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아저씨, 도쿄 편의점 탐방기 (05)]
삼각김밥은 편의점에서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다. 편의점 점주들이 주문을 하고, 전문적인 공장에서 생산, 배달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로 시작해 죄송합니다.)
보통 아침 9~10시 사이, 전국 편의점 점주들은 열심히 주문량을 입력한다. 다음날 판매할 삼각김밥 수량을 예측해 입력한다. 그 예측이 딱 들어맞으면 좋겠지만, 거의 대부분 남거나 부족하다. 예측이 틀려 남으면 버려야 하고, 예측이 틀려 부족하면 손님에게 미안한 일이다. 보통 최근 판매량, 전년도 판매량, 일기예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점쟁이 수준의 예지력을 발휘해 발주한다.
그런데 발주 마감시간을 놓쳐버리면 대체 어떻게 될까?
과자나 음료수는 본사에 전화해 발주 마감시간을 놓쳤다고, 추가로 주문을 넣자고 하면 받아들여지지만 삼각김밥이나 도시락은 그럴 수 없다. 전국 주문량이 취합되자마자 공장으로 통보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공장에서는 삼김김밥 종류별로 당일 생산목표를 정해놓고 하루종일 전쟁을 치르겠지. 그러니 특정 편의점을 위해서만 수량을 추가할 수 없는, 원천적으로 그런 구조다.
따라서 편의점 점주들에게 가장 낭패인 경험이 있다면 삼각김밥 발주시간을 놓쳐버리는 일이다. 누구나 한두 번은 그런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멍 때리고 있다 놓치기도 하고, 아침에 손님들이 갑작스레 밀려들어 카운터에서 복작거리다 깜빡 발주를 잊기도 한다. 어쩌랴, 다음날 텅빈 진열대를 바라보며 자신의 손가락을 원망하는 수밖에.
내가 일본에 체류하며 오나상 K씨의 편의점을 드나들던 때, 하루는 K씨가 발주를 놓쳤다.
일본 편의점의 발주마감 시간은 오전 11시. 보통 다른 날에는 나랑 같이 발주했다. 편의점 2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K씨가 발주를 하고 있으면, 나는 옆 자리에 나란히 앉아 노트북을 펴놓고 한국 매장의 발주량을 입력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과 일본 편의점의 발주가 한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묘한 감동(?)의 현장이었다.
그날은 내가 호텔에서 이미 발주를 마치고 느긋하게 인근을 산책하며 K씨 편의점으로 향했다.
“굿모닝~ 발주 다 하셨습니까?”
“흐헉!!!”
시계는 11시 0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마도 나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발주를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단 3분이라도, 아니 단 3초라하여도, 일본에서도 삼각김밥 발주는 추가가 안 된다. 이미 문 닫은 수험장에 달려가 ‘열어달라’ 애원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하릴없이, 다음날 삼각김밥을 팔지 못할 운명에 처했다. 괜스레 내가 미안해졌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편의점 점주들에게는 ‘2편’이라는 히든카드가 있다. 삼각김밥은 하루에 딱 한번만 편의점에 배달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마다 다르고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한국 수도권 프랜차이즈의 경우 1일 2배송이 이루어진다.
오전에 한번, 보통 새벽 1~4시 사이에 들어오는 삼각김밥을 1편이라 부른다. 가장 맛있는 삼각김밥을 드시고 싶은 독자는 그 시간에 편의점에 찾아가시면 된다. (힘들겠지요?) 그리고 오후 1~4시 사이에 들어오는 삼각김밥이 또 있다. 그것이 2편이다. 가장 맛있는 삼각김밥을 드시고 싶은 독자들은 역시 그 시간에 찾아가면 된다. (그건 그리 어렵지 않겠지요?)
만약 1편 발주를 놓치면 전화로 2편 추가 발주를 하면 된다. 그럼 삼긱감밥 없이 반나절만 버티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
일본은 ‘3편’이 존재한다. 삼각김밥이 하루 3번 배달되는 것이다. 그러니 삼각김밥이 맛없을 수가 있겠나. 삼각김밥이 편의점에 하루 2번 들어와 12시간을 버티느냐, 3번 들어와 8시간을 버티느냐. 삼각김밥이 편의점에 들어와 차가운 4~5도에 보관되느냐, 상온에 가까운 18~20도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느냐. 이런 거대한 차이가 한국와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다.
(계속)
※ <편의점 아저씨, 일본 편의점 탐방기>는 브런치 연재를 묶어 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