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지도 Nov 13. 2019

두바이에서 집을 구한다는 것은 (2)

5. 계약 종료

1년은 금방 지나갔다. 

K는 임대차 계약 종료일을 두 달여 앞두고 임대인이 알려준 대리인에게 문자로 연락했다.     
               


K :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계약기간 만료일이 다가오기 때문에 제가 이사 갈 것인지, 아니면 재계약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해서 연락드립니다. 
         제가 주변 시세를 좀 알아봤더니 요즘 아파트 렌트비가 내려갔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이 집 렌트비를 좀 깎아주실 수 있나요?

대리인 : 렌트비 부분은 제가 결정할 수 없습니다. 임대인에게 확인해 보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저는 이 곳이 마음에 들어서 가능한 한 재계약하고 싶습니다. 

         렌트비 부분만 조금 조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일주일 후,

일주                    

K :     안녕하세요, 
         제가 연락드린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 회신이 없어서요. 제가 말씀드렸던 렌트비 조정 부분은 

         어떻게 되었나요?

대리인 : 임대인에게 확인을 해봤는데 디스카운트는 어렵겠습니다.
            재계약한다면, 렌트비는 기존 금액과 같습니다. 

K :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재계약이 어렵겠네요. 계약 종료일에 맞춰 이사 가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두바이에서도 이사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재계약을 할 수 없게 된 K는 새 집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조금 더 저렴하면서도 적절한 수준의 새 집을 구하게 되었다. 

계약 종료일에 맞춰 이사날짜를 정한 K는,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집 열쇠, 보안카드 등을 임대인에게 돌려주고, 자신이 지급했었던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하여 임대인 측에 연락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여러 차례 이메일과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임대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안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K가 달리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모든 공과금 지급을 마무리한 후 새 집으로 이사를 하였고, 천천히 새 집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새 집으로 이사한 후 석 달 정도 지났을 무렵인가.. 

법원 스탬프가 찍힌 아랍어로 잔뜩 적힌 문서가 K 앞으로 배송되었다.
불길했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머뭇거리는 사이, 1~2주가 지나갔고, “사이프 무함마드 사다함 하마드가 소송을 제기하였으니 재판에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K는 계약 종료일 60일 전에 임대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고 집 열쇠를 반납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은 갱신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K는 임대료와 밀린 공과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K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분명히 두 달 전에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계약 종료일에 정확히 이사했으며 그전에 각종 공과금은 모두 지급했고, 열쇠를 반납하지 않은 것은 임대인에게 수 차례 연락했지만 답이 없어서였을 뿐이지 나의 잘 못이 아니다. 더구나 나 역시 아직까지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 후로 몇 번의 법정다툼을 했지만 K는 패소했고, 임대인은 판결 확정에 맞춰 신속하게 '집행 신청'을 했으며 K는 출국금지되었고,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

결국 K는 임대차 계약 종료일부터 소송 종료일까지 계산된 차임과 소송비용을 지불하고서 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6. 두바이에서 집을 구한다는 것은


두바이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 엄청 큰 집, 엄청 좁은 집, 깨끗한 집, 더러운 집, 주변 인프라가 좋은 집, 썩 안 좋은 집 등등 매우 다양하고, 임대료도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어느 집을 구하든, 그때마다 임대차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그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이처럼 안타깝지만 답답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임대인과는 전화통화를 했더라도 이메일을 통해 최종정리를 하고, 계약 중에 발생한 하자 등에 대해서는 사진을 첨부하여 이메일을 발송하는 것이 좋다. 특별히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문서에 공증을 받으면 더욱 유효하다.  


만약 이사를 했다면, 前 집에서 사용했던 '전기, 가스, 수도, 에어컨 등 관련 공과금’을 모두 납부하고 clearance certificate 을 발급받는 것이 추후 불필요한 다툼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위 clearance certificate 를 발급받는 데에 짧으면 2~3일, 길면 일주일 정도 걸릴 수 있으므로 최소한 계약 종료일로부터 1주일 전에는 이사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계약기간에서 1주일 정도를 손해 보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래도 임대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것보다는, 계약 만료 일 전에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백배 천배 낫다.

그리고 임대인에게 위 clearance certificate과 key 등을 반납한 후 임대인 측 (대리인, 중개인 등)과 함께 임대차 목적물 확인 절차 (inspection)를 거치고, 보증금에서 공제할 것은 공제한 후 남은 것은 돌려받으면 된다.  

만약 계약 종료일이 다가오는데 갑자기 K의 임대인처럼 연락이 안 된다면, 위에서 언급한 “clearance certificate”를 발급받아 집 열쇠 등과 함께 관련 기관 (Land Department)에 제출하고 확인서를 발급받는 것이 혹시 모를 분쟁에 대비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보증금!!

(1)   1편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K는 1년 치 임대료의 5%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지급했었는데, 그 보증금의 용도는 임차 목적물의 하자 및 임차인이 퇴거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것이었고, 별 문제가 없다면 계약 종료 후 퇴거할 때 돌려준다고 했었다. 

(2)   결론부터 말하자면, K는 그 보증금도 날렸다.

(3)   한국에서라면, 소송 과정에서 나의 의무와 상대방이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을 것이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내가 지급해야 할 금액에서 내가 받아야 할 보증금은 상계처리되었겠지만, 이 곳 법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건 별개 문제이므로 따로 임대인에게 소송하라고 했을 뿐.

(4)   보증금 받자고 소송을 하는 것도 곤혹스러운 일이었지만 K가 결국 포기한 이유는,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다.
 
임대인이 K에게 말했다. 
 - 뭐...  내가 받을 건 받았으니 네 보증금은 돌려줄게.
 - (그래도 양심은 있네.) 그래, 그럼 다음 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두바이 몰에서 보자.


***
 약속 당일,
 - 나 약속 장소에 왔어, 언제 도착해?
 - 어??? 미안, 내가 다른 일이 있어서 다음에 보자.
 - (어후, C….) 그럼 언제?
 - 어, 다음 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같은 데서 보자.
 
***

 또, 약속 당일,
 - 나 약속 장소에 왔어, 언제 도착해?
 - 어, 진짜 미안. 내가 깜빡했네. 오후에 내가 있는 데로 올래?
  

***

‘천장에 달았던 샹들리에 못 자국 하나하나까지도 모두 보증금에서 공제하고 나니 240만 원 중에 돌려받은 것은 60만 원에 불과하더라. 애초부터 돌려받지 못할 돈이라고 생각하는 게 차라리 속 편할 뻔했다’는 친구의 이야기도 한몫했다. 
   


와우, 굉장한데. 

두바이, 생각보다 너무 좋은데.

맞아.

좋은 게 너무 많지.

근데, 아홉가지가 좋아도 한 가지가 싫으면, 때론 그 한 가지가 좋은 아홉가지를 다 잡아 먹어서 모든 것을 싫게 만들때도 있더라.


<끝>


작가의 이전글 두바이에서 집을 구한다는 것은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