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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유경 Jan 17. 2022

밤 인사, 행복한 결혼을 꿈꾸었지만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No.2 




밤 인사

 


이방인으로 왔다가

이방인으로 떠나네

5월은 꽃들이 피어 만발한 

내게 좋은 계절이었으니.

그녀는 사랑을 속삭였고,

어머니는 결혼까지 언급했건만,

이제 세상은 캄캄하고,

길은 눈으로 덮였도다.


나는 여행을 시작할 때를 

선택할 수 없네.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네.

이 어둠 속에서.

달빛이 나의 동무

내가 가는 길을 따르네.

나는 하얀 벌판에서

짐승의 발자국을 찾으리.


내가 여기 계속 머물러야 할 이유가 있을까?

누군가 나를 쫓아낼 때까지.

길 잃은 개는 주인집 앞에서

짖도록 내버려 두자!


사랑은 방황하기를 좋아하지

신이 그렇게 만들었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도록

내 사랑, 이제 안녕!


당신의 꿈을 방해하지 않으리, 

당신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리.

내 발걸음 소리를 듣지 않도록

살며시 살며시 문을 닫고!

떠날 때 문에다 적으리.

안녕, 잘 자 라고

그러면 당신은 보겠지.

내가 당신을 생각했다는 것을. 


                    -출처 :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이언 보스트리지 지음, 장호연 옮김, 바다출판사 



지난 글  ‘보리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종말’에 이어서 <겨울나그네> 두 번째 시간입니다. 


https://brunch.co.kr/@ohuk2011/33


24편의 연가곡 가운데 첫 번째 곡 ‘밤 인사’를 소개하는 이유는 24편 연가곡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연가곡 전편에 걸쳐 나그네가 왜 이렇게  방황하고 좌절하는지, 왜 이렇게 슬퍼하고 우울해하는지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에요. 

<겨울나그네> 시리즈를 몇 편 해보려 하는데  중 그 첫 번째로 5번 곡인 ‘보리수’를 먼저 소개드린 이유는 연가곡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이기 때문이죠. 


 ‘보리수’ 가사의 내용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 노래의 이미지와는 달리,  실연의 아픔으로 좌절한 나그네가 사랑의 종말과 함께 삶을 종말 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는 내용이었어요. 대체 나그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이 시간 소개드릴  <겨울나그네> 첫 번째 곡 ‘밤 인사’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지요. 



먼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 책의 저자 이언 보스트리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릴게요. 


이언 보스트리지는 세계 최고의 테너라는 수식어 만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습니다. 

그는 현존하는 최고의 독일 가곡 해석자죠. 

그의 이력은 매우 특별한데요.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학과 철학을 전공했어요.

유서 깊은 명문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는 막상 막하 양대 산맥이어서, 영국에서는 두 대학을 합쳐 옥스브리지라고 하는데요, 옥스퍼드는 인문대, 케임브리지는 이공계의 대명사죠. 보스트리지는 이 두 대학 모두에서 공부했고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그는 옥스퍼드에서 역사를 가르쳤어요. 그러다 당대 최고의 성악가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강력한 권유로 스물아홉인 1993년에 테너 가수로 늦깎이 데뷔합니다. 



 이 책은 2016년에 발간되었는데 가곡 겨울나그네를 100회 이상 공연했다고 되어 있어요. 그리고 풍부한 경험, 음악 지식, 학자로서의 견해를 바탕으로 이 책을 펴냈다고 하죠.  책 맨 뒤에 13페이지에 걸쳐 빼곡히 정리된 참고 문헌을 보면 그가 얼마나 슈베르트를 들이 팠는지 짐작이 돼요. 


그는 역사학도에서 성악가로 변신했는데,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두 분야가 이렇게 시너지를 내게 되다니 역시 인생은 스티브 잡스의 말대로 지금의 한 점이 알 수 없는 미래의 한 점과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이렇게 까지 학문적 분석을 한다는 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너무 공감이 가요. 단어 하나 숨소리 하나까지도 슈베르트 그대로를 살리고 싶은 그 마음이요. 피셔 디스카우, 피터 슈라이어 같은 전설적인 거장뿐만 아니라 겨울나그네를 부른 많은 성악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언 보스트리지의 겨울나그네를 최고로 꼽는 분들이 많은데 아마도 이런 깊이 있는 분석도 한몫을 하겠지요. 


'밤 인사'의 가사 내용으로 미뤄보면, 


가사의 주인공은 꽃피는 봄 이방인으로 그녀의 집에 왔다가 결국 눈 덮인 겨울 이방인으로 떠나게 되죠. 

그녀의 집에 머무는 동안에 사랑이 싹텄고, 

그 사랑은 어머니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정도로 진전되었어요. 

그는 잠시 그녀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정착하는 꿈을 꾸었어요.

그러나 그가 저항할 수 없는 어떤 이유에 의해  스스로 떠날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녀가 잠든 사이 살짝 떠나면서 

그녀의 행복과 안녕을 빌어줍니다. 


<겨울나그네 > 첫 번째 곡 '밤 인사'에서는 이렇게 나그네의 사연을 암시해주고, 두 번째 곡부터는 나그네가 실연의 아픔에 절망하고 좌절하고 우울해하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디테일한 스토리는 여러분 각자의 상상력이 풀어나가기를 기대해봅니다. 

이 내용은  유튜브 오유경 TV에서 오디오북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v14 Fs2 uP-so





책정보 https://shoppinghow.kakao.com/search/%EC%B1%85%20%EA%B2%A8%EC%9A%B8%EB%82%98%EA%B7%B8%EB%84%A4/&docid:G15553424643&srchhow:Cex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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