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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임 Jun 09. 2023

때늦은 2023 1분기 회고

나는 기획자, PM, PO들이 함께 모여 스터디를 하는 '피기팟'이라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2주 간격으로 돌아가며 주제와 진행자를 바꿔가며 세션을 진행하는데,

5월에 회고 세션을 진행할 차례였고, 그 주의 진행자는 나였다.


어떤 내용을 회고할까...라는 많은 고민을 했지만, 올 한 해. 특히 상반기에 나에게 있어 가장 보람찬 일이었으며, 유익한 일이었던 신규 요금제 설계에 대한 회고를 준비하여 세션을 진행했다.


준비했던 내용 중에서 민감한 내용을 제외하여, 너무나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려볼까 한다.


1. 배경


조직합류

나는 작년 8월 마이프차에 합류하여, 현재 시점(2023.6월)엔 약 입사 10개월 차에 접어드는 중이다.

기존에는 B2C 서비스들을 주로 담당했었지만, 마이프차에 합류하여 마이프차 B2B 제품 팀과 함께 프랜차이즈 본사를 대상으로 한 B2B SaaS를 담당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를 위한 마이프차 파트너 서비스


서비스 안에 참 다양한 기능이 있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기능은 상권분석과 가맹점 관리였다.

특히 상권분석은 임팩트 있는 기능이지만 브랜드 본사에 창업문의가 들어오지 않았을 경우에는 계속적인 사용을 유도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지속적인 리텐션 향상을 위해 가맹점 관리를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는 상황이었다.


조직 내 내 포지셔닝

이전까지는 B2B 팀에 PM이 카이 혼자였기 때문에, 혼자서 운영 업무, 신규 기능 추가 및 개선, 로드맵 수립 등을 모두 담당했어야 했었던 힘든 과정을 보내고 계셨었다.

나의 입사 이후에는 내가 자잘한 운영 업무와 로드맵 내의 실제적인 일감을 담당하게 되고,
카이는 더 전략적인 부분들과 장기적인 로드맵, 그리고 외부 제휴와 같은 부분을 조금 더 집중하실 수 있었다.


시장 상황에 맞춘 회사의 목표 변화

위와 같이 약 1년 반 정도의 상권 분석 서비스에 기능을 추가하고, 신규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발전시키던 상황에서, 고객 층의 확대와 리텐션 향상을 위해 이번엔 '가맹점 관리' 개선에 박차를 가하려던 상황...이었으나... 2022년의 한파는 우리에게 미래의 가능성보다 당장의 성과. 즉 '매출'에 집중해야 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래서 우선 SaaS에서 할 수 있고, 여러 번 얘기가 나왔던 저렴한 월 이용 요금을 99,000원 -> 129,000원으로 인상하였다.

요금 인상 및 사전 결제 유도 프로모션 진행

그 후에도 2023년 연말 목표인 월간 BEP를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매출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과연 가맹점 관리를 활용하여 매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고민하는 와중에 종종 브랜드 본사 담당자들과 미팅 및 인터뷰를 나가보면,
브랜드의 규모와 상황에 따라 다른 니즈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맹점 수가 많은 브랜드의 경우 (오래된 프랜차이즈)

우리 가맹점 중 고매출 가맹점들은 어떤 특징들을 가지는가?

그래서, 앞으로 어디에 신규 출점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가?


가맹점 수가 적은 브랜드의 경우 (신생 프랜차이즈)

어떠한 요소들이 우리 브랜드의 매출과 상관관계가 있는가?

매출을 높이려면 가맹점주들에게 어떤 슈퍼바이징을 해야 하는가?

우리 브랜드의 특성에 맞는 장소는 어디인가?


위 내용을 바탕으로 카이가 우리가 가진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기능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나는 이에 발맞춰 이를 사용하기 위한 신규 요금제의 필요성을 느껴 기획을 시작했다.




실행 플랜


실행 계획 & 기초 정책 설정

우리는 1분기 내에 신규기능인 인사이트 & 프로 요금제를 런칭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했다

신규 기능인 인사이트는 카이가, 프로 요금제는 내가 맡아서 진행하기로 분담했다.


