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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SMIN Oct 06. 2020

戰士? 錢士!

갑옷 뒤의 내 모습

얼마 전 진행하고 있는 일 때문에 천안시청에 들른 적이 있다. 일행이 도착하기 전이라 시청 홀에 앉아 잠시 기다리다 이중적 의미를 지닌 재미난 조형물을 발견하였다. 작품 하단에 붙어 있는 이름표에는 錢士라 적혀 있었다.

갑옷을 입고 있는 戰士.
그런데, 그 전사는 돈(錢)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바로 그렇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바로 그렇다.
세상을 상대로 싸우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든든한 보호막은 바로 ‘돈’ 아니겠는가?
어디 그뿐이겠는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소극적 행위에서부터 상대방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적극적 공격무기까지, 그 무엇이든 못할 것 없는 무소불위의 힘. 그것은 바로 세상 속 숭배의 대상, 신의 모습이었다. 갑옷 속에 숨어 자신의 본모습은 감춘 채, 살릴 수도 혹 죽일 수도 있는 생사여탈을 주관하는 얼굴 없는 신적 존재. 그것과 함께하면 가치도, 인격도 고귀해지는 마력의 원천. 세상의 것들을 싸우지 않고도 고분고분 잠재우고 길 들일 수 있는 최고의 책사.

그것을 벗었을 때 나와, 그것을 둘렀을 때의 나.

그 錢의 갑옷을 두르기 위해 내가 벌렸던 그 많은 싸움들이 과연 얼마나 정당하였던가! 錢의 갑옷이 튼튼해질수록 그 힘과 능력에 도취되어 더 튼튼하고 더 큰 것을 아쉬워하던 모습.

부끄럽고,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다.

가벼운 풍자 속에 숨어 있는 그 무서움.

나를 벗겨 안팎을 속속들이 들어 내, 백일하에 추하디 추한 본모습을 드러나게 하였다.  



2010년 6월 24일 , 위의 글은 오래전 작성하였다가   최근 파일들 속에서 발견한 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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