 만큼 많은 뉴욕에서, 눈이 좀 온다고 반려동물을 한 마리도 볼 수 없다는 건 어지간히 눈이 많이 와서는 사실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거든요. 다른 지역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맨해튼 내에서는 펄펄 내리는 눈이나 주룩주룩 오는 비에도 산책을 하는 반려동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유난히 기억에 남는 날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반려동물 사진을 찍으러 나갔는데 허탕을 치고 돌아와야만 했던, 아마도 유일한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중형 필름 카메라를 새로 구입했는데요. 뉴욕의 반려동물을 촬영할 수 있는 날도 제겐 한 달 반 남짓 남아있습니다. 브런치 연재를 통해 지난 몇 년 동안 촬영한 사진들을 백 프로 보여드리기에는 다소 짧은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촬영은 새로운 카메라와 함께 계속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남은 2회도 재미있게 즐겨주시기 바라며 다음 회차엔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들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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