- 프로 요금제 가격 책정

인사이트 기능이 사용가능한 월 299,000원으로 가격을 설정하였다 (연간 결제 시 2,990,000원)

-> 현재 약 400여 개의 브랜드가 스탠다드 요금제를 사용 중이었기에, 이 중에 일정 부분만 프로 요금제로      전환을 시키면 매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 요금제 금액 설정 기준

사실 시장에서는 이런 기능으로 서비스하는 경쟁사가 없었기에 가격을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영세한 브랜드 본사가 많은 프랜차이즈 업계 특성을 고려, 많은 본사들과 미팅 시에 심리적으로 마지노선은 30만원인 것으로 확인하여 이에 못 미치는 299,000원으로 가격을 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입력 후 이탈하는 고객들을 생각하면 초기에 데이터를 세팅해 주는 '설치비' 개념으로 초기 결제비용을 높여야 하지 않느냐? 라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우리는 기능을 업데이트하며 가치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탈을 먼저 고려하기보다는 최초 전환이 그나마 용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격대로 상한선을 정하였다.

오늘 마침 업무 중에 "신제품 가격은 어떻게 정할까?PSM (Price Sensitivity Meter) 알아보기"라는 아티클을 봤는데, 이런 고민 과정이 우리에게도 유사하게 있었던 것 같다. 나도 그때 이런 걸 알았더라면, 더 많은 얘기를 해볼 수 있었을 것 같아,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이 프레임웤을 한번 이용해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금제 현황 정리

요금제가 단순히 하나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전에 없던 새로운 구조로 동작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되거나 새롭게 발생하는 이슈를 예상하기 쉽도록 현재의 우리 상황을 다시금 정리해 보기로 했다.


- 기존 요금제 구성

베이직 요금제 : 기능이 제한된 금액 Free 요금제

스탠다드 요금제 : 모든 기능이 사용 가능한 월 129,000원 요금제 (연간 결제 시 1,290,000원


- 결제 수단

카드 : 월간(빌링) 혹은 연간(1회 결제) 카드 결제 완료 시, 요금제 적용

가상계좌 : 가상계좌 발생 → 입금 시 요금제 적용

현금(계좌이체) : 계좌이체 후 세금계산서 발행. 어드민에서 적용


- 제약 사항

다른 SaaS 서비스에서는 '카드' 결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겠지만, 디지털 전환이 덜 된 업계 특성으로 우리의 고객사의 80퍼센트는 '현금 계좌이체'를 사용했다. 이로 인해 많은 제약이 발생했다.


실제 개발 진행 단계

기존의 우리 요금제를 점검하고, 초기 정책을 설정하면서 점점 구체적으로 개발에 필요한 디테일을 챙겨나갔다. 이 과정에서는 개발자들과 주기적으로 소통하며 이슈들이 있는지 계속해서 점검했다.


- 결제 프로세스 구성

신규 결제 시(베이직 → 프로)에는 기존의 스탠다드 요금제 결제와 동일한 프로세스로 적용

기존 고객(스탠다드 → 프로) 업/다운그레이드를 지원하는 프로세스 신규 구성 필요


- 환불 정책 구성

업/다운그레이드는 기존 환불 정책과 별도로 구성하기로 함

기존의 환불은 정말 ‘서비스 이탈’의 개념이고, 업/다운그레이드는 계속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 업/다운그레이드 시 정책

월 결제 시, 기존 요금제의 사용 기간에 대해 일할 계산하여 차액을 환불 후 신규 요금제 금액 결제
이때, 요금제 사용 기간은 신규로 결제한 날짜로부터 1달

연 결제 시, 기존 요금제의 사용 기간에 대해 월할 계산하여 차액을 환불 후 신규 요금제 금액 결제
이때, 요금제 사용 기간은 신규로 결제한 날짜로부터 1년


정책들을 하나씩 세워나가고, 위 내용을 바탕으로 케이스를 정리하다 보니, 아래와 같이 시각화할 수 있었다.
카드, 가상계좌, 현금이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결제 및 업/다운그레이드 케이스 정리

정리할 때 이렇게까지 하는 게 효율적인 게 맞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굉장히 일손이 부족했던 백엔드 개발자 분이 런칭 이후에 좋은 피드백을 주셔서 굉장히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요금제 기획 시 고려해야 할 점 / 이슈

- PG사 변동 금액 결제 지원 이슈

프로 요금제 추가로, 스탠다드 ↔ 프로 요금제를 오가는 경우, 매달 결제 비용이 상이해질 수 있었다.

