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내 기독교 유적지인 올드 카이로 지구 탐방에 나섰다. 지하철 역에서 나가자마자 마주한 콥트 박물관 앞엔 무장한 군인(또는 경찰)들이 서있었다. (지금은 가물거리지만, 일기를 보니 이 지역에 들어올 때 가방 검사를 했다고 쓰여있다)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콥트 교회를 향한 테러가 있었단 뉴스가 떠올랐다. 무슬림 국가에서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의 삶이 한 장면으로 설명되는 것 같았다.
(2017년 4월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콥트 교회를 겨냥한 연쇄 폭탄 공격으로 최소 45명이 숨지고 118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방문 당시는 2017년 5월. 그리고 며칠 뒤 민야 지역에서 수도원으로 향하던 콥트교도들이 탄 버스에 총기 난사 테러가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했다.)
동네는 평온했다. 왜 총을 들고 있을까 싶을 만큼. 눈에 보이는 교회를 하나 하나 들어 가보았다. 유럽의 교회와는 다른, 사막을 닮은 듯한 교회들이었다. 공중 교회는 스무개 남짓한 계단을 올라야 입구를 만날 수 있었는데, 찾아보니 로마시대 요새 위에 지어진 교회라고 했다. 한 가이드가 지나가며 "곧 로마시대 요새를 발 아래 두게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잠시 뒤 가보니 유리 바닥 아래로 성벽이 보였다.
여러 교회를 지나치며 이 곳에 온 이유인 '예수피난교회'를 찾아보았지만 도통 만날 수 없었다. 같은 길을 두 세번 왔다 갔다 하다 블로그에서 본 '올드 카이로 바자(Bazzar)' 입구를 발견하고는 드디어 익숙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예수피난교회는 헤롯왕의 박해를 피해 요셉과 마리아가 아기 예수와 도망쳐 지낸 동굴 위에 지어진 교회다. 성경에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속 장소다. 교회 안은 특별할 게 없었다. 궁금한 곳은 한 층 아래였으니까. 지하에 내려가 구석구석을 눈에 담았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지만 '성가족이 머물렀던 곳'이란 문장 하나로 너무나 의미있는 공간이라 쉽게 나갈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내려와 자리를 내어줘야 할 때까지 한참을 머물렀다.
그리고 바로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늘 내게 "넌 참 유별나다. 난 돈 줘도 안 할텐데"라고 말하는 엄마가 유일하게 해보고 싶은 여행이 성지순례다. 엄마가 왔으면 나보다 더 좋아했을텐데 생각이 들어 사진으로라도 이곳이 이런 모습으로 있다고 나누고 싶었다. 언젠가 같이 올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올드 카이로 지구를 나서 택시를 타고 모카탐으로 향했다. 여행 중 웬만하면 택시를 타지 않지만, 모카탐 꼭대기에 있는 동굴 교회에 갈 방법은 택시 뿐이었다. 모카탐은 소위 '쓰레기 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각지에서 온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살아가는 마을이다. 마을 사람 대부분은 기독교인들이라고 한다.
마을에 들어왔다는 건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쓰레기 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고, 악취도 풍겼다. 택시 기사가 연신 "여긴 좀 그렇지..."라고 말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덕분일지도. 생경한 풍경을 만나면 언제나 카메라부터 들었던 여행자이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아마도 무슬림일 택시 기사는 교회 따위엔 관심 없다는 듯, 내게 20분 줄테니 둘러 보고 오라고 했다. 마음이 급해져 급히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이집트 내 현재 기독교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 예배당을 가득 채울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이집트 인구의 약 10%를 차지한다는 콥트교인들. 아마도 차를 타고 스치듯 지나친 사람들이 이곳을 채울 것이다.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취업 등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극단적으로는 목숨까지 위협받는데도 믿음을 지켜가는 사람들. 그들의 예배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