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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라쏭짱 Aug 25. 2021

13편 세상 밖으로 나오는 구멍

새애기엄마를 잃은 아깽이들

    


아기 고양이들에게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새애기 엄마가 자동차에 치여서 이 세상을 떠나고 하루가 지났는데, 아기 고양이들을 찾을 수가 없어. 뒷마당에 창고로 쓰고 있는 천막이 있는데. 바닥에 파렛트가 깔려 있고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위에 방수포가 덮어져 있어서 보이지 않거든. 확인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 뚫어진 방수포 구멍뿐이야. 그 앞에 맛있는 냄새가 나는 참치 캔을 쏟아놓아도 소용이 없어. 밤새 사료를 먹은 흔적도 없고. 마치 엄마가 알려준 은신처에서, 엄마와 약속한대로, 엄마가 올 때까지 꼼짝 않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절대 올 수 없는 엄마를.  

 

  


제발 나와서 밥 좀 먹으렴! 부질없는 기다림이라고 누가 알려줄까? 배고픔과 두려움이 세 마리 아기 고양이들에게 검은 그림자처럼 씌어져 있겠지. 한데 엉켜 미동도 하지 않고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는 이 적막을 온전히 견뎌내고 있겠지.     


엄마 옆에서 천방지축 뛰어놀던,     


엄마 꼬리로 잡기놀이를 하던,     


엄마 등짝위로 막무가내로 올라타던     


엄마 가슴에 파고들어 달콤한 젖을 먹던     


엄마의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잠들던,     


어제까지의 기억들. 그거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길에서 태어난 이 아기고양이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 걸까? 어떤 감정을 느껴야 되는지도 모르면서 엄마가 왜 오지 않는지 차근차근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러기에는 겨우 세상에 나온 지 두 달짜리 아깽이들일 뿐이다. 모든 것이 갑자기 멈춘 이 막막한 상황에서 그저 감각으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엄마의 '이제 나오렴'하는 반가운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나는 구멍이 잘 보이는 곳에 낮은 의자를 놓고 앉아 그 구멍만을 쳐다보고 있어.     


아기 고양이들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나오기를     


엄마 없는 세상에서 스스로 밥을 찾아 먹으며 혼자서 첫 시작을 하기를     


당장 살아내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그래서 그저 그렇게 엄마에 대한 기억은 흩어지고 쑥쑥 자라면서 길 위의 매일의 삶이 당연한 일상이 되기를     



생쥐를 쫒아 다니고, 나무 밑동에 발톱을 갈고, 부드러운 흙으로 배설물을 덮고     


엄마가 가르쳐준 기술들을 원래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써먹으며.     


남겨진 삼남매가 서로 보듬으며 놀이터가 돼 주고 포근한 잠자리가 돼 주면서     


그저 그렇게 살아내기를.     



나오기만 하면... 나오기만 하면...     


하릴없는 내 조바심과 안타까움은 커져만 가는데 까마득한 구멍속의 아기고양이들은 여전히 대답이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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