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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유경 Jan 09. 2022

보리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종말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No.1 


학창 시절  <보리수>를 불렀던 기억나세요? 

저는 음악시간에 반 전체가 합창했던 생각이 나요.


그런데 그때 불렀던  <보리수>는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 겨울나그네>> 의 다섯 번째 곡 <보리수>와  닮은 듯 많이 다르다는 거 알고 계셨어요? 

원곡에 담긴 깊은 슬픔, 좌절, 암울함은 간데없고 희망찬 새마을 노래 같은 느낌이랄까.. 

음악교과서에 실린 <보리수>는 독일 작곡가 프리드리히 질허(1789~1860)의 편곡 버전이었어요. 

슈베르트의 가곡을 부르기 쉽게 손질해서 대중적인 노래로 만들어 널리 불리게 되죠. 


<보리수>는  어떻게 독일인의 대표적인 민요가 되었을까요?. 



이언보스트리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 바다출판사 

이언 보스트리지가 쓴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전통적으로 커다란 보리수 아래서 마을의 대소사를 논하고, 마을 행정을 보고, 공동체 정의를 집행했다고 해요. 


보리수는 공동체의 상징이고 독일 다움의 상징이었던 거죠. 이러한 보리수의 상징성 때문에 예술적 맥락에서 벗어나서 흥겨운 합창 민요곡으로 발전하게 된 거고 슈베르트의 노래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곡이 된 거랍니다. 


슈베르트가 빌헬름 뮐러가 쓴 24편의 연작시 <겨울나그네>에 곡을 붙이던 당시에는  스스로 이 시의 분위기에 빠진 나머지 하도 우울해 보여서 친구들이 무슨 고민 있냐고 물어봤을 정도라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곡을 빌어 아주 깊고 깊은 슬픔에 빠져보면 어떨까요. 때로는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가 되려고 애쓰는 것보다 슬픈 감정에 푹 빠진 나그네가 되어 보는 것이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어요. 현대인은 눈물을 잃어가고 있다고 이어령 선생님이 말씀하셨죠. 눈물 흘릴 일이 없이 즐거운 일만 가득해서 일까요? 우리의 감정이 무디어지고 메마른 건 그만큼 삶에 지쳐있기 때문일 거예요. 우리 크게 슬퍼하고 한바탕 울고 새해를 시작해요. 눈물은 카타르시스예요. 

다행히 이 곡들은 짧은 편이어서 보통 2분에서 5분 사이입니다. 

겨울 나그네를 감상하면서 정말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외롭고 슬프고 좌절된 나를 만나보면 어떨까요?

한 해를 시작하는 분주한 때에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만들고 내면의 나를 만나보는 것이 그 누구의 위로보다 스스로를 치유하는 큰 힘이 될 거예요. 


이번부터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편을 4회에 걸쳐 연재하려고 해요. 

오늘은  브런치 독자들을 위해 <보리수> 가사를 낭송해 드릴게요.

이언 보스트리지가 부르는 곡의  감상은 아래 링크의 <오유경 TV>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낭송을 듣기 전에 여러분은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과 그 속에 덩그마니 홀로 서 있는 한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그 사람은 실연의 아픔으로 삶의 빛을 잃고 겨울 나라를 여행 중입니다.

한겨울 거센 바람에 모자가 날아갔는데 살아갈 의미를 잃은 나그네는 전혀 개의치 않아요. 

바스락바스락,  고향 마을의 보리수가 웬 지 나를 부르는 것 같아요.

독일에서 보리수나무는 아주 특별하죠. 

마치 우리 고향의 당산나무처럼 신령한 마을의 수호신이자 

사랑의 상징이기도 해요. …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는 보리수 아래에 자신을 묻어달라 했죠. 독일 문학에서 보리수는 죽음, 사랑과 연관이 있다고 해요. 
그 보리수가 나그네를 부릅니다. 영원한 안식을 찾으라고.. 


보리수 낭송, 오유경아나운서 



책정보 https://shoppinghow.kakao.com/search/%EC%B1%85%20%EA%B2%A8%EC%9A%B8%EB%82%98%EA%B7%B8%EB%84%A4/&docid:G15553424643&srchhow:Cex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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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경 TV : https://youtu.be/s8mPo4_yv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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