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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아재 Dec 31. 2019

백 오피스에서 갑질 하는 회계사

내 맘대로 지켜본 사모 펀드 이야기 - #2



회계 법인의 프런트 오피스에서 사모 펀드의 백 오피스로의 이직은 많은 변화를 안겨 주었다. 더 이상 나와 내가 속한 팀이 돈을 벌어오는 회사의 주체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사실 사모 펀드의 많은 결정은 돈을 버는 주체인 Deal(투자) 팀을 위해 만들어지고 돌아가게 된다. 재무팀의 두목 격인 CFO는 투자팀의 두목들에게 중요 사안을 승인받아야 하고, 어떤 투자가 이루어지고 엎어졌는지, 매주 투자팀의 전체 미팅에서 벌어지는 큰 결정들을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때로는 몇몇 결정이 어처구니없고 황당하게 느껴지지만 (재무적인 측면에서) 그것을 따라야 하고, 서포트를 담당하는 재무팀에 일하는 것은 원하던 원치 않던 많은 뒤치다꺼리 일들을 감내해야 한다.




#을에서 갑으로


나는 백 오피스에서 갑으로 일하고 있다.


백 오피스(Back office)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뒤쪽에서 서포트를 하는 팀에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IT, 인사팀, 재무팀, 법률팀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사실 업무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사모 펀드의 일은 회계 법인에서 하던 일들의 연장선이다. 나의 경우 법인에 있을 당시의 클라이언트로 이직한 경우였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 같은 법정 데드라인과 성공적인 세금 보고 및 회사의 절세 - 라는 공통 목표를 향해 법인과 더불어 일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다. 가장 단순하게 돈의 관점에서 보자면 나는 돈을 내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회사의 일을 맡아하는 구매자 쪽의 입장이고 회계 법인은 돈을 받고 서비스를 판매하는 판매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회사 내에서는 을의 입장인 백 오피스이지만 주요 업무에 있어서는 법인을 컨트롤할 수 있는 갑의 위치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회계 장부클라이언트에게 받아서 준비하는 팀(법인)에서 자료를 보내 법인팀을 닦달해 일처리를 받아내고 최종 결과물을 리뷰하는 승인하는 팀(펀드 재무팀)으로 옮겼다고도 보면 된다. 주로 법인의 일을 리뷰 하고 법인을 푸시하고 매니지하는 역할이다 보니 의도치 않게 갑질 아닌 갑질 하는 방법을 지난 몇 년간 체득하게 되었다.


“아니, 우리가 돈을 이렇게 많이 내고 있는데 일을 이따위로 처리해?”

“빨리 연락해서 내일까지 끝내라고 해. 자료 준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 왔어?”

“PwC 팀에 우리 꺼 xx일한 a랑 b말인데, 일 퀄리티 진짜 너무 쓰레기다. 말한 거 또 틀리고 또 틀려와. 쟤네 매니저가 리뷰하고 보내는 거 맞아? 어떻게 프로젝트에서 빼는 쪽으로 얘기 좀 해볼까?”

“이건 도대체 뭘 했다고 이렇게 많이 돈을 청구한 거야?”


바쁜 시즌이 되면 우리 팀은 신경이 아주 날카로워진다. 택스 팀 팀원들 모두가 스트레스받는 시기이다. 법인 쪽에 맘에 안 드는 파트너를 교체하는 일은 여러 번(!)이나 있었고, 심지어는 팀을 통째로 자른 적도 있을 만큼 우리 회사는 법인에 직접적으로 가하는 영향력이 크다. 갑질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진 부정적인 느낌이 있지만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원하던 원치 않던 때때로 법인팀에 푸시를 해야만 프로젝트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돌아간다. 그러니 일을 효율적으로 끝마치기 위한 불가피한 영향력 행사라고 해두자. 법인의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고객인 우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보자면 법인은 그야말로 을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지불하는 금액은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얼추 따져봐도 연간 $10 밀리언(=100억) 이상은 거뜬히 되는 후덜덜한 금액이다). 사실 돈을 이렇게나 많이 퍼붓기 때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가 법인의 큰 고객인 덕을 보는 셈이지만, 5년 넘게 지속된 을의 생활을 하고 나서 비로소 성취한 갑의 입장이라는 것이 적응하면 할수록 아주 새롭고 달콤하다! (fun fact – 계속 갑, 갑질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썼지만 법인과 고객회사 회계팀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공사 관계이다. 수임료를 아주 많이 내고 있는 고객이기에 갑이라고는 하지만, 여러 해에 걸쳐서 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하고 펀드의 모든 구조와 투자 관련 중요한 기밀사항, 트랜션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법인을 해고하고 다른 법인에 일을 옮겨야만 하는 일이 생기면 회사 입장에서 사실 상당히 난처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팀원들끼리는 법인팀과의 관계를 우스게 소리로 "애증 관계" (love and hate relationship)라고 부르곤 한다.)