PG사에서 이렇게 금액이 달라지는 결제를 받아줄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잔디’의 경우, 요금제 개발 시 PG사에서 이에 대한 대응이 안되어 있어 PG사도 함께 개발하는 작업이 필요했었다고 한다.        

우리는 토스페이먼츠를 PG사로 사용하고 있었고, 문의한 결과 매월 결제 비용이 달라지는 부분도 문제없이 처리 가능하다는 답변을 확인하였다.


- 고객사들의 결제 방법 이슈

 대다수의 SaaS 구독 서비스들의 결제, 요금제 변경 프로세스에 결제수단을 필수로 등록시킨다.

 But, 우리는 대다수의 고객사가 카드 결제보다는 ‘현금 계좌이체’를 사용하여 비용 결제를 하고 있었다.

최초에는 업/다운그레이드를 고려하여 결제수단(카드)을 필수적으로 등록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당장 적용하기에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음을 공감대를 형성했다. 초기에는 프로 요금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여 수동으로 응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
우선 연 결제에 대해서는 수동 처리 방안을 잘 수립하여 운영하고, 빠르게 시스템을 만들자! → 카드 결제를 했을 때의 어드밴티지가 필요했기에, 카드를 통해 업/다운그레이드 시, 사용기간/환불금액 등이 한눈에 보이도록 최소한의 시스템을 구성했다.


- 회계 및 행정 처리 이슈

 요금제 업그레이드/다운그레이드 시, 기존 결제된 요금제의 잔여 요금 환불 처리 후 새 요금제 재결제 프로세스를 태우는 방향으로 기획을 준비했다.

하나의 상품에서 잦은 환불이 발생하게 될 경우, 브랜드 본사/마이프차 모두 회계/재무적인 처리에서 이슈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       

이 때문에 최초 업그레이드/다운그레이드를 막아놓고, 재빠르게 ‘크레딧’을 도입하여 크레딧을 바탕으로 한 업/다운그레이드를 지원하려고 계획했었다. 그러나 조금 더 확인해 본 결과 현재 수준에서의 업/다운그레이드 수가 많지 않을 것이고 그 정도의 환불처리는 회계 상으로도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하여 업/다운그레이드 오픈하여 런칭했다.


- 우리의 연간 결제는 사실 ‘구독’ 이 아닌 일회성 결제 시스템이었다!

월간 결제는 ‘구독형’이었으므로, 자연히 연간 결제 또한 ‘구독형’이라고 당연히 생각했으나, 실제 개발에 들어가며 확인한 결과 연간 결제는 구독형이 아닌 1 회형 결제였다.

이에 따라서 ‘카드’ 정보가 등록되어 있어 새롭게 결제수단을 입력할 필요 없이 바로 업/다운그레이드가 가능한 월간 결제와 달리, 연간 결제 시에는 여전히 업/다운그레이드 시 결제 수단을 입력해야 했다

시스템 구성 상의 큰 이슈는 아니었지만, ‘카드’를 등록함으로써 추후의 결제 및 업/다운그레이드 시 편의성에 대한 어드밴티지를 주려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됨.       

추후에 연간 (구독형)으로 개선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덧붙여, 실제 시스템을 확인하기 전까지 당연히 ~ 이렇겠지 라는 생각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개발 후


런칭까지의 과정을 통해 느낀 점

- 시스템 측면

결국 최초의 계획대로 정책을 수립 및 시스템을 구축하여 먼 길을 돌아왔다.

