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문을 발로 차며 방 안으로 들이닥친다. 죽여버리겠다고 소리친다. 나를 사정없이 내리친다. 머리에서 검붉은 피가 콸콸 쏟아진다. 내 몸은 곧 창백하게 식어간다. 굳어가는 동안 나는 중얼거린다. 나는 곧 죽겠군요. 아니 잠깐 사라지겠군요.
악몽보다 더 생생하게, 끊임없이 날 괴롭히는 생각이다. 혼자 있는 방, 무서워서 덜덜 떨던 나는 문을 잠그고 웅크린다. 순간 오토바이가 달리는 소리가 덮쳐온다. 둑이 터진다. 숨이 턱, 막혀 호흡이 가빠졌고 무너진 둑에선 눈물이 쏟아졌다. 불안을 멈추기 위해 벽에 머리를 마구 부딪쳤다.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사람이 아닌 짐승처럼 신음했다. 통증이 느껴질 때만 숨을 쉴 수 있었다. 신체적 고통이 가시고 나면 공포가 또다시 나를 내리쳤다. 더 강한 통증을 느껴야 했다. 살갗을 가르고 붉은 것이 방울방울 맺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서 빨리 잠들어야겠다. 이 악몽을 멈추어야 한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진통제,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에 털어버리고 침대에 쓰러졌다.
다음날 지끈거리는 머리와 함께 눈을 떴다. 온몸이 흐느적거린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겠어.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한다.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무언가를 삼키며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도 함께 운다.
까만 밤에도 뜨거운 한낮에도 감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일전에 위로를 받았던 그림, 영화, 노래, 책 모든 것이 더 우울하게 했다. 사람들은 신나는 노래를 듣고 밝은 영화를 보라고 했지만 산만하고 시끄러울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힘도 나지 않았다. 학습된 파블로프의 개처럼, 무기력하게 매일 밤 살해당하고 있었다.
일전에 위로를 받았던 그림, 영화, 노래, 책 모든 것이 더 우울하게 했다. 사람들은 신나는 노래를 듣고 밝은 영화를 보라고 했지만 산만하고 시끄러울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힘도 나지 않았다. 학습된 파블로프의 개처럼, 무기력하게 매일 밤 살해당하고 있었다.
흔히 우울증을 ‘검은 개’로 비유한다. 나는 작은 강아지로 여기기로 했다. 강아지가 뭘 잘못했다고 때리거나, 베거나, 불로 지지지 않는다. 오히려 타이르고 안아준다. 강아지를 더 보살피고 사랑해준다.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나의 얼굴, 팔다리, 피어싱들, 옷과 신발들. 내가 맺어온 인연들, 내가 써 내려간 글들. 내가 경험한 따돌림과 먹은 것을 토했던 나날들과 너덜너덜해진 손목과 공포에 떨다 울음을 터트린 밤들까지.
내가 가장 젊고 예뻤을 때 나는 매우 절망적이었지만 그것마저 아름다웠다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믿고 있다. 어떻게 우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터득해 가고 있다. 위안과 지지를 보내는 시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검은 나의 강아지를 보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