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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묘한집사 Jul 02. 2021

포 이야기 (5)

후지마비 아기 고양이의 생존 임보 일기

임보 27일 째 . . .


꼬질하고 애처로워 보였던 포는 이제 깨알 발랄한 아기 냥이로 오묘 언니 오빠 냥이와 함께 노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이제 포는 침 맞는 것이 싫어서 20분간 가만히 있질 않아 오늘은 몸부림으로 침을 네 개나빼 버리는 괴력을 보였다.

왼쪽 다리에 힘이 덜 들어 가서 기어 다니는 자세가 자꾸 삐뚤어 져서 고민이다.

매번 혈자리도 조금씩 바꾸어 가며 침을 놓고 있는데 효과가 있는지 매번 오줌을 짜내던 것을 3시간 마다 배를 살살 문질러서 혼자 눌 수 있도록 바꾸고 있다.

언젠가는 혼자 오줌을 눌 수 있을 것 같다 ㅎ ㅎ

이제 좀 컸다고 츄르에 섞인 약도 거부할 줄 알고 낯도 좀 가리고 그러나 집에서는 안가는 곳이 없이 온통 앞발로 휘 젖고 다닌다.


포를 집에 데려다 놓고 길고양이 친구들이 배고프지 않게 깨끗한 물과 고봉밥을 챙겨주고 왔다.

포는 오늘도 가득 찬 고마운 하루를 살아 가는데 길아이들도 배려와 나눔이 필요하다.




임보 29일 째 . .


정말 한여름의 화창함이 반짝이는 하루 .

포의 집은 천장 에어컨이 방과 거실에 있어 아주 시원하다.

그래서 오묘들은 에어컨을 끈 방에 각자 흩어져 자리를 잡고 있다.


오늘 포는 서귀포 ㅈ 동물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도 찍고 초음파 검사도 하고 그동안 척추 골절로 무겁게 대 놓았던 압박 붕대를 4주만에 풀었다.

더 이상하면 가슴이 너무 압박되어 장기 이상이 생길수도 있다고 . .

벌써 갈비뼈도 압박으로 모아져 있고 장기들도 아래로 쳐져 있어 등이 더 길어 보인다.

초음파로 장기를 확인한 결과 원래대로 회복이 가능 하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다.

압박 붕대를 푼 포의 가슴은 가냘프게 가늘어져 있고 배는 볼록한 좀 이상한 모양이다.

그동안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었을까 . . .

1kg이었던 몸무게가 압박붕대를 푸니 950g이제는 더 잘 먹여야 한다고 해서 집에 와서 닭가슴살 섞인 맘마를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했다.



확실히 압박 붕대를 푸니 밥을 잘 먹는 것 같다.

오줌도 방광염이 자주 와서 더 이상 짜 주지 않고 배를 문질러 오줌 누는 것을 유도하여 스스로 힘을 주고 누도록 하고 있다.

누워서 다리 운동 하는데 편안한지 골골거리며 손장난을 친다.

엄마 집사가 좀 편하려고 산 신문물 자동 장난감으로 저녁에 모처럼 오묘와 포가 함께 있는 사진을 찍었다.

가볍고 가는 포의 허리를 들때마다 너무 안스럽지만 포는 잘 먹고 잘 자고 예쁜 맛동산도 만들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캣 초딩으로 변신하고 있다.


포의 오늘도 맑음 ㅎㅎ

맑고 큰 눈을 가진 아이 ~~ 포


포는 세상의 희망이 되고 싶다.




임보 35일 째 . .


포의 침 치료 시간이면 감각이 많이 살아나서 아프다고 발버둥거리고 20분 동안 계속 애옹 거리며 엄마 집사의 손을 마구 물려고 한다.

그래도 침 치료 효과로 발에 조금 힘도 들어가고 맘마 먹을 때 중심 잡고 세워 놓으면 두 발에 힘주고 5초 정도 서 있기도 한다.

서서 먹자는 엄마 집사의 밥상머리 교육 ㅎ ㅎ

이제 오줌도 혼자 눈다.

문제는 기어 다니면서 누고 싶을 때 아무군데나 누는 바람에 온 집안에 포의 오줌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그래도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 . .

어제 밤에는 엄마 집사가 긴 잠을 자는 바람에 포가 온 집 안에 오줌 길과 응아 지도를 멋지게 그려 놓아서 덕분에 새벽에 따뜻한 물로 목욕도 하고 엄마 집사는 청소하느라 진땀 좀 흘렸다.