미국에서도 인맥은 너무나 중요하다. 이직 시에 직장 생활에서 그동안 착실하게 쌓아 놓은 인맥은 때때로 큰 기회를 안겨 주기도 한다.




#LP(Limited Partner)와의 전쟁


사모 펀드=General Partner, 투자자=Limited Partner


법인과의 협업에서 벗어나서 투자자들(LP)을 상대하는 업무를 볼 때 이제 나의 처지는 180도로 급변하게 된다. 내가 맡은 업무의 일환으로 투자자들에게서 세금 관련 증명서라던지 여러 가지 개인적인 정보를 요구해야 되는 일이 아주 빈번하게 있다. 물론 #1편에서 말한 것처럼 투자자들은 대부분 기관 투자자들이 많기에 내가 실제로 연락을 취하게 되는 상대방은 그 기관들의 회계팀에 소속된 사람들인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이들을 상대함에 있어 나와 회사는 이제 허리를 굽히는 을이 입장이 된다. 그들의 투자금을 우리가 맡아 굴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녕하십니까? xx펀드 재무팀에 캘리 아재입니다. 이런이런 업무로 인해 요런 저런 자료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되시는 대로 보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주로 ‘Dear investor’로 시작되는 이메일은 보통 이런 톤으로 아주 정중하게 보내지게 되는데, 이 LP들을 상대하는 것이 고역인 것이 답장을 안 하거나 정말 정말 늦게 하는 LP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들만의 갑질을 하는 것인가?!) 특히나 가끔 있는 슈퍼 리치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아무리 이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을 때가 많다. 이멜로 간단히 답하면 될 문제를 꼭 전화해서 다시 물어보기도 하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나만의 블랙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잘 답장하지 않는 투자자들의 이름을 꿰고 있지만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아주 심한 프로세스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회사 내에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조율하고 이런저런 상황에서 좀 더 압박을 넣을 수 있는 투자자 관계(LP relations) 담당자가 있어서, 여러 번에 걸쳐 답장이 없으면 그쪽 팀에다 호소하면 결국 해결되긴 한다. (fun fact – LP는 Limited partner의 줄임말로 외부 투자자(Investors)들을 의미한다. 개인,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유한책임 투자자라고도 한다. 반대의 개념은 GP인데 GP는 General partner의 줄임말로 펀드인 우리 회사 측이 GP가 되어 투자와 운용을 책임지게 된다. LP는 주로 자금(Capital)을 출자하는 대신 펀드 운용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사모 펀드(GP)는 포트폴리오 회사들(=사모 펀드에게 투자 인수당한 회사)로 부터 이런저런 Fee를 받고 펀드가 성공적인 수익률을 올리게 되면 통상 캐리(Carry)라고 불리는 성과급을 받는데 보통 일정 수익률을 달성하게 되면 그 초과 수익률의 20%를 대게 사모 펀드가 가져가게 된다.)



사모 펀드의 일반적인 구조. Carried Interest는 특정 수익률 달성초 과시 성과보수급을 말한다. 성공적인 딜의 경우 이 액수가 어마어마해질 수 있다




#작은 팀으로의 적응


사모 펀드는 굴리는 돈에 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내가 일하는 사모 펀드의 재무(Finance) 팀은 2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투자팀, 법무팀, IT팀, 비서들 등을 전부 포함한 우리 회사 전체 인원은 100여 명 남짓으로 굴리고 있는 펀드의 자산 규모가 15-20조 정도인 것을 감안했을 때 어찌 보면 상당히 소규모라고 할 수도 있는 인력이다. 허나 사모 펀드의 규모를 따지는 척도인 10년 평균 출자금(Capital raised)으로 따졌을 때 세계 100위권 정도 안에 드는(출처: 2017년 Preqin리포트 기준) 크기의 사모 펀드이다. (fun fact - 당연하게도 랭크 1,2,3위는 칼라일 그룹(Carlyle Group), 블랙스톤 그룹(Blackstone Group), KKR이 나눠 가졌고, 한국의 넘버 원인 MBK 파트너스가 61위권에 랭크되어 있었다.)


