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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원 May 24. 2021

소유의 소비, 경험의 소비

가정경제연구소- 번외 편 #2

당신은 돈을 어디에 쓰시나요?


동네에서 격주로 열리는 그림책 읽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시간에 너무 예쁜 그림책을 소개받아 이번 모임에서 그림책을 원서로 구입했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원서는 비싸서 잘 안 사는데 구입했냐고 의아해했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책에 돈 쓰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하드커버 원서들은 국내에 소프트 커버로 반값 정도에 출시된다고, 다음에는 소프트 커버로 출시된 저렴한 번역본 책을 구입하면 어떻겠냐고 친절하게 조언해주셨다. 모임의 다른 회원은 해외 원서 책을 홍콩에서 제본을 떠서 싸게 유통하는 온라인 서점을 알려주었다.  


이것을 계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사원 시절에 호텔과 여행 업계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여러 나라를 돌아다닐 기회가 많았다. 또 미국 유학 기간 동안, 미국과 싱가폴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많다 보니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더우기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를 해외 근무와 출장으로 거의 이동하며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건을 사는 것은 최소화하게 되었고, 대신 여행, 공연, 식도락 등 여행 가방에 넣을 필요가 없는 서비스에 소비를 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때 생긴 습관이 한국에 돌아온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계속되어서, 지금도 나는 의류나 잡화, 전자제품, 자동차와 같은 공산품을 많이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 공연 등 문화생활 등 서비스에 소비를 하는 편이다. 특히 미국이나, 호주처럼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나 발리나 태국처럼 서비스 산업이 발달된 동남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경제력이 높고 낮고를 떠나서, 한국 사람들과 비교하여 뭔가 여유가 있고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세계적으로 매우 저렴한 택시비 수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택시비를 아끼고, 책이라는 지적재산권, 인터넷 사용 등 서비스 분야에는 악착같이 돈을 아끼면서, 과시용 공산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많은 사람들이 동일 품질의 옷을 유니클로에서 2만 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에서 수십만 원을 주고 면이나, 폴리에스테르 등 싸구려 원단의 의류를 구입하고, 명품 브랜드에서 원가 1만원도 안되는 슬리퍼를 백만 원씩이나 주고 구입한다.


물론 나도 로로피아나나 브루노 쿠치넬리의 옷이 좋은 것을 안다. 내가 유럽의 귀족이나 실리콘벨리의 갑부라면야, 티셔츠 한벌에 백만 원 주고 로로피아나에서 옷을 사겠지만, 대한민국의 평범한 중산층인 나는 품질 좋은 면, 모직, 맘먹으면 캐시미어 정도의 품질 원단에 합리적인 가격의 옷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신 가족, 친구와 추억을 만드는 데, 몸을 건강하고 기분 좋게 하는데 소비를 하고 싶다.           


대한민국이 물건을 소유하는 소비가 아닌, 경험을 소비하는 나라가 된다면 행복 지수가 훨씬 높아 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자면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더욱 커져야 하고,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어야 할 텐데.... 언제까지고 제조업에 매달여 모두 물건 사는데만 급급한 모습을 볼 때마다 뭔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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