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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원 Apr 09. 2021

가계 자산 관리에 대하여 #2

가정 경제 연구소 다섯 번째 이야기

전업 맘의 가계 자산 관리- 부동산 편 #2


2010년 결혼 당시 집은 무조건 자가여야 한다고 우겨서 샀지만 사실 당시는 '집을 왜 사요? 전세 살지. 이웃나라 일본을 보세요.'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결혼하고 몇 년 동안 집 값은 내리막길이었는데 다행히 내가 살던 성동구는 강남, 강북, 여의도 3 도심 모두에서 출퇴근이 편리한 교통의 요지였는데 비해 오랫동안 저평가 상태로 저렴했던 지역이라 집값 폭락기에도 집값이 버티고 있었다.   


부채로 인해 물려받은 재산을 탕진하셨던 '펑펑 부모님' 밑에서 자랐던 나는 부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지만 졸업 후 번 돈을 유학 자금에 쓴 데다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번 돈은 결혼 자금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었고, 남편도 서울에 집을 살 만큼의 돈은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일단 빚을 많이 져서 집을 샀다. 부채가 너무도 싫었던 나는 맞벌이 소득 대부분을 신혼집 대출을 갚는데 써서 우리 부부는 4년 만에 대출금 전체를 갚았다.


그렇게 빚이 없는 상태가 된 2014년에 아이 유치원부터는 강남에서 보내고 싶어서 강남에 집을 보러 다녔다. 강남에 6억에서 8억짜리 아파트가 널려 있던 시절이었는데 또 빚을 지고 싶지 않아서 강남 집으로 갈아타는 것을 보류했다. 그러다가 2016년 퇴사 후, 전업 맘이 되자 아이와 걸어서 공원 산책도 할 수 있고 좀 더 좋은 교육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강남의 아파트 단지들이 생각났다. 마침 그 무렵 5년이 넘도록 꼼짝도 하지 않던 집값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세탁소를 다녀오던 남편이 우리가 집을 샀던 부동산 사장님을 우연히 만나 집을 팔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전세로 강남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물론 그때 우리는 서울에서도 무척 저렴했던 우리 동네가 몇 년 뒤 '마용성'이라 불리며 3배 가까이 집값이 폭등하게 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2018년 여름,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1억씩 오르는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보는 신기한 세상이 펼쳐졌다. 우리가 전세로 있던 강남의 집은 1년 동안 거의 10억이 올랐고, 우리가 5억에 팔았던 성동구 집은 12억이 되어 있었다. 2018년 여름 나는 진심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이러다 평생 무주택자로 살 것 같았고 우리가 팔아버린 마용성 집을 생각하면 너무나 괴로웠다. 하지만 그 2018년 여름의 참담했던 경험이 나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나는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복기했다. 그때부터 처절할 만큼 경제에 대해, 부동산에 대해, 금융시장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나의 가장 큰 잘못은 소비를 위해 빚을 끌어다 쓰다 자산마저 탕진했던 내 부모님의 나쁜 빚과 자금은 부족하지만 소득이 있는 우리 같은 젊은 부부가 부동산 상승기에 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동원해야 하는 좋은 빚을 구별하지 못했던 점에 있었다. 또한 부동산은 항공모함과 같아서 한번 상승하면 수년 동안, 한번 하락하면 수년 동안의 사이클을 타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점에 있었다. 나는 갖고 있던 모든 현금을 총동원해서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수도권의 아파트를 2018년 여름 끝자락에 갭 투자로 샀다. 우리는 이미 전세를 살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은 이사를 갈 계획이 없었지만 한번 폭등하기 시작한 부동산이 2018년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때 2018년 여름에 수도권 아파트에 뿌려두었던 작은 씨앗이 마용성 아파트의 손실을 메꾸어주었고 작년 초 코로나로 인해 잠시 부동산 시장이 급락했을 때 우리는 전세계약을 위약금을 물고 중도에 파기하고 4년 만에 다시 내 집 장만에 성공하게 되었다. 이전보다 좀 더 나아진 삶의 터전으로 마침내 옮겨오게 되었고, 매일 집을 가꾸고 아이와 동네를 산책하고 도서관을 다니며 살게 되었다. 또 언제 '집을 왜 사요? 전세 살지. 이웃나라 일본을 보세요.' 이런 말이 유행할 날이 오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 사이클에서 나는 몇 가지 배운 점이 있다. 반드시 좋은 빚과 나쁜 빚을 구별할 것,  부동산은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수년 동안 오르고,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수년 동안 내린다는 것을, 저평가되었던 성동구의 집을 통해서는 부동산은 결국 입지라는 본질 가치에 수렴한다는 점을 배웠다. 언젠가는 이번 사이클이 끝나고 다음 사이클이 올 것이다. 이번 사이클에 배운 것들을 토대로 좀 더 단단하게 다음 사이클에 대처하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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