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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연상 Aug 21. 2023

FOMO : 인간의 가장 취약한 심리적 본성

코치가 된 은퇴 CEO : 은퇴 CEO 인생에세이 (9)

나는 가끔, 아니 꽤 자주 내가 아주 현실적 감각이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힘들어 한다.

나름 높은 수준의 사유 능력에 대한 인식과 또 어느 정도의 수련을 쌓아 왔다고 평가해 오고 있는데,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을 대학 강의나 기업 임원 코칭에서 버젓이 하고 있는데, 돌아서서 나의 현실적 상황에 대한 분석에서는 참으로 어리석은 결정을 하곤 하는구나 하는 자괴감에 드는 경우가 잦다.


그 대표적인 예가 주식 투자이다. 다시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수 차례 결심했다가 어느 새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투자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도 제법 큰 손처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주변 사람들의 성공담에 부러운 마음이 들면서 판단을 흐리게 된다. 그들도 많은 실패 속에 자그마한 성공만 얘기하는 것인 줄 알면서도.




나의 어떤 마음이 그런 행동을 하게 할까? 


일반적으로 역사상 물리학의 시대 구분을 고전 물리학과 양자물리학으로 나누며, 아이작 뉴턴은 고전 물리학을 정립한 천재 과학자인데, 그런 사람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입은 일화(주1)는 유명하다.

왜 위대한 천재 과학자도 그런 행동을 했을까?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결심을 해야 할 때 나타나는 인간의 가장 취약한 심리적 본성은 무엇일까? 미래 설계나 행동 방향의 설정에 미치는 바가 가장 큰 인간 본성은 무엇일까?


FOMO라는 약어가 있다. Fear of missing out. 우리말로 소외 불안 증후군, 고립 공포증 이라고 번역된다. 세상에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알고 돌아가는 것 같은 생각에 더 늦기 전에 나도 빨리 합류해야지 하는 조급증이다.


평소에 내 강의 수강자들에게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며,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이고,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이라는 말이라고 유명한 신학자의 말을 인용해 왔다. 외로움은 자신이 혼자 있고자 하는 의지가 없지만 혼자 있게 되는 상황이기에 괴롭고, 고독은 자신이 혼자 있어서 오롯이 사색을 즐기거나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상황이기에 즐거운 것 같다는 얘기이다. 결국 내가 '혼자'의 상황을 나의 의지로 받아들이냐 마느냐가 고통과 즐거움의 경계를 가르는 것이다.


나는 늘 우리는 외로움이 아닌 고독을 선택하는 마음의 힘을 길러야 한다, 고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고독을 사랑해야 한다, 사유(주2)는 고독을 먹고 자란다고 주장해왔다.


나의 이런 생각은 내가 좋아하는 니체의 철학과 결을 함께 한다. 나는 그를 좋아하기에 그에 대한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기도 했고, 또 그걸 정리해서 후학들에게 강의도 하고 있다. 니체는 오래전부터 나를 관통해오던 생각이자, 나의 좌우명인 "권위를 찬양하지 말라. 대중의 유행에 휩쓸리지 말라. 나만의 호기심과 열정이 새로운 길을 연다"라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들을 해왔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보면 실제 비슷한 문장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왜 FOMO라는 나약한 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배우고 자성하여 아는 지혜로도 통제하지 못 하는 인간의 나약한 본능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니체가 내놓은 해답이 Amor Fati(주3)이고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제행무상(주4)이니, 지나간 과거나 오지않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라는 의미이고, 조주선사의 유명한 화두인 '뜰 앞의 잣나무'(주5)가 전하는 뜻인 줄은 희미하게 나마 알겠는데...


아는 것 따로 마음 흔들려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따로 이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려나? 이렇게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 또한 인간의 삶이려니, 인생사가 항상 옳거나 생산적일 수만은 없으려니, 옳음이 그름을 이기지 못 하고 비생산적인 짓도 하는 존재가 인간이구나 라는 수용의 마음을 닦아야 하는가 보다.


니체는 미쳐서 정신병원에서 사망하였고, 석가모니는 제자가 주는 상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으로 세상을 뜨지 않았는가.

분명한 해답을 구하지 못하거든 차라리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바라 보는게 돌파구가 아닐까 싶다.




이런 시를 쓴 적이 있다.


고독 

(노연상 시)


싸늘한 공기에

하늘이 더 맑다

기분이 금방 날아오를

독수리 품새다


차리리 뿌연 하늘이 그립다

적어도 정직할 순 있으니

나에게만 이라도


노마딕이라 했건만

펴진 의자를 그냥 둬야하나

비겁해 지긴 싫고


또 누가 나의 니체를 듣고 싶어하나

고독을 해소하는 작업인데


외로워 말라

고독하라

자기 도취에 내뱉으나

고독보다 외로움이 더

가까이 와 있다


그래도 머리가 시린 싸늘한 공기와

가슴 아린 맑은 하늘이 나의 

주소지다




주석 설명

주1 : 뉴턴의 주식 투자 실패 일화
 남해 주식회사 (South Sea Company)라는 곳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던 이야기이다. 당시 해당 기업은 가장 핫한 기업이었는데, 뉴턴은 전재산은 물론 빚까지 내서 투자를 했다. 결국 실패를 했는데, 이후 '천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긴다.

주2 : 사유(思惟)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 개념,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 (네이버 국어사전)

주3 : Amor Fati
운명애(運命愛), Love of fate라고도 말하며, 필연적인 운명을 긍정하고 단지 이것을 감수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것을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상을 말한다. 그는 이 운명론이 창조적인 것과 합치된다고 말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주4 : 제행무상(諸行無常)
삼법인(三法印)의 하나. 무명(無明)으로 일으키는, 의도(意圖)하고 지향하는 모든 의식 작용은 변화함. 무명에 의한 모든 의지력·충동력·의욕은 변화함. (네이버 지식백과)

주5 : 뜰 앞의 잣나무
불교의 선문답의 유명(특히 난해한 선문답으로 유명)한 사례. 조주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조사가 서쪽으로부터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조주선사가 “뜰앞의 잣나무.”라고 답한 것에 대한 것으로, 어떤 특별한 뜻이 아니라 수많은 인연에 의해 그냥 거기 있는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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