그러나 실제로 이슈가 예상되는 부분을 확인하지 않고 진행했더라면 추후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부분.

결국 돌아오긴 했지만 현재 시점에서 맞는 길로 왔다는 것에 의의를 둠.  


가장 큰 이슈는 마지막에 터진다.

위의 내용들을 고려하고, 중간중간 개발자들과 논의하며 시스템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QA 할 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슈들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이슈 중 대다수는 신규로 만든 요금제의 이슈가 아니라 기존 요금제부터 가지고 있던 이슈들이었다.

가장 난감한 문제들은 밑바닥까지 묵어있던 이슈들임을 다시 깨달았고, 이런 이슈들이 현재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넘어갈 경우, 추후에 중요한 계획을 진행할 때 어떤 형태로 터져 나올지 모른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요금제 테스트의 경우, 테스트 환경을 잘 갖추는 것이 너무너무 중요하다.

우리 요금제의 특성상 어드민을 통한 수동 결제가 많기 때문에, 어드민을 이용한 수동 결제/환불을 많이 테스트해야 했는데, 테스트 환경을 완벽하게 통일하고 진행한 게 아니었다.

이로 인해서 서로 다른 환경을 바라보고, 정상적인 프로세스라면 발생하지 않을 이슈들을 만들어내어 확인하기 위해 개발자들의 중요한 시간을 많이 소모했다.  


정말 잘 만들어진 SaaS의 문턱은 높다.

figma, notion, slack 등의 SaaS를 쓰며 우리의 눈높이는 높기 때문에 정말 잘 갖춰진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지만, 한 번에 가기에는 굉장히 높은 턱이 있었다.

레퍼런스를 조사하며 알게 된 건, 소규모/초기 SaaS의 경우,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었다.  



- 비즈니스 측면

다양한 형태의 테스트 및 협업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최초 브랜드 컨설팅 형태로 진행하며, 이 기능에 대한 니즈를 확인하기 위해 런칭 전 테스트 브랜드 5개를 구해, 무료로 기능을 제공하는 대신 그들의 실매출을 제공받고, 우리의 의도대로 제대로 동작하는지를 테스트해 봤는데,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 로직을  튜닝하며 오픈 시점에 서비스의 완성도를 조금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

테스트 브랜드들이 오픈 후에도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줘서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조금 더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  




런칭 후 프로 요금제 이용 현황

지난달 5월 기준으로 2자릿 수 이상의 본사가 이용 중이다.

3월 중순에 런칭한 시점을 생각하면, 우리의 생각보다는 더 빨리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물론 아직 충분한 매출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감이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스탠다드 요금제를 사용 중인 고객사가 전환할 것이라는 가설이 조금씩 틀리고 있다. 기존에는 유료 이용을 하지 않았던 고객들이 베이직 → 프로 요금제로 바로 전환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전에 없던 서비스가 무료 사용 고객의 유료 결제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체감하였다.


반면, 아직까지 서비스의 완성도가 낮고 이용하기까지의 허들이 있어 우리의 전처리 과정이 있어야 손을 타야 제대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음에 대한 불편함은 인식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실매출 데이터 업로드를 위한 기능 빠르게 개선 진행 중에 있으며, 계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시점 개선이 완료되었다.)


기존에는 서비스 내의 정책이나 기능이 잘 정리된 문서가 없었다. 문서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제부터라도 체계화하기 위해 매뉴얼을 문서화하기 시작하였다.




위 내용을 가지고 피기팟에서 약 1시간의 세션을 가졌는데, 다른 분들도 재밌게 들어주셔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세션 후 약 1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사이, 계획했던 것들이 잘 된 것도 있고 잘 안된 것도 있는 것 같다.


금방 내용을 정리해서 글을 올려보려고 했는데, 한참 지나니 또 내용이 흐릿해진 것 같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글을 쓰는 노력을 하고, 회고를 하며 나를 돌아봐야 할 텐데...

참 어려운 일 인것 같다.


계속해서 글을 쓰는 버릇을 들여야겠다며 다짐을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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