사모 펀드는 펀드 사이즈가 좀 더 중요하고 상대적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이 특징이다. PwC 근무 시절 2천 명이 넘는 규모의 오피스에서 일하다가 100명 이하의 회사로 오게 되니 변화된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일단 무엇을 하든 자연적으로 좀 더 주목을 받게 된다는 것은 단점인데, 자리를 비우면 쉽게 눈에 띄는 것도 있고, 휴가를 가게 돼도 사실 훨씬 티가 많이 난다. 많은 팀원을 두고 부리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이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사람들 위주로, 각자 맡은 업무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법인을 주로 매니지 해서 일처리를 하기 때문에 내가 담당하는 부분은 나 혼자 처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 휴가를 가 있다고 해서 내 일을 누가 대신 해 주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법인에 있을 때에는 아래 부리는 팀원이 워낙 많기에 얘가 없으면 쟤를 갖다 쓰고, 쟤도 없으면 또 다른 애를 갖다 쓰는 식이었다.


또한 팀원운도 정말 엄청나게 중요해지는데, 이건 순전히 회사마다 케바케이고 복불복이다. PwC에 다닐 때에는 너무 싫거나 맞지 않는 동료가 있으면 어떻게든 핑곗거리를 만들어서 피할 방법이 있기는 있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프로젝트가 한 번에 워낙 많이 진행되었기에 결코 불가능은 아니었다. 그런데 작은 팀에서 바로 위의 상사나 매일 마주쳐야 하는 동료가 또라이인 경우에는 회사 생활이 정말 한없이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거의 매일같이 똑같은 동료들과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팀원들이 좋고 잘 맞는 경우에 아주 편하고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가 있다. 같은 동료들과 오랜 시간 같이 일하게 되니 정말 친구처럼 가까워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믿음과 신뢰를 구축하게 되는 순간 일처리가 상당히 수월해진다. 오래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인원이 적으니 불만 사항 같은 것이 접수가 잘 되고 모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위해서 서로서로 노력해 준다. (물론 이런 점들은 CFO나 윗사람들의 역량이 아주 중요하다.) PwC 재직 때에는 사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계속 생기고 새로운 팀원, 또 새로운 보스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 부담스럽고 걱정되고 싫을 때도 많았다.


작은 팀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승진이 꽤나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것 역시 회사마다 케바케이겠지만 아무래도 회사와 팀 규모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위에 사람이 나가지 않는 이상 승진이 힘들다고 봐도 무방하다. 회계법인에서의 "무한경쟁 -승진 싸움"의 사이클이 3년마다 발생하는 것과 가장 뚜렷이 대조되는 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업무 자체가 더 편할 수 있지만 승진할 일이 없으니 다음 단계를 준비할 모티베이션이 상대적으로 낮고, 윗사람의 일을 떠맡기도 왠지 꺼려진다. 딱 나에게 주어진 일만 끝내고 가족과의 시간이나 취미 생활을 찾아 삶 속의 여유를 즐기게 되는 편이다. 이런 상황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팀이 작은 경우에 대부분 그렇다. 이 부분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편해서 좋은 사람도 있고, 어찌 보면 커리어가 좀 막힌 느낌도 드니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점이다.



내 인생 미드 중 하나인 오피스(The Office). 이 드라마 정도 수준의 막장이나 코믹은 없지만, 친밀하게 굴러가는 작은 팀의 분위기는 이와 꽤나 비슷하다.




#야근 안녕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시죠.


야근을 하면서 보람을 느껴본 적이 몇 번이나 있던가. 온라인에서 유명한 양치기 일러스트에 나오는 문구이다. 사실 처음 사모 펀드로 이직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버짓(Budget)과 유틸(Utilization)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점이었다 (워라밸을 찾아서 글 참조). 힘들었던 PwC 직장생활 중에 업무 외에 추가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안겨 주었던 것들이기도 하다. 일이 주어지면 몇 시간 안에 끝마쳐야 한다던지, 그 주어진 버짓을 넘겼을 때 타당한 이유를 대야 하고, 하루 동안에 내가 무슨 프로젝트에 몇 시간을 썼는지를 매일 일일이 기록해야 했던 구차하고 지긋지긋한 그 과정이 하루아침에 몽땅 사라졌다는 것이 처음에는 뭔가 좋으면서 어색하기도 했다. 지금 회사에서는 어떤 일이 나에게 주어지면, 급한 데드라인이 없는 이상 그 일은 내가 하고자 할 때, 10시간이고 20시간이고 내 시간을 투자해서 끝마칠 수가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누가 재촉하는 일도 없고, 유틸을 맞추기 위해 하루에 6시간씩 시간을 기입할 일도 없다.


