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대행사는 진급이 아주 빠른 편이다.
아무래도 대행을 맡아서 메인으로 일 해야 하는데 직급이 낮으면 고객사에서 조금 못 미더워할 테니 일찍 올려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보통 2년을 다니면 대리, 5년을 채우면 과장, 7~10년을 채우면 차장 이런 식으로 진급한다.
이렇게 빠른 승진 탓에 '책임'의 무게를 좀 더 빨리 느끼게 된다.
AE도 능력만 있으면 메인을 꿰차는 업계에서 선배로 살아남으려면 더 트렌디하고, 더 빠릿빠릿하고, 더 유연해야 한다.
나는 후배를 참 못 다루는 선배다.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 탓에, 후배에게 일을 나눠줘야 할 때도 우물쭈물 대다가 결국 내가 다 해버리고 말지, 하는 식이다.
후배가 잘못을 했을 때도 '좋은 게 좋은 거지'하고 넘어가는 편이기도 하다.
이렇게 소심한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후배에게 욕먹는 일'이다.
혹시나 내가 고친 문장이 틀렸으면 어쩌지, 혹시나 내 지시가 더 잘못된 일이면 어쩌지, 이런 걱정들을 한다.
이러다 보니 결국 후배를 두려워하는 선배가 되어버렸다.
세상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 일들이 있다.
내가 뱉은 말, 내가 한 행동... 선배도 그렇다. 회사에서 직급을 올려주고 돈을 더 많이 주는 이유는 일을 더 해서가 아니라 '책임'의 무게가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후배가 잘못을 했을 때 그걸 내가 두려워해서 제대로 고치지 않고 그냥 고객사에 넘겨버린다면 결국 그 책임은 내가 지게 된다. 이런 걸 생각하면 후배를 지적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여전히 후배가 쓴 글을 내가 고쳐버렸다가 후배가 쓴 글이 더 적절하다고 평가받았을 때나, PPT에서 빼버렸는데 상사의 수정본에는 다시 들어가 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민망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부끄럽더라도 내 일에 '책임'을 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 글도 그렇다.
연차도 낮은 내가 감히 '홍보대행사의 모든 것' 같은 말을 해대고 있는 것이 가히 부끄럽고 민망하다.
그렇지만 이 또한 내가 책임져야 할 나의 글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