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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쵬개 Oct 04. 2023

엄마.. 나 배 아파...

과민성증후군의 아이


어릴 땐 왜 그렇게 긴장할 일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나란 아이는 나갈 준비만 하면 일단 울음부터 터뜨렸다고 하긴 했다. 그만큼 예민한 아이였으니 낯도 많이 가리고 긴장도 많이 했다.


그런데 시험은 왜 이렇게나 많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자리는 왜 이렇게나 많았었는지.


아주 어릴 때, 그러니까 초등학생 때까지는 별 수 없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화장실에 들락날락했다. 다행히 초등학교와 집이 멀지 않아서 참았다가 집에 가서 화장실에 갔다 오곤 했다(아무 화장실에서나 똥을 쌀 수 없었다. 특히나 초등학교 때는 아무도 학교 화장실에서 똥을 싸지 않지 않는가). 





 중학교 때부턴 그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학교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오래된 전통을 가진 학교! 학교가 오래된 만큼 당연히 학교시설도 좋을 리가 없었다. 절대 오랫동안 머물고 싶지 않은 장소 1위! 그때부터였다. 신호가 올 것 같은 날엔 자연히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정말 저주받은 장이 아닌가!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설사를 하거나 변비에 걸린 장-라이프라니. 똥-흑수저도 이런 흑수저가 없다. 흑흑.. 흑흑 흑수저


 이런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나만 있는 게 아니라 동생, 그리고 언니도 가지고 있었다. 다만 타고나길 더 예민한 아이였던 내가 제일 증상이 심했다. 낯가리지 않고 당돌했던 언니는 중요한 시험을 앞둘 때에만 증상이 나타났고, 타고나길 느긋한 동생은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식이다.


 다행히 커서는 그렇게까지 긴장할 일이 많지 않아서 내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었다. 대학교 입학 후로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고, 취업 때도 면접 볼 때 크게 긴장하지 않고 대충 보고 오고는 했으니까. 그런데 이게 언제 나타났느냐, 바로 여행 가기 전.


 너무나도 낯선 환경 앞에 놓이기 직전. 여행. 누군가와 함께하면 긴장이 되지 않지만 혼자 가는 여행이면 내가 선택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스트레스를 잔뜩 받았다. 그리고,, 아랫배가 싸-해졌다. 그때 기억이 난다. 아.. 나 과민성대장증후군 있었지. 흑..


 이러다 보니 여행에서 늘 챙기는 건 지사제와 유산균. 여행 전은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시작했다가 낯선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서는 장이 편히 활동을 하지 않아 기나긴 변비의 시기를 거친다. 여행지에서 종일 무거운 몸으로 움직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안 그래도 무거운 몸에 피로한 덩이 똥 n덩이 짊어지고 다니는 나의 몸뚱이를 힘겹게 힘겹게 끌며 다닐 때 그들은 나풀나풀 잘도 돌아다닌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원래 패턴을 찾는다. 이러니 내가 건강한 장-라이프, 똥수저의 삶이 부럽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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