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별곡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SMIN May 11. 2023

나를 땅에 심어 주오

내가 이 땅에서의 삶을 다 하거든

그래서 이 세상을 땅을 통해 떠나야 하거든

그때는 나를 땅에 묻지 말고 심어 주오.


열매가 햇빛과 바람, 추위와 눈 비 맞으며

딱딱한 껍데기에 양분을 모으듯


나도 이 땅에 살며 말씀으로 묵상으로 고난으로

그분이 주신 육신이라는 껍데기에 양분을 모았으니

씨앗을 땅에 심듯 그렇게 심어 주오.


제일 먼저 땅의 기운을 비러 껍질을 녹이고

양분이 싹을 띄워 생명이 되도록 하는 것처럼

나의 육신도 그렇게 하늘에 새 생으로 자라 날 것이니


씨 뿌릴 때, 슬퍼하는 이 없듯이

기쁜 마음으로 나를 땅에 심어 주오.


좋은 씨앗, 조금 부족한 씨앗이 있을지언정

나쁜 씨앗 악한 씨앗이 없는 것처럼

나도 땅에 심어진다면 악하지는 않을 터이니


염려일랑 내려놓고,

농부가 소망으로 씨앗을 뿌리는 것처럼

그런 마음으로 나를 심어 주시오.


누가 누구를 위로하고자 함이 아니니

당연한 이치를 이야기하는 것뿐이니


만약 기도 하시려거든

조금 부족한 씨앗이지만

그곳에 좋은 결실이 있기를 빌어 주시오.


우리 다시 만납시다.


농부가 뿌린 씨앗이 결실로 보답하듯

그렇게 결실로 그곳에서 봅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 일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