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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아재 Sep 17. 2018

안녕? 우리 룸메이트 할래?

캘리포니아 부동산 전쟁과 렌트 지옥


집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사실 20대 후반이 되기 전까지는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나에게 집을 구매한다는 것은 가정을 꾸민다는 의미가 강했으므로 그전까지 내가 사는 곳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컸던 것 같다.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서서히 생각하기 시작할 나이가 될 무렵, 집 장만이라는 것은 언젠가 이뤄야 할 커다란 숙제 같은 짐이 되었고, 뒤늦게 시작한 집 서치는 나에게 절망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2009년 1월 즈음이었던가. 회계법인에서 인턴쉽을 시작하면서 UC버클리 캠퍼스 바로 앞의 대여섯 평이 될까 말까 아주 오래되고 햇빛도 들지 않던 반지하 스튜디오(한국의 원룸식)에서의 생활을 정리했다. 단지 학교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이고 가격이 쌌다는 이유만으로 살게 된 곳이었다. 생활공간이 비좁아 침대 위 아니면 책상 의자에 앉아 있어야만 했던 그 작은 방의 추억을 뒤로하고 새 출발을 위해 주변에서 가장 깨끗한 새동네로 이사를 감행했다. $950불, 바로 9년 전 그 당시 내가 새로 이사한 에머리 빌(Emeryville)의 15평 남짓 스튜디오의 한 달 렌트(월세) 값이다. 같은 아파트, 그 안의 똑같은 스튜디오가 지금은 렌트비 $2000불을 육박한다. 같은 시간 동안 회계법인의 초봉은 대략 오륙천 불 정도 올랐으니 세금을 떼고 월급이 몇백 불 오르는 동안 집값은 거진 두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심지어 시내 한가운데도 아니다. 어디서부터 이 미친 부동산 폭주가 시작되었을까.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경제 호황과 불황은 영원히 되풀이된다.


폭락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2007-2008년 즈음을 기점으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Subprime Mortgage) 사태로 인해 풍비박산이 났다. 집값은 반토막이 났고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으며 실업률은 10%까지 치솟았다. 리먼 브라더스 (Lehman Brothers)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을 것이다. 세계 4위의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의 어느 날, 나는 회계학 석사과정 중이었고 여느 날처럼 수업을 듣고 있던 와중에 들려온 소식은 곧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 모든 석사과정 학생들과 교수님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시작된 전 세계 최악의 금융 위기. 크리스천 베일과 브래드 피트 등이 주연한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를 보면 어떻게 해서 미국에서 돈 한 푼 없이 집을 여러 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수많은 몰기지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디폴트(Default:채무 불이행)하게 되었는지, 그 시한폭탄이 어떻게 터지게 되는지의 그 과정을 수많은 경제/금융 용어와 함께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데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제발 보기를 강추한다. 나오는 용어들이 조금 어렵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재미있고 전반적인 경제 현상을 이해하기에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Fun fact - 금융에서 숏(Short)이라는 말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어로 공매도라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주식/금융상품을 숏셀링(Short selling)한 이후에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결제일 이전에 떨어진 가격에 사들여서 그 차이만큼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투자 방식이다. 예를 들자면 $10불짜리 주식을 숏셀링 한다면 차후 결제일 이전에 주식이 $9불로 떨어졌을 때 사들여 $1불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빅쇼트는 바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문제점과 부동산의 붕괴를 예상하고 모기지 파생 상품을 어마어마하게 숏셀링 하여 폭락과 함께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된 미국 천재 투자자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나는 살면서 운이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그랬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나름대로의 노력과 맞물린 결과이겠지만, 편입도 원하는 학교에 무사히 붙었고, 미국과 전 세계가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이 하던 2009년도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을 시기에 가장 가고 싶었던 회계 법인으로의 취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사회생활 몇 년 차에 투자에 큰 관심을 갖게 되면서 주식과 펀드로도 꽤 괜찮은 수익을 내왔다. 그런게 아직까지는 부동산 쪽으로는 관심은 늘 있었지망 별다른 운이 크게는 없었다.

서브 프라임 사태로 인한 최악의 경제 불황이 서서히 정리되가던 2013년경부터 시작된 부동산 붐, 그리고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링트인, 테슬라, 엔비디아, 넥플릭스 등 수많은 IT기업과 첨단산업을 주도하는 스타트업들과 그들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성공담들로 지속되 온 실리콘 밸리의 역대 초호황기. 지금도 우스갯소리로 지인들과 하는 말이지만 2011년-2012년 즈음 온갖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구매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쓴웃음 짓곤 한다. 불과 6-7년 만에 샌프란 시스코 근방과 베이 에어리어(Bay Area) 많은 집들은 최소 1.5배에서 2-3배 이상까지도 가격이 폭등했다. 그런 점에서는 타이밍상 내가 운이 좀 없었다고 생각했다. 집값이 가장 쌌던 시기에는 워낙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부동산 쪽은 감히 엄두를 낼 수도 없었거니와 모아놓은 돈도 택도 없었기 때문이다. '몇 년만 더 일을 일찍 시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늘 있는데, 뭐 어차피 모든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니까 소용없는 아쉬움일 것이다.


