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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아녜스 Oct 24. 2018

#1 퇴사해서 다행이야

본가로 가다

 처음 엄마의 병에 대해 알게 된 것은 5월 중순이었다. 짧게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다.


 처음 입사를 결정짓고 나서 본가에 한번 갔다. 그리고는 첫 회사생활에 치이느라 못 가고 있다가 퇴사를 하고 나서야 부모님 얼굴을 뵐 수 있었다. 그게 5월 둘째 주였다. 집에 갔을 때 오랜만에 본 엄마 얼굴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아무 일도 없는 것인지 묻고 또 물었다. 역시나 내가 아는 우리 엄마는 아-무 일도 없다며 전혀 안심이 되지 않는 표정으로 내가 안심하길 바라는 말을 했다. 그때 엄마를 안아주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내게 꼭 말하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본가를 떠났는데, 그리고 며칠 후에 전화로도 엄마 목소리가 이상해서 캐물으니 엄마는 그제야 사실대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으셨다. 나는 그 길로 본가로 내려갔다.


 어떻게 보면 그때 내가 회사를 퇴사하게 된 것이 참 다행이 아니었나 싶다. 퇴사를 한 건 엄마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었지만, 만약 만족스러운 직장에 다니고 있었더라면, 나는 이 취업난에 쉽게 모든 걸 놓고 본가로 내려갈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처음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서 울다가도, 엄마는 담배를 피우던 사람도 아니었고, 술을 즐기던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사이즈가 좀 크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하는 양성 종양이겠거니, 생각하며 나를 달래고 또 엄마를 달랬다. 그리고 우리는 검사 결과를 들으러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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