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엄마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콜록콜록
콧물이 주룩주룩
아이는 종종 아프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기 전에는 감기 한 번이 없다가 등원 이후 줄줄이 병원행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오빠 언니 없는 아이에게 누가 감기를 옮기겠나
무슨 놈의 바이러스도 그렇게 많고 유행도 끊이지 않는지
1년 내내 유행이면 그건 그냥 생활이 아닌가
한 번은 아이가 감기를 말끔히 나아서 어린이집에 갔는데 오후에 콧물이 주루룩이었다
병원에 가서 물어보니 반나절만에 새로운 감기에 걸린 것이라고 했다
참 빠르다 진짜
아이가 아프면 짜증이 난다
이 짜증은 아픈 아이에게 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 대한 걱정과
나의 부주의함? 나의 노력 부족에 대한 짜증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걸 안다
그럼에도 나한테, 이 상황에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제 너무 얇게 입힌 건 아닐까
찬바람 부는데 놀이터에서 너무 오래 놀았나
면역력 키우려면 비타민D랑 아연을 먹여야 한다는데 내가 소홀했던 건 아닐까
독감유행시즌인데 어린이집을 괜히 보냈나
등등
물론 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
아이가 땀이 많고 더위를 타는 체질이라 실내활동하는 날은 옷을 두껍지 않게 입혔고
놀이터 신체활동은 아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니 놀았거나 하는 이유는 있다
그래도 뭔가 더 아이에게 현명하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을까 라는 생각에
(그 방법이 사실 아직도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나와 비슷한 성향의 엄마들은 그냥 이런 생각을 한다
아이가 아프면 내가 더 못 챙겨줘서 그런 건 아닐까 라는 일종의 자학으로 마음은 일렁인다
거기에 주변에서 너무 밖에 많이 다닌 것 아니냐
옷울 왜 더 껴입히지 않았냐
이런 식의 돌멩이가 날아오면
그렇게 가슴에 커다란 파도가 치는 것이다.
유일하게 아이가 아파도 스스로에게 짜증이 나지 않았던 때가 있었는데 바로 코로나에 걸렸을 때다.
그때 나는 코로나 포비아가 극심한 상태였다.
코로나 초기에 태어난 아이는 산부인과에서 아빠와의 면회조차 금지가 될 때였다.
그렇게 불안이 그득했던 시대에 이 여리고 약한 존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코로나 포비아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택배, 온라인 쇼핑 장보기로 받은 모든 물품은 소독티슈로 뽀득뽀득 닦아댔고
외출하고 오면 무조건 샤워행이었다.
코로나가 심했던 잠깐의 워킹맘 시절에는
한여름 출퇴근이어도 kf94 마스크를 두 개를 끼고 점심은 거르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의지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었는데
그렇게라도 해야 스스로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름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아이가 코로나를 심하게 앓아서 당장 잘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이 때는 유일하게 짜증이 나지 않았다.
북유럽 육아 스타일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곳의 스타일은 한 겨울에도 따뜻하게 입혔다면 야외활동을 서슴없이 하고
간단한 감기정도는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아이 스스로 면역력을 키우고 강하게 만들고 싶다
그렇지만 아이가 기침을 한 지 3,4일이 되면 저번처럼 모세기관지염인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아이가 폐에서 쎅쎅 거리는 소리가 나는 모세기관지염을 처음 앓았을 때
병원에서 천식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후로 아이의 기침이 조금만 오래가면 으레 겁을 집어 먹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아이가 콧물을 며칠째 흘리면 병원에 가야 한다
기침을 며칠째 한 시간 간격으로 몇 번 하면 병원에 가야 한다
이런 걸 알려주는 매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애바애(아이에따라다르다)고 엄마의 선택이다.
겁쟁이 엄마인 나는 오늘도 기침을 2일째 하는 아이를 보며 고민한다
병원이 오늘 몇 시까지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