이즈음 미국의 부동산 붐과 맞물려 캘리포니아에 중국 투자자들의 막대한 현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중국 사람들은 부동산에 투자(라고 쓰고 투기라고도 읽는다.) 하는 것을 특히나 좋아하는데, 경기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중부자들이 중국 정부의 부패 척폐 운동과 함께 불안정한 중국 자금 시장에서 돈을 빼내어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인 캘리포니아의 부동산에 미친 듯이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여행온 김에 집을 사고 간다"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돌아다닐 정도였는데, 일반적으로 주택 대출(모기지)을 끼고 집을 사는 미국에서 중국인들은 현금박치기로 집을 사기 시작했고 이는 곧 가격의 상향화를 의미했다.




#캘리포니아 집값


미국에서 가장 집값이 높은 동네가 어디 일까?


뉴욕 맨해튼? 베벌리 힐스? 아마도 처음 듣는 사람이 많을 조금 생소한 동네일 텐데 바로 애써톤(Atherton)이라는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작은 동네이다. 샌프란 시스코에서 남쪽으로 40여분 거리, 스탠포드 대학교가 위치한 팔로 알토(Palo Alto) 인근 지역으로 실리콘 밸리답게 수많은 테크계의 유명 인사들이 이 동네에 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 파운더(Co-founder)인 폴 앨런(Paul Allen), 휴렛팩커드 CEO 메그 위트만(Meg Whitman), 구글의 전 CEO이자 현 체어맨 억만장자 에릭 쉬미트(Eric Schmidt), 페이스북의 COO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등등이 살고 있는데 2018년 기준으로 이 곳의 평균 집값은 $6.9 밀리언(Million), 자그마치 한국돈으로 70억 이상에 육박한다! (Fun fact - 미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동네를 우편 번호 기준으로 나열하였을 때 상위 100곳 중 무려 70여 곳이 캘리포니아에 몰려 있을 만큼 캘리포니아의 집값은 현재 상상을 초월한다.)


그럼 샌프란 시스코 시내의 집값은 어떨까? 가장 최근의 자료를 보면 시내의 집 중간 가격은 (Median) $1.35 밀리언(약 15억)이고 전체 렌트의 중간 가격은 $4,500불(약 500만 원)이다. 말 그대로 OMG.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가격 이냔 말이다. 한 10년 전만 해도 꿈의 연봉이었던 6 디짓(digit) 샐러리(10만 불: 대략 1억)는 이제 이곳에서는 먹고살기 위해 웬만하면 벌어야 하는 액수가 되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2018년 물가 기준으로 1년에 10만 불의 가계소득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제 저소득층(Low income)에 속한다는 것이다! 싱글의 경우 저소득층의 기준이 대략 8만 불 정도라 하며, 또 다른 통계에서는 샌프란 시스코 시내에 뒤 하우스 푸어가 되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는 연봉이 33만 불이라고 하니 평범한 사람들이 집을 사기가 너무도 힘들어졌다는 말과도 같다. 미국은 전세 제도가 없으므로 집이 없으면 월세를 내고 살아야만 한다. 가장 최근을 기준으로 보자면 방 한 개(두 개도 아니고 세 개도 아니고 한 개!) 딸린 집의 중간 렌트 값이 대부분 3천 불이 넘는다. 여기서 방이 한 개만 더 늘어도 천불 이상 월세가 올라간다. 혼자 산다고 생각했을 때 3천 불을 매달 내면서 웬만큼 편하게 살려면 얼마를 벌어야 할까 거꾸로 생각해 봤다. 미국에선 많은 사람들이 세전 연봉의 30% 이하로 월세로 나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들 한다. 그렇다고 하면 $3,000 ÷ 30% = $10,000/월이고 연봉으로 치면 $10,000 × 12 = $120,000/년, 1년에 최소한 세전 연봉 12만 불은 벌어야 그나마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렌트 가격이라는 얘기인데 저 가격은 1 베드룸 기준이므로 1 베드룸에 살만한 사람을 따져 봤을 때, 젊은 맞벌이 커플이라면 그나마 좀 낫겠으나 싱글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는 절대로 벌기 쉬운 금액이 아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수입의 50%, 60% 까지도 월세에 지출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LA 쪽도 만만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1 베드룸의 평균 월세는 2천 불 정도로 샌프란 시스코나 실리콘 밸리보다는 아직까지는 훨씬 더 싸지만 지역의 전반적인 연봉이 더 낮은 것을 감안해야 하고 미국의 경기 회복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몇 년 전부터 LA 쪽 역시도 계속해서 집값과 렌트가 오르고 있다.


