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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리에 Nov 26. 2022

호텔 모닝 수영하면서 생긴 일

제 레인은 제가 정할게요.

특급 호텔에서 아침을 맞이하면서 내가 꼭 해야 하는 것은 모닝 수영이다. 호텔 모닝 수영은 언제나 나에겐 로망이다. 수영을 20여 년 전에 배운 덕에 수준급은 아니더라도 워터풀이던 수영장이던 바다에서든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즐겨온 실력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도 역시 빠질 수 없는 모닝 수영을 하였다. 아침 7시쯤 이른 새벽이라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고 조용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을 거라 기대를 하였다. 그리고 역시 실내 수영장에는 생각보다는 많았지만 5명이 먼저 수영을 하고 있었다. 수영장 길이는 20M, 깊이는 1.2M로 적당했고 온천수 수영장이라 몽글몽글 안개 같은 수증기가 가득하여 사람들이 선명하지 않고 흐릿흐릿하게 보여 더욱 따스하고 온화한 느낌이 들었다. 안에 들어가서 레인을 보내 3개였고 왼쪽 레인에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성 두 분, 오른쪽 레인은 남녀 두 명이 수영을 하고 있었고, 중앙에는 젊고 수영실력이 있어 보이는 남성 한분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자리를 선택할까? 아주 짧게 고민을 하다가 중간 레인을 선택한 후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난 호텔에서 모닝 수영을 잠수형이나 자유형, 그리고 배형을 하기를 좋아한다. 뽀송뽀송한 하얀 호텔 침대에서 일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 가는 색다른 즐거움을 은근히 즐기면서 부드럽고 편안하게 호텔 수영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온천 수증기가 가득하여 서로의 실력을 잘 알 수는 없었지만 다들 수준급 실력으로 빠른 스피드와 파워로 수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중앙 인에서 나와 함께 수영을 하고 있는 사람은 젊어 보였고 수영 실력도 좋아 보였다. 그렇지만 내 수영 실력을 그 사람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기죽을 필요도 없어 나는 그냥 나의 라인을 지키면서 상대방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앞으로 쭉쭉 헤엄쳐가면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호텔 모닝 수영을 참 빠른 스피드로 하네, 다들 너무 선수들처럼 각을 잡고 속도를 낸다 말이야. 난 그냥 편하게 여유로운 수영을 즐기고 싶어. 호텔에서 모닝 수영을 숨 가쁘게 할 필요는 없잖아, 난 이 부드럽고 여유로움이 좋아'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근데 20M를 수영을 하고 다시 원 위치로 돌아와서 잠깐 수경을 벗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왼쪽 인의 나이가 50~6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다가와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순간 처음 본 사람이 말을 걸려고 해서 놀랐지만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았다. "저기~ 그 인에는 지금 젊은 저분이 하고 계시고 우리 인으로 옮기시지?"라고 나에게 물었다.

이 물음이 나에게 온 찰나에  '어~뭐지'하면서 상당한 불쾌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여인에게 대답했다.

 "음~ 제가 수영하는 제 인은 제가 정할게요. 서로 조심하면서 안 부딪히면 되죠."라고 말했다.

 그녀가 "아~네"라고 대답을 했고 나는 다시 출발점에서 잠수형으로 앞으로 쭈욱 시원하게 나아갔다. 그리고 수영을 하면서 금방 그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 여성은 자기 판단으로 중앙 레인의 남성의 수영 실력이 좋고 빠른 스피드로 하고 있으니 나의 여유로운 수영 스피드가 그에게 약간은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 것 같은데. 그래서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두 명이 있긴 하지만 자기들 인으로 옮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혼자 판단을 하신 것 같아. 하지만 난 너무 기분이 나쁜 데, 왜 나의 수영 인을 자기가 정하려고 하지'라고 말이다.


나는 그 짧은 찰나에 나온 나의 대답이 너무 시원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호텔 모닝 수영을 하면서 내가 누구에게 방해될 정도로 수영을 하고 있지도 않다. 그냥 서로 조금의 실력 차이와 속도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 비교되어 실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서 당사자의 요청도 없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제삼자에게 여기에서 수영할지 저기에서 수영할지가 결정되어 인 변경 요청을 받는 게 당사자에게 굉장히 불쾌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여성은 나의 인 결정에 대해 변경을 요청할 어떤 위치와 이유도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말을 해서도 안된다. 세상에 잘나고 강한 사람이 있다면 그에 비해 조금 못나고 약하다고 해서 당사자의 요청도 없는데 순순히 자리를 비켜주고 물러나야 하는가? 나는 이러한 상황이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많이 일어나는 것을 보아왔다. 비장애인에 비해 불편한 신체를 가졌다고 해서 조금 다른 행동으로 인해 어설퍼 보이고 느려 보인다 해서 그들의 의지와 선호가 원하는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없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약자라고 해서 스스로 움츠리거나 아니면 그들을 움츠리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고 시선을 보낸다. 나는 이런 불합리한 시선과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앉고 싶어 하고 그리고 선택을 할 수 있다. 자기의 선택이 그대로 인정되고 존중되는 것을 원한다. 항상 내 의지와 취향도 중요하듯이 상대의 의지와 취향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상황이 장애인이라고 해서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그들의 의지와 취향이 다르게 선택되거나 움츠려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의 선택과 인격이 자기 결정권에 의해 스스로 결정되어야 하고 다른 누군가가 그 결정권의 운전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그도 그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그 사이에 내가 들어갈 때에는 조금 더 많이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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