낮은 철망도 혼자 기어 넘고 작은 공을 앞발로 굴리며 축구도 하며 가끔 출몰하는 벌레도 잡고 정말 활발하게 잘 논다.


장애는 좀 불편한 것이지 불행한 것은 아니니까 ~~




임보 42일 째 . .


무더운 여름이 계속 되고 있다.

포는 일주일에 두번씩 침 치료를 하러 제주시 ㅌ 동물병원에 다니고 두번째 예방접종도 하고 침 치료도 투정없이 잘 받고 있다.

다행히 오줌도 혼자 볼 수 있어서 오줌길을 만들어 놓지만 더 이상 짜주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이제 엄마 집사도 걱정 없이 서너 시간 외출도 가능해 졌다.

대신 매일 청소를 열심히 ㅠㅠ

초소형 기저귀를 사서 채워 보지만 너무 허리가 가늘고 털이 미끄러워 돌아다니다 보면 금방 빼 버린다.

요즘 . . . 포의 입양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입양 홍보를 해야 할까 ?

누군가 가족이 되어 줄 사람이 있을까 ?




임보 일기를 쓰다가 …이제는 임보 일기를 쓰지 않기로 했다.

또다시 마주 하는 심연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 일까를 생각해 본다.

임보는 임종 시 까지 보호하는 것이라는 지인의 말이 목에 걸린다.


바로 그때, 포에게 문제가 생겼다.

혼자 누는 오줌의 색이 하루 하루 변하여 분홍색에서 붉은 빛을 띠는 피오줌을 보이는 것이다 ㅠㅠ

가슴이 쿵 내려 앉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방광염은 가끔씩 반복 되어서 약을 먹으면 괜찮아 지곤 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심각하게 느껴졌다.

오줌 배양 검사를 육지로 보내 했더니 못된 세균이 자리 잡고 있어서 한 달 약 먹고 일주일 쉬고 또 배양 검사를 하기로 했다.

약은 츄르나 닭가슴살에 섞어 주면 잘 먹는다


포의 방광염은 세 달이나 계속 되어 못된 세균을 죽이면 다른 세균이 나타나고 한 달에 한 번씩 배양 검사 후 약 먹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세 번째 검사 후 이제는 괜찮아졌다는 진단을받고 방광염 보조제와 면역제만 먹이고 있다.



그러는 동안 포는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이 되어 있었다.

이 녀석 정말 ~

기특하게 ~

활발하게 ~

상큼하게 ~

오묘 언니 오빠 냥이들을 따라 다니며 그렇게 지내고 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너무 습해서바닥 보일러를 틀고 제습기를 돌리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바닥 청소를 한다.

번개 치는 바깥 풍경과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바라 보면서길에 사는 아이들이이 비를 피해 어딘 가에 라도 들어가 있기를 바래 본다.



나는 5묘한 집사이다.

그러나 이제는 6묘한 집사가 되어 버렸다.

오묘와 행복한 포 ~ 집사

아무래도 오묘한 포 집사로 이름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요즘 포는 박스나 스크래쳐를 이빨로 뜯어 내기 신공을 보이고 있고 앞발로 5단 캣 타워의 기둥을 1초 만에 기어 올라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엄마 집사를 내려다 보고 있다.

내려 올 때는 한 단 한 단 지그재그로 내려 오고 ㅎ

침대에도 앞발로 기어 올라 이불 속에서 맛있는 잠을 자기도 하며 습식 대신 건식 사료를 오독 오독 소리 내어 씹어먹기를 좋아한다.




이제 오묘들도 포가 가까이 오면 알뜰 살뜰하게 털 고르기를 해 주고 같이 뛰어 다니며 놀아 준다.

포는 이제 7개월 반 정도의 캣 초딩이고 2.5kg의 작고 예쁜 몸을 가지고 있다.

요염한 포즈로 앉아 있기도 하고 발랄함이 포의 매력이기도 하다.

엄마 집사가 만지려고 하면 바로 깨물어서 온 손에 상처 투성이지만 쓰담 쓰담도 좋아해서 골골 그르릉 거리며 지그시 눈을 감고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몇일 전에는 정말 눈 앞에서 포가 뒷발을 쭉 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두 걸음을 걷고 주저 앉았다.


이것이 기적의 시작이 아닐까 ?

어렵게 시작된 묘연 . . .

포의 사랑스러움이 어려움을 이겨내게 해 준 것 같다.



포는 행복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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