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멋있어질 수는 없는 걸까?
1986년에 개봉했던 탑건이 36년 만에 탑건-매버릭으로 성공적으로 돌아오며 큰 화제를 뿌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는 단연 61세 톰 크루즈의 외모였다. 여전히 매력을 발산하는 그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한편 36년 전 함께 영화에 출연했으나 이번에는 볼 수 없었던 발 킬머와 켈리 맥길리스의 근황 사진이 공개되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그들은 젊은 시절의 매력을 완전히 잃어 팬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어쩌면 이상한 쪽은 톰 크루즈일 것이다. 세월과 중력을 이겨낸 자기 관리의 끝판왕. 환갑을 넘긴 그는 젊은 시절과 비교해 손색없는 외모에 대가의 아우라까지 더해져 빛이 났다.
그의 외모는 외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배우로서 그의 프로페셔널 정신이라는 것을 알기에 사람들은 톰 크루즈에게 환호를 넘어 감동을 받는 것이다.
윤여정 배우가 2021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시상식에서 입었던 드레스를 기억할 것이다. 섹시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윤여정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려주는 심플한 블랙 드레스였다. 그 드레스는 주눅 들지 않고 오버하지도 않는 75세 여배우의 단단한 멘털을 그대로 표현해주었고 미국 보그가 선정한 아카데미 베스트 드레서에 이름을 올렸다. 그녀는 ‘나는 공주가 아니다’라며 온갖 의상 협찬을 거부했다고 전해진다. 그녀가 최신 명품 드레스를 입고 값비싼 장신구를 두르고 무대에 올랐다면 베스트 드레서 상을 받았을까? 단연코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 ‘노라노’ 선생을 처음 뵌 날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모교 언론인 신년모임에서 노라노 선생님의 특별 강연이 준비되어 있었다. 십여 명씩 둥근 테이블에 앉아 강연을 듣고 난 후 식사와 담소도 나누는 형식이었다. 신문기자 아나운서 방송기자 잡지 기자 피디 등 다양한 언론계 종사자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입구 쪽에서 굉장히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키가 크고 날씬한 여성이 들어오는 거다. 꽤 먼 거리에서도 그녀의 블랙 롱 원피스와 볼드한 금색 팔찌와 장신구, 꼿꼿한 걸음걸이가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었다. 저렇게 개성 넘치는 스타일은 아나운서는 아니고, 기자나 피디는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 패션지 편집장도 저렇게 화려한 분은 못 봤는데. 마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메릴 스트립이 걸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실내가 웅성웅성하더니 어느 테이블에서 ‘노라노 선생님이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저분이 노라노 선생님? 50대 정도로 되어 보이는 저분이 심지어 75세 노라노 선생님이라고? 그때 알았다. 자세와 걸음걸이에서 나이를 느낀다는 것을. 그녀의 자세는 꼿꼿하고 걸음걸이는 우아하고 당당했다. 그날 이후 노라노 선생님과 친분이 생겨 몇 번 따로 뵐 기회가 생겼다. 광채가 나던 그 블랙 롱 원피스와 골드 장신구들은 노라노 선생님이 평소 즐겨 입는 트레이드 마크 같은 의상 스타일로 꽤 오래된 옷이었다.
톰 크루즈, 윤여정, 노라노 이들의 공통점은 내면과 외면의 조화를 통해 드러나는 멋진 외모이다. 젊은 시절의 외모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에 좌우되지만 나이 들면 외모도 평준화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듯이 나이 들어 갖게 되는 외모는 나의 노력의 결과이다. 그래서 노력의 방향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멋지게 나이들 수 있을까 어른의 멋 내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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