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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달호 Nov 13. 2018

오나상과 존마네

[편의점 아저씨, 도쿄 편의점 탐방기 (03)]

한국에서 편의점 주인장을 부르는 호칭은 브랜드마다 다르다. CU에서는 '점주'라 하고, GS25와 세븐일레븐은 '경영주'라 부른다.


사실 이 '경영주'라는 표현이 한자문화권 어디에도 없고 한국에만 독특한, 편의점 업계에서 처음 시작된 호칭이다. 경영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경영주'라 부른다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설명하지만, 소유의 개념이 강한 '점주'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뭉뚱거리는 목적 또한 분명 있었을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점포의 주인'이라 말하기 애매한 가맹점주도 있으니 말이다. (이건 뭐...... 성골, 진골 구분하는 것도 아니고...... )


그럼 일본에서는 편의점 주인장을 뭐라고 부를까.


거의 모든 브랜드가 '오나'라고 부른다. 영어 Owner의 일본식 발음이다. 거기에 일본어 존칭인 '상'을 붙여 "오나상"이라고 한다.


사실 일본 편의점 주인장들이야말로 주인이라 부르기 애매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일본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건물을 임차하고 인테리어까지 다 한 다음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형태의 편의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냥 '점장'이라 부를 수도 있지만 깍듯이 '오나상'이 존대한다. 한국과 일본의 묘한 차이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일본 편의점에서 오나상과 점장은 매우 다른 신분(?)이다.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에서는 점주 또는 경영주. 일본에서는 오나상

한국 편의점에는 점포마다 본사 관리직원이 있다. 보통 본사 직원 한 명이 7~8개 편의점을 담당하며 관리한다. 매일 1~2개 점포를 순회하면서, 점포당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방문해 경영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이 직원의 역할이다.


이 분들을 부르는 호칭도 브랜드마다 다르다. GS25에서는 OFC, CU에서는 SA, 세븐일레븐은 SV 등인데 무엇의 약자인지 굳이 하나씩 소개할 필요는 없겠다. C는 컨설턴트, A는 어시스턴트이니 이분들 본연의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 쉬이 가늠할 수 있다.


일본 편의점에도 역시 OFC와 SV 등이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있는 한국인 '오나상' K씨와 OFC의 관계를 들여다보니 역시 한국과는 다른 미묘한 차이가 보였다. 뭐랄까, 파트너 같은 느낌이었달까? 같은 회사의 동료끼리 동등한 입장에서 머리를 맡대고 현안을 토론하는 느낌? 그런 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당연하잖아요. 나는 본사의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어쨌든 본사와 15년 계약을 맺고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고, OFC는 그런 본사를 대표하여 우리 점포를 찾아오는 직원이니..... 같은 회사의 소속원으로 만나는 것이나 다름없죠."


아니, 아니, 뭐라고요? 15년?


그렇다. 한국에서 편의점 가맹 계약 기간은 길어야 5년인데, 일본은 기본 15년이다. 그 이야기도 나중에 하자.


일본의 '오나상'과 OFC 관계는 한국보다 약간 사무적이면서도 오히려 친근해 보였다. 일 할 때는 엄격하지만, 일이 끝나면 인근 이자카야에서 맥주잔 기울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생일이나 경조사도 서로 챙겨준단다. 보통 6개월 단위로 교체되는 한국의 OFC와 달리 일본의 OFC는 최소 1년 정도 담당을 유지하는데, OFC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서 떠날 때 K씨는 이름이 새겨진 만년필을 선물했다고.


"앞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가게 되면 꼭 내가 선물한 만년필로 사인을 해줘."


멋진 오나상이다!


한국에서는 OFC 예닐곱 명의 상급자로 '팀장'이 존재한다. 다른 회사에 비유하자면 과장이나 부장쯤 되겠다. 팀장은 하나의 지역을 담당한다.


일본에서 OFC 상급자를 뭐라고 부르냐니까 K씨가 머뭇거린다.


"왜요?"

"그게 저...... 한국인이 들으면 좀 거북할 수 있는 용어라서...."

"????"

"그게 말이죠....... OFC 상급자로 한 지역을 담당하는 선임OFC를 일본에서는 '존마네'라고 부른답니다."


존 매니저(Zone manager)의 준말이란다.


작년에 오나상 K씨의 편의점을 담당했던 OFC는 올해 존마네가 되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단다. 지금쯤 K씨가 선물한 만년필로 의젓하게 결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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