샌프란 시스코의 놀라운 1베드룸 중간 월세 가격. 출처:ZUMPER


9월 기준 샌프란시스코를 선두로 미국에서 월세가 가장 비싼 6군데 도시가 캘리포니아에 있다.




#테크 붐


역사상 집값이 가장 비싼 시대에 살고 있다.


부동산 버블이 있었다던 2005년의 수치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지난 5-6년간 캘리포니아의 집값은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올랐다. 지금은 그나마 너무도 비싸진 집 가격에 거래량이 줄어 그래도 더 이상은 오르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그래서 부동산 구매의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부지기수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경제적 호황도 있지만 새로 유입된 인구에 비해 치명적으로 부족한 공급량이다. 우버, 에어비앤비, 트위터, 핀터 레스트, 드롭박스, 징가 등 스타트업의 신화를 이뤄낸 수많은 회사들이 자리한 샌프란 시스코와 실리콘 밸리. 지난 수년간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 벨리를 아우르는 베이 에어리어(Bay Area) 지역에는 전 세계에서 인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쉽게 생각해 보면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곳에 새로 30%가 넘는 직장이 생길동 안 새로 공급된 주택은 고작 4%라고 하니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2012년 이후 실리콘 밸리의 급부상 이전, 오랫동안 이 지역을 지켜왔던 사람들은 테크 인더스트리와 관련이 없는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테크 붐으로 인해 급격히 새 인구가 유입되고 그로 인해 급격히 올라간 부동산 가격 때문에 원래 자신의 집에 오랫동안 살던 사람들의 경우는 이사를 갈 수도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미 집값이 전반적으로 오른 상태에서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갈 만큼의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상대적으로 늘어난 인구유입 대비 마켓 안에서 팔 수 있는 집의 공급량을 더욱 줄이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돈이 돈을 버는 것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부동산이 부를 축적하는 1등 순위인 것은 캘리포니아도 마찬가지다.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의 경우 경기가 침체하는 와중에도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면 미국은 경기 호황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과의 또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캘리포니아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본인의 노동력으로 집을 살 수는 있다는 점이다. 요즘 서울의 집값을 보면 과연 본인의 능력만으로 집을 살 수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물론 여기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상당 부분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한 IT직종 사람들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 크나큰 문제다. 미국은 최고의 경제적 호황기를 다시 한번 누리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모두가 그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좋아져도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 반면 더 힘들어지는 사람도 있다.



Gentrification과 구글 통근 버스를 반대하는 시위를 종종 볼 수 있다. (출처:USATODAY)




#렌트 컨트롤


캘리포니아에는 렌트 컨트롤(Rent Control)이라는 제도가 있다.


샌프란 시스코에서는 1979년 전에 지은 집들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되었는데 처음의 의미는 거주자를 보호하자는 측면에서 집주인이 렌트를 무지막지 올릴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인데, 몇 년 동안 치솟는 부동산 가격 렌트비, 살인적인 물가와 함께 최근엔 엄청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렌트 컨트롤이라는 것이 렌트를 아예 올릴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의 인상폭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싱글 패밀리 홈과 콘도는 제외된다.) 예를 들자면 원래 있던 세입자가 있는 동안에는 매년 올릴 수 있는 렌트 폭이 나름 합리적으로 정해져 있지만(3%-5% 미만) 그 세입자가  나가는 동시에  시세 가격으로 렌트를 엄청 높게 다시 책정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거기서 매년 증가율은 컨트롤당하게 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만약 옛날부터 렌트 컨트롤 법에 해당되는 집에 아주 오래 살고 있는 테넌트는 집값이 어마하게 오른 지금까지도 아주 낮은 렌트를 내고 살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낮은 월세를 내고 살고 있는 오래된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싶어 하는데 때때로 웃돈을 쥐어 주어 내보내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Fun fact - 미국에서는 아파트의 개념이 한국과는 조금 다른데 이곳에서 아파트는 주로 세입자(테넌트)들과 아파트 유닛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회사가 존재하고 테넌트들이 매달 렌트를 내며 살아가는 다세대 건물을 의미하고 회사가 단지 전체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매매가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흔히들 말하는 개개인이 소유하여 사고파는 아파트는 미국에서는 콘도로 불리는데 한국에서 콘도라 함은 휴양지의 리조트 같은 뉘앙스 이므로 미국에 처음 오면 이 두 가지의 차이가 헷갈릴 수 있다.)

