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조 세우기 뚝 딱!
골조를 세워보자
1) 바닥에서 골조를 짜서
2) 포크레인으로 틀을 묶어 세운다
3) 잽싸게 수직을 맞춰 용접한다
라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중고로 사온 우리의 듬직한 포크레인은 붐대가 고정되지 않고 처지는 현상이 발생하여 처지면 포크레인으로 잽싸게 달려가서 다시 올리고 뛰어와서 용접하고
내려가면 다시 올리고 용접하고를 무한 반복했다
(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말벌 보면 뛰어가는 그 아저씨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포크레인은 붐대 실린더 셀에 금이 가있었음.(써놓고도 무슨소린지 모름 데헷)
여차저차 슬슬 모양이 나옴.이때가 자신감 최고조
걍 마 싹 다 해치울 수 있을 것 같고 어? 아 이정도면 마 집도 그냥 막막 지을거 같고 !!
야 별거 아니네~ 아주 그냥 어깨가 두피까지 솟음.
다락의 모양도 나오고 바닥도 어어어어어엄청 튼튼하게 지었다. 바닥은 하나하나 잘라서 격자로 이음
ㄷ ㄷ ㄷ 지금 생각하면 개고생이었다. 바닥이 내려앉는다거나, 양간지풍에 날아가고 싶지 않았다.
양양은 거센 봄바람인 양간지풍이 벚꽃 만개할 무렵에 불기 시작하는데, 그 위력이 컨테이너 쯤은 가뿐히 날려버릴 수 있다(옆동네에서 실제로 컨테이너 날아감. 소도 날아감.네?!!! 트루 실화임)
무서워서 원상복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열심히 튼튼하게 지음
*농막은 농지위의 가설건축물이어서 언제든 원상복구 가능하게 지어야함
식당 나가기에도 멀고 배달도 안해줘서 밥솥 갖다놓고 밥해먹으면서 용접함 ㅋㅋㅋㅋ 감금용접생활
자신감이 끝까지 용솟음치던 그 때, 온실도 달려본다
골조를 얻고 내 피골을 내어주며 골골대기 시작함
찬바람과 용접 연기 맡아가며 땡볕에 돌아다니다 해지면 뭐 제대로 바르지도 않고 쓰러져 자는 일과가 반복되다보니 대충 몇 년 한 방에 훅 가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냥 기분탓이겠지...
정신없이 용접하고 뛰어다니다 해질녘이 되어서야 정신이 들어 사진도 찍고 했다.
진짜 생생하게 뼈에 남을 개고생이었다. 사진만 보는데도 뼈에 한기가 서림
쨔쟌!챠랴랑 ~ 온실 골조 완성!
요술봉 한바퀴돌고 뿅.하고 나타났음 좋았겠지만..하루종일 용접 집게를 쥐었다폈다 매캐한 용접가스에 용접면을 써도 번쩍이는 불빛, 망치로 치고 갈아내고 스프레이뿌리고 지옥의 폴리퍼티 작업까지!
아 저 뽀리빠데라고 하는 저 작업 진짜 빡치고 너무 힘들었다.
온실은 천고가 4미터라 3.5미터 높이의 2단 아시바 위에서 덜덜덜 떨면서 작업해야했다. 바람이 불어 아시바가 흔들릴 때마다, 용접면 때문에 주변이 잘 안보일 때. 용접 불빛 껌벅일 때 마다 시야가 사라질 때. 달달달달달달달달 무서웠는데, 우린 서로 안 무서운척 했다.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모든 계획은 지켜지지 않기위해 있는 것 같았고 상상은 늘 배신당했다.
나는 이루고 싶은 것에 비해 너무 부족한 사람이었고
시간 또한 내 등 뒤에서 움직이는 듯 했다.
그러나 지는 해가 몰고오는 성그런 공기에 순응하며 하루가 마무리될때
조그만 스피커에서 나오는 canto della terra같은 노래를 들으며
숙명같은 대자연을 다시금 느끼고 뭉클해하는 그런 오락가락한 하루가.
사실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