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아저씨, 도쿄 편의점 탐방기 (07)]
일본 편의점은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를 배송하는 차량이 서로 다르다. 한국에서는 냉장과 냉동만 구분하지 냉장에서의 온도 차이는 그리 고려치 않는데, 일본은 그것까지 염두에 두며 배송하는 것이다.
이럴 때보면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섬세한 일본인들의 원칙주의에 놀란다.
아무리 삼각김밥의 최적 보존 온도가 섭씨 18도라 하여도, 공장에서 편의점까지 운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기껏 6시간 내외. 그 시간동안 4도짜리 냉장트럭에 있었다 하여도, 내가 볼 때는, 맛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기껏’이라 치부하는 것들을 그들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삼각김밥 하나에도 사활을 거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이쯤되면 “한국의 편의점 업계는 너무하는 것 아니야?”하고 눈을 부릅뜰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 편의점의 놀라운 팩트는 여기에 있다.
내가 한국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의 삼각김밥, 줄김밥 판매량은 하루 1백개 정도 된다. 꽤나 매출이 좋은 점포인데도 그렇다. 일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인 K씨의 편의점은 매출 규모로 따지며 일본 평균쯤 해당하는데, 하루에 판매되는 삼각김밥 수량이 300~500개에 달한다. 일본은 삼각김밥이 하루 1,000개 이상 판매되는 편의점도 숱하게 많다.
사실은 이것이 결정적 차이다.
일본은 규모가 받쳐주니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를 구분하여 배송하는 시스템이 가능한 것이다. 수요가 거대하니 편의점 브랜드마다 차이(경쟁력)를 만들어내기 위해 배송하는 과정의 보존온도까지 세밀하게 신경 쓰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처럼 삼각김밥이 편의점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별로 크지 않고, 삼각김밥이 있든 없든 크게 상관없는 편의점마저 수두룩한 구조에서는 투자와 관리 필요성도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자, 그렇다면 한국 편의점 삼각김밥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금부터 우리는 ‘삼긱김밥 먹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걸까? 점주 입장에서는 그랬으면 좋겠다. 하하하, 물론 농담이다. 수요는 억지로 끌어올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그저 간단히 ‘수요’라는 용어로 정리하지만 사람들의 식습관, 문화, 생활패턴, 의식구조...... 그런 것이 다양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이 수요라는 ‘결과’이고 현상이다.
그나저나 삼각김밥 발주를 놓쳐버린 우리 K씨는 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2편과 3편을 추가했다. 그날 K씨 편의점은 8시간 정도 삼각김밥을 팔지 못했다. 텅 비어버린 삼각김밥 진열대를 보면서 나도 마음이 아팠다.
나랑 K씨가 한국과 일본 편의점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K씨 부인이 매장 일을 돕기 위해 편의점에 도착했다. 1편 발주를 놓쳐버렸다는 말을 듣고는 황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 4년간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딱 두 번 이런 일이 있었단다. 그런데 하필 내가 일본을 방문한 시점에, 딱 그 시점에 세 번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 남편을 홀린 사람’이란 K씨 부인의 의혹의 눈초리를 피해 슬금슬금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K씨 편의점은 넓어서 좋다.
(계속)
※ <편의점 아저씨, 일본 편의점 탐방기>는 브런치 연재를 묶어 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