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쫓다가 미래 보고 옴
“잠깐 얘기 좀 할까요?”
오후 2시 반. 대표님이 부르셨다. 졸음도 쫓을 겸 이사님과 셋이서 가볍게 커피챗을 하려던 터였다.
뭐 좋아하세요? 라고 이사님이 내게 물었고,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저는 인문학을 좋아해요.” 내뱉고 보니 너무 거창한 말 같아서 서둘러 덧붙여 말했다. 행복이라든가 삶의 의미라든가, 그런 걸 얘기하는 게 좋다고. 그래서 최재천 교수님 같은 세계적인 석학, 한 분야에 오래 몸담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고. 밀도 높게 축적된 그것은 그분들만의 혜안이라서 더 가치가 있다고 믿으니까.
몇 분 후 커피챗은 전 직원 모두와 함께했다. 각자 무엇을 좋아하는지,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심도 있게 나눴다. 졸음이 쏟아져 멀건 눈을 느릿하게 끔뻑이던 나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 자리에서 상상했다. 회사가 커지고 직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지금의 대화가 역사가 되는 순간을... 멋짐 폭발하는 동료들의 눈빛에서 잠시 미래를 구경한 듯했다.
이 커피챗은 이사님께서 항상 가슴에 품고 산다는 문장을 읊음으로써 마무리되었다. 인상 깊어서 필사하고 사진을 찍었다. 각자의 올바름, 아름다운 메시지를 영혼의 힘으로 채우자. 이 회사 잠 깨우는 스킬이 어마어마하다.
231220
어느 날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