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걱정과 내 결정
(부제 : 내가 사용하는 시간의 의미와 목적)
AI가 나타나면서 또 다시 변화하는 리더십과 조직문화가 있어 보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조직과 리더 그리고 HR은 주니어를 중요하게 여기며 재능있는 주니어를 영입하고, 주니어에게 중요한 과업을 부여하며 그들의 성장을 독려했습니다. 저 또한 그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관점은 육성보다는 성장이었죠. 조직이 필요에 의해 키우는 육성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커리어와 연결해서 스스로 성장하고자 연결시키는 관점이었던 겁니다. 성장은 누군가가 시켜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때 가지고 있었던 관점은 생산성과 속도었습니다. 주니어가 만들어 내는 생산성과 시니어가 만들어내는 생산성이 달랐습니다. 그들의 연봉이 달랐기 때문에 그들의 결과물이 만들어 내는 크기의 기여도가 달랐거든요. 그리고 시장의 변화를 따라오는 속도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죠. 주니어의 속도를 시니어는 따라가지 못하던 시대였습니다. 그게 불과 1~2년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AI가 나오고, 많은 시니어들이 AI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판이 바뀌기 시작하더라고요. 주니어는 AI를 통해서 더 똑똑해지고 지식을 쌓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똑똑해 지는 만큼 자신의 과업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고요. 똑똑하지만 현실적인 업무 감각은 떨어지는 것이죠. 역량으로 볼 때 Knowing와 Doing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반면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던 시니어들이 AI를 통해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학습하고 자신의 경험을 구조화하며 개념, 사례와 연결하기 시작하면서 Teaching, Mentoring 그리고 Reverse Engineering의 역량레벨로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다양한 성공 경험을 통해 암묵적으로 가지고 있는 노하우들을 사례와 강의안, 구조와 프로세스화 시키는 것이 너무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시니어들이 두 부류로 나뉘게 된 것이죠.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노하우를 가지고 있던 리더들이 AI를 통해서 자신의 노하우를 형식지인 메뉴얼과 프로세스화 시키게 된 부류와 협소한 경험을 바탕으로 AI에게 자신의 과업을 빼앗기는 부류로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1인 다역을 할 수 있고, 새로운 지식을 AI로 빠르게 습득하고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시니어 그리고 태도와 마인드가 조직에 조금 더 얼라인 되어 있는 시니어를 선호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시간을 투자해서 기본기를 가르치고, 비즈니스 에티켓과 태도를 알려주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주니어가 아니라 말이죠. 그래서 조직들이 신입과 주니어 채용을 줄이고 경력 채용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1 조직은 생명체입니다.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다양한 과정을 거쳐야 하죠. 저는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의 모든 구성원들이 조직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가르쳐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시니어가 성장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중요한 일을 통해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내 지식과 일하는 방식의 베이직을 정리하고, 찾아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함께 일하며 가르치고 멘토링을 할 수 있는 주니어가 있어야 합니다.
3 조직보다 더 큰 사회를 위해서 입니다. 사회라는 공동체를 생각할 때, 특히 제 딸이 성장해 있는 미래의 사회를 볼 때 '누군가가 지금 청년 세대를 가르치고, 그들에게 중요한 과업을 주고 성장과 성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기회, 실패를 해도 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직과 리더는 모든 것을 결과와 생산성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도 필요한 것이죠.
저 또한 이 관점에서 제 시간을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명성, 영향력 그리고 돈을 바란다면 제 시간은 대기업에만 쓰면 됩니다. 하지만, 저는 제 시간의 40% 정도를 스타트업에 사용하고 있고, 제 시간의 10%를 개인 코칭과 멘토링에 무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내가 아닌 사회를 위해서죠. 그게 하은이의 아빠이자, 어른으로 성장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