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임신, 출산의 로망은 언제쯤 돌아올 것인가
코로나에 빼앗긴 일상이 한두가지이겠냐마는,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 아빠들은 특히나 남들 다 하는 임신, 출산의 로망을 많이 빼앗기고야 말았다. 가령 태교여행이나 만삭 사진, 그리고 임신 검진과 출산 시의 남편의 동반까지도 말이다.
사실 이런 모든 로망이란 게 결국엔 엄마, 아빠의 욕심이긴 하나, 새 식구를 맞이하기 전, 온전히 부부 둘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앞서서 부모가 된 선후배, 동료들은 부모가 아닌 부부의 시간을 맘껏 즐겨두라고 강력히 권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와 스웨덴 남자 역시도 한참 태교여행을 갈 수 있을 주수가 올림픽 종료 후 일본의 코로나 확산 상황이 극한에 달하던 때였던지라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만삭 사진을 찍을 무렵엔 다소 소강상태라 어찌어찌 찍었는데, 막상 출산이 다가오니 오미크론이 또 한바탕 세계를 휩쓸고 있다.
사실 나는 대학병원 출산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로컬 병원에 비해 코로나 예방 기준이 굉장히 엄격하다. 그래서 남편 동반 출산과 입원 중 면회는 애저녁에 금지된 상태였고, 그나마 산부인과는 특수성을 감안해서 출산 후 1시간 패밀리 타임을 가질 수 있는 배려 정도는 받을 수 있다. (물론 지금 상황이 상황인지라 혹시 이마저도 금지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상태지만) 나의 경우, 요코하마시의 산후 케어 프로그램을 이용할 계획인데 만약 계획대로 이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병원에 6박 7일 추가 입원을 하게 된다. 즉, 스웨덴 남자는 최악(?)의 경우 열흘 넘게 첫 아이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는 울상이 되었다.
모처럼 받은 출산휴가도 집콕으로 끝나버렸다. 출산 전 마지막으로 예쁜 카페도 가고 산책도 많이 하겠다는 계획은 당연히 성사되지 못했다. 만약에라도 코로나에 감염되면 자연분만은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출산 후에도 완치 판정을 받을 때 까진 아이를 볼 수 없는 최악의 출산을 맛보아야 함을 알기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내 삶에 둘째가 있다면 그때는 로망을 실현할 수 있을까. 코로나에게 빼앗긴 기회와 순간이 너무나도 많아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