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낭만적인 조합 같은데?
출근하자마자, 혹은 점심을 먹자마자 커피 한잔하며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은 필히 바로 이 신호를 받을 것이다.
[똥]
커피와 담배의 조합은 입냄새를 극악으로 만드는 조건이기도 하지만 장운동을 촉진하여 화장실을 잘 가게 하는 꿀조합이기도 하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커피를 마시면 똥이 마려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커피의 힘이다. 거기다가 대부분의 한국인은 유당불내증이 있으니 라떼를 마시면...(이하생략)
나는 이중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기관지가 약하기도 하고, 연기가 나의 호흡기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게 찝찝하면서도 불쾌하다(그러니까 시도를 해보긴 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커피는 어떠한가. 커피..!! 직장인이면 누구나 아침에 초췌하고 정신이 조금 나간 상태로 출근을 해서 커피 한잔을 약처럼 마셔주고 좀비에서 사람으로 변하지 않는가. 나도 그러하다. 백수시절에는 느지막이 일어나 점심 먹고 후식처럼 즐겨주었던 커피를 회사에서는 물약처럼 마신다. 점심 먹고 커피를 마시던 그땐 딱... 히 화장실로 달려가진 않았다. 하지만 회사에서 마시는 커피는 무엇이 다른가. 질이 다른가, 맛이 다른가, 기분이 다른가, 카페인이 다른가, 전부다인가? 커피를 들이켜면 얼마 안 가 신호가 온다. 모. 닝. 똥..!
안타깝게도 최근 위가 고장이 나기 시작해서 커피를 줄였다. 거의 끊다시피 했다. 나의 소중했던 똥 싸면서 돈 버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나 좀처럼 신호가 오지 않는다. 회사에서 해결하고 싶은 똥이 모이고 모여 하필이면 집에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며 처리하게 된다. 변기에 앉아 생각한다. 아까운 내 시간.. 이거 근무시간에 해야 하는 건데.
커피를 자유롭게 마시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똥도 못싸는 변비쟁이의 슬픔이란.
아끼고 아껴온 커피 마시기 찬스를 가끔 쓰는 날이 있다. 나의 기분전환을 위해 위를 조금 희생시키고 마시는 커피 한잔. 그리고 커피 한잔을 절반정도 즐길 때쯤 어김없이 신호가 온다. 아 이거지. 거의 뭐 치트키 아닌가?
흥미롭게도 마시는 커피에 따라 신호가 다르게 온다. 바로 신호가 오는 커피가 있고 조용히 지나가는 커피들도 있다. 뭐가 다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세균 배양환경과 거의 일치한다는 더치커피를 마시면 곧바로 신호가 오는 편.
자, 이제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위가 고장 난데에 이어 무릎이 아파오면서 염증반응이 올라올까 봐 술을 줄였다. 많이 줄였다. 인생의 즐거움을 조금 희생시키고 조금 건강한 '느낌'이 들었다. 무릎은 술을 끊어서 좋아졌다기보단 마시면 안 좋아지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안 마신다고 아주 건강해지거나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술을 마시면 그날 저녁부터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한다. 이 정도의 차이랄까.
나와 비슷하게 무릎이 아픈 친구 C가 있는데 한동안 같이 술을 끊다가 어느 날 날을 잡고 술을 마셨다. 그날의 대화 주제는 어쩌다 보니 '똥'이었다. 똥수저를 타고난 C는 심심하면 똥을 싸러 가는 축복받은 장을 지닌 친구였다. 하루에도 세 번은 화장실을 간다는 C. 2-3일에 한번 똥을 싸러 화장실을 간다는 내게 그가 내게 말했다.
"너 그거 술 안 마셔서 그런 거야."
'.....!'
그러고 보니 그랬다. 술을 즐겨마시던 나, 하루의 마무리로 맥주를 마시는 내가 있었고, 두 캔 이상 마신날을 꼭 다음날 오전 중에 똥을 싸러 갔다. 뭐, 장이 조금 불편한 상태의 똥이었지만. 말하자면 술똥을 쌌던 것이다.
요즘도 가끔 쓰는 방법이다. 매운 불닭으로 장 클렌징을 하기엔 부담스러운 날들.
모닝커피로 1차 시도를, 통하지 않으면 2차 시도로 저녁에 맥주를 두어 캔 마시고 자는 방법.
주변에 커피와 담배 술을 전부 다 즐기는 이들이 있다면 유심히 살펴보라. 그들은 확실히 똥을 잘 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