사실 렌트 컨트롤이라는 것이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좋지만은 않은 측면도 있다고 한다. 테넌트를 집주인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프라이스 실링(Price ceiling)은 집을 더 지을 동기를 없애게 될 수도 있고, 집주인이 관리와 수리에 소홀하게 되기도 하며, 또 상대적으로 렌트 컨트롤을 받지 않는 다른 집들의 가격 폭주를 막기가 힘들다. 어떻게 보면 역설적으로 렌트 컨트롤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일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렌트 컨트롤을 당하는 집주인들이 렌트를 주지 않고 건물을 콘도로 변환하게 되면  더욱더 줄어든 공급량으로 인해 남은집들의 렌트 상승이 다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렌트 컨트롤에 관한 규제는 다가오는 11월 지각변동을 예견하고 있는데 바로 프로포지션 10(Proposition 10) 발의안의 투표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Proposition 10은 기존에 캘리포니아에 존재하던 렌트 컨트롤 법안인 코스타-호킨스(Costa-Hawkins) 법을 폐지하는 것으로 쉽게 말하자면 오래된 건물에만 적용시켰던 렌트 컨트롤 규제를 새 건물 들이도 적용시키자는 것인데,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엄청난 사회적 찬반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게 될지 개인적으로도 정말 궁금하다.


캘리포니아의 렌트 컨트롤 시행 지역들과 적용된 년도




#상대적 박탈감


Gentrification is real.

금수저니 은수저니 상대적 박탈감이니 하는 얘기는 한국에서 요즘 흔하게 들려오는 이야기들이다. 서울의 집값이 50개월째 오르고 있다고 하는데 취업률은 역대 최악이란다. 서울이나 캘리포니아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인 시대이다.


테크 인더스트리와 스타트업 붐을 타고 시작된 새로운 기업 문화가 있는데 바로 통근 버스의 운영이다. 새로움을 추구하고 사내 식당 및 각종 편의 시설을 제공하기 시작한 스타트업과 테크 기업들은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야후 등 대기업을 선두로 직원들을 위해서 베이 에어리어 지역 어디라도 가는 통근 셔틀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 직원들이 집을 선택하는 지역에 덜 구애받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테크의 붐과 함께 상대적으로 돈을 많이 받는 개발자들이 실리콘 밸리 지역에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었고, 감당할 수 없는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들은 자연스럽게 샌프란 시스코와 주변 일대까지 올라오게 되었는데, 테크 회사들의 통근 버스 서비스가 이를 실현 가능케 했다. 집값을 올리는 것에 일조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친 듯이 오른 집값과 물가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많은 저소득층은 심지어 길가로 나와 데모를 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에서 누군가는 벤처로 대박을 터뜨리고 누군가는 스타트업으로 주식부자가 되는 순간 또 다른 누군가는 오르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쫓기듯 떠나간다. 다리 밑과 구석진 길 끝에는 홈리스 텐트들이 하루가 다르게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링트인, 트위터 등 내로라하는 테크 기업 스타트업들의 엔지니어들은 수십만 불씩 연봉을 받을 때, 선생님, 예술가, 공무원들은 그저 살아 남기 위해 도시를 떠나 먼 거리를 출퇴근하거나 간신히 생존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 인구의 25% 이상이 테크 종사자라고 하는데 이들이 주식을 불리고 몸값을 높여가는 동안 수많은 레스토랑이나 소매업 종사자들을 비롯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수입은 그다지 변화하지 않았다. 이제 여기 캘리포니아는 부의 불균형(Income inequality)이 미국에서 최고로 심한 지역 중에 하나이다. 



샌프란 시스코에는 원래도 홈리스족이 늘 있었지만, 이런 광경을 발견하는 것은 더 흔한일이 되었다. (출처: Washington Post)



#집의 의미


집의 의미가 변해 가고 있다. 삶의 방식이 변하고 있다는 말과도 같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몇몇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노동력이 돈을 버는 속도가 돈이 돈을 버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부자는 점점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 진다. 어느 순간부터 미국이나 한국이나, 집을 소유한다는 것의 의미는 투자 가치로서의 의미가 더 부각되기 시작했다. 정착, 삶의 안식처 같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느낌은 점차 퇴색되고 있다. 사실 나조차도 집을 볼 때 그렇다. 살기 좋은 집을 보는 것이 아니라, 팔기 좋은 집을 본다. 급격히 비싸지는 도심의 쓰러져 가는 집이 수십 년 살아도 집값이 잘 오르지 않는 교외의 커다란 2층 집보다 더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상당히 씁쓸한 현실이다. 부동산 불패라며 무리해서 집을 사고 하우스 푸어라는 말이 점점 흔해지는 세상이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이제 캘리포니아 드림은 끝났다고도 한다.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좋은 날씨뿐이라고 한다. 뭐가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경기가 좋아지고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것과, 경기 침체로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가격이 적절하게 내려오는 것 그 적정선을 찾기가 힘들다. 집의 의미가 투자, 재테크, 부의 축적의 상징에서 벗어나 휴식, 가족, 편안함, 안식처를 위한 의미가 다시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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