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에서 알게 된 사랑스러운 고인
쿠폰 수집가이자 수제 쿠키 장인, 위험한 운전자, 약자의 대변인, 무자비한 카드 플레이어이자 자칭 '퀸 비치(Queen Bitch)'였던 마거릿 매릴린 드애더(Margaret De Adder)가 2021년 1월 19일 화요일에 사망했다.
제임스 R. 해거티,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p.130
2년 전 캐나다의 정치 만화가 마이클 드애더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마이클을 모른다. 그의 어머니인 마거릿도 모른다. 그런 내가 마거릿에게 애정을 느꼈다. 그녀의 부고가 너무나도 유쾌하고 사랑스러웠으므로.
죽음은 무겁고 무섭다. 사는 게 곧 죽어가는 것임을 우리는 잊고 산다. 죽음은 마치 바다 너머로 보이는 지평선처럼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영원히 살 것처럼 하루를 또 소비했다.
누구나 무겁고도 무섭게 삶을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는 되도록이면 유쾌한 삶을 살고자 한다. 죽음도 이와 같이 바라보면 어떨까?
유쾌한 죽음, 유쾌하게 죽는 것. 이런 생경한 표현은 죽음을 삶과 동일한 선상에 두고 바라보고픈 욕심에서 생겨났다. 아주 먼 미래가 아닌,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죽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일종의 연습이라고 생각하면 '유쾌한'이라는 형용사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의 저자 제임스 R. 해거티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편집자와 기자로 지냈다. 현재는 매일 2~3시간을 할애해 전 세계의 사망 기사를 찾아 읽고, 그들 중 누군가를 주인공 삼아 이야기를 쓴다. 그는 부고 전문기자다.
800여 명의 부고를 써 온 저자는 사망한 이들의 흥미로운 스토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화려한 이력 대신 소소함을 담는데,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자녀가 직면한 고난에 일일이 알려주는 대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아버지', '넉넉지 못한 형편에서 자라 10센트로 1달러를 만드는 탁월한 재능의 할머니'. 부고보다는 등장인물이 입체적인 소설 같다.
저자의 부고 쓰는 방식을 따라 해 볼 때 나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왓챠 VIP, 허리가 길어 슬픈 짐승, 육 남매 중 단연 가장 많은 이를 드러내 까악까악 웃던 리액션 장인 송화영, 사망하다.' 우리나라 정서에는 안 맞을지 모르겠으나 상당히 마음에 든다.
"죽음은 우리의 이야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앗아간다." 짐 해리슨은 그렇게 말했다. 인간이 남기는 흔적은 이야기가 전부다.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를 읽다 보면, 나의 삶을 기록하는 행위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나도 써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 즈음 저자는 친절하게도 부고 쓰는 법에 대해 자세히 안내한다. 글로 쓰는 것 외에도 녹음을 하거나, 가족 또는 지인과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예시도 나온다.
'내 주제에 무슨 이야기를 남기나', '나는 일기도 안 써 본 사람'이라며 부고를 시작할 엄두가 안 날 수도 있다. 나 역시 글을 쓰는 것이 어렵고, 생각처럼 결과물이 훌륭하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참고 쓴다. 그저 묵묵히 쓴다. 언젠가는 익숙해지리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당신은 당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두려울 가능성이 높다. 또한 당신의 이야기를 남기고 공유하는 곳에 대해 누군가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허영심의 표현이라고 비난할 것이 두려울 수 있다.
저자 제임스는 부고 쓰기를 어려워하는 많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힘을 실어 이야기한다.
"자기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어찌 보면 관대함의 표현이다. 당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왜 다른 사람들보다 일이 더 잘 풀렸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줄 기회다. 실패를 인정하고, 가족과 친구들이 이해할 수 없었던 몇 가지 일을 설명하고, 주어진 행운에 감사하고, 도움의 손길과 미소를 보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를 해라!"
유쾌한 부고가 아니어도 좋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야기를 써 보자. 지금 바로 펜을 들고 당신의 정확한 출생일을 적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당신이 첫째로 태어났는지, 둘째로 태어났는지를 적어보자. 이름에 얽힌 사연을 써 보자. 태어난 곳과 자란 곳을 떠올려 보자. 종교의 유무를 적어보자. 삶에 큰 영향을 준 요인을 적자. 배우자 또는 연인을 만나게 된 사연을 적자. 당신만의 특이한 버릇을 적어보자.
하나하나 되짚어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오직 자신만이 작성할 수 있는 회고록이 완성될 것이다. 삶의 기록이라는 뜻밖의 보너스를 누리는 일은 자신에게도, 가족에게도, 소중한 지인들에게도 가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유시민은 죽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는 해가 만드는 낙조는 일출만큼 눈부시지 않다. 하지만 아름다움으로 치면 낙조가 일출을 능가할 수 있다."
내 삶이 처음보다 아름다운 마지막을 향하는 여정이면 좋겠다. 그리고 내 숨이 다해 드디어 인생의 마지막 방점을 찍을 때, 나의 유쾌한 부고로나마 사랑하는 이들에게 미소 한 줌 던져 줄 수 있다면 무엇도 바랄 게 없겠다.
*참고: 제임스 R. 해거티,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