나를 법인에서 떠나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야근도 없어졌다. 비지 시즌에 바쁜 것은 여전하지만, 주당 70시간-80시간씩 일하며 쏟아지는 잠과 사투하며 커피를 마시고, 에너지 드링크를 쏟아붓던 시절과는 완벽하게 작별했다. 회사에 있는 동안 집중해서 일하고, 퇴근 시간이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늦춰지고 간간히 주말에 몇 시간씩 일처리를 하는 정도가 바쁜 시즌의 전부이다. 회계 법인의 업무량 그래프가 성난 파도처럼 비지 시즌에 높고 덜 바쁜 시즌에 아주 낮았다면, 사모 펀드의 업무량 그래프는 잔잔한 파도처럼 연중 얼추 비슷한 높이로 유지된다. 너무 바쁜 시기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한가한 시기도 없다. 객관적으로 볼 때나, 내 주관적인 생각으로나 지금 이 생활이 훨씬 건강하고 안정 적인 생활 패턴이 유지된다고 생각이 든다.


밥 먹도록 야근하는 회계사들에게 사람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그래도 야근 수당은 받지?" - 슬프게도 아니올시다이다. 미국의 대형 회계펌은 로펌들과 마찬가지로 야근 수당이 없다. 아마도 야근 수당이 있었다면, 사무실에서 보낸 그 수많은 밤들이 조금은 더 용서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이 부분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추가 수당(Over-time pay)을 받지 못하도록 FLSA(Fair Labor Standard Acts:공정 근로 기준법)라는 1938년도에 미국 대공황 이후 루스벨트 대통령이 제정한 미국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한 마디로 이 법은 노동자들의 추가 수당을 보장하는 내용인데, 일정 수입이 넘는 전문직 (Professional job duties) 노동자들을 열외 시켜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법 내용 자체에 논란의 여지가 조금 있어서 실제로 최근 몇십 년 동안이나 대형 회계 펌들과 노동자들과의 집단 소송(Class action lawsuit)이 빈번히 일어나고 했다.


 


#보너스로 먹고살아요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고 있다.


이 말을 내뱉을 수 있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PwC를 그만두고 사모 펀드로 이직한 이후 주위에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한국인 동료들, 후배들이 가장 궁금해 한 점들이 내 삶의 만족도가 나아졌는지, 또 돈벌이는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였던 것 같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돈벌이에 관해 슬쩍 답해 보자면, 사모 펀드의 성격 상 보너스로 먹고 산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년 5-15% 까지도 연봉 자체의 인상률이 아주 높았던 회계 법인과 달리 연봉 인상률은 3-5%로 물가 인상률을 따라가는 정도이지만, 보너스가 낮은 법인과 달리 매년 평균적으로 적게는 연봉의 10-15%에서 많게는 30-50%까지도 받을 수가 있게 되는 것이 사모 펀드이다. 이 수치는 백 오피스인 우리 팀의 느낌일 뿐이고 투자를 주도하는 투자팀의 경우 100-200%, 아니 훨씬 그 이상의 보너스를 받는 일도 허다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회사 펀드의 수익률이 보너스로 직접 연결될 수 있기에 재무 팀의 일원으로서 프런트의 투자팀을 열심히 도와 성공적인 딜을 마무리할 수 있게 서포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계 법인의 경우 사실 연봉과 보너스가 구글만 검색해 보아도 알 수 있는 정도로 계급에 따라 투명하게 나와 있지만, 사모 펀드의 경우 회사마다 보너스의 경우에는 꽤 많은 차이가 날 수 있고 상당히 폐쇄적이기 때문에 본인 회사 말고 다른 회사에 관해서는 자세히 알기는 힘들어 일반화시키기는 좀 어렵다. (Fun fact - 벤처 캐피털의 경우 투자한 딜이 대박을 칠 경우에 아주 아주 많은 보너스를 지급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의 애플, 구글 등에 초창기에 투자해 미국 내 가장 성공적인 벤처 캐피털로 꼽히는 세콰이어 캐피털(Sequoia Capital)의 경우 언젠가 전 직원에게 보너스 100%를 쏘아주기도 했다는 설이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사모 펀드와 벤처 캐피털의 차이점은 이 한 장으로 쉽게 설명 가능하다. 벤처는 초기 단계의 기업에 투자해 대박을 내는 방식이라면 사모 펀드는 저평가된 기업을 고쳐서 비싸게 되판다.





“젠장, 클라이언트가 오늘까지 끝내 달래.” PwC에서 일할 때 밥먹듯이 많이 듣고 또 썼던 말, 나는 이제 그 말의 원인 제공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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