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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유경 Feb 24. 2019

최상의 차를 위한 물 끓이기

<차경茶經>을 읽고 건네고 싶은 이야기 1.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 효재 선생님은 '음식은 온도야'라고 말해줬어요.

살얼음이 살짝 얼었을 때 먹었던 성게알, 차갑게 마셨던 솔송주, 불판 위에서 한 덩이씩 구워가며 먹었던 따끈한 등심 쇠고기.. 음식마다 최상의 맛을 내는 온도를 잘 지켜서 먹는 것이 맛에 차이를 내는 비결이라고요. 


차茶 역시 물의 온도가 중요합니다.

차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물의 온도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그 맛이 좌우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차경茶經>에는 단지 찻물의 온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찻물을 얼마나 어떻게 끓여야 하는지 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는 것은 자연의 진리이지만 '끓는다'라고 다 똑같은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죠. <차경茶經>의 저자 육우는 이를  관찰하여 3단계인 3비三沸로 나누었습니다. 


먼저 일비一沸는 어목魚目처럼 기포가 올라오고 가느다랗게 끓는 소리를 낼 때를 말합니다. 어목은 '물고기의 눈'을 말하는데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무렵  아주 작은 물방울이 올라오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두 번째 이비二沸는 물방울이 구슬처럼 이어져 올라오면서 용솟음친다 하여 용천연주湧泉連珠라 하였습니다. 세 번째 단계인 삼비三沸에 이르면 물이 북을 두드리듯 부글부글 끓는다 하여 동파고랑㲇波鼓浪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삼비三沸를 지나 계속 끓으면 물이 늙어버려 제 맛을 잃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현대의 과학적 상식으로 설명하면 물의 맛을 신선하고 상쾌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그 속에 녹아 있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인데 오래 끓이다 보면 기포로 날아가 버려 밋밋하고 김 빠진 맛을 내게 되는 것이죠.  이것을  <차경茶經>에서 '물이 늙었다'라고 한 것입니다. 


제가 얼마나 어리석은 시행착오를 겪었냐 하면요, 차가 좋아질수록 차를 만드는 과정에 정성을 들인답시고  찻물을 준비할 때 보약처럼 푹푹 달여왔던 겁니다. 이래서 모든 일에 공부가 필요한 가 봅니다. 

<차경茶經>을 읽으며 아차 싶더라고요.  요즘에는  물에 기포가 올라오는 모양을 보며 다기를 데우고 찻잎에 알맞은 물의 온도를 선택해 차를 우려냅니다. 혀끝으로 느끼는 차의 감칠맛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한 가지 더 팁을 드리자면 차는 물을 끓여가며 여러 잔을 마시게 되는데 물을 재탕 삼탕 끓일 때는 계속 새로운 물을 부어가며 끓입니다. 그래야 물맛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어요. 


차를 마시면서 저는 스스로 두 가지를  항상 생각합니다. 

평소 형식을 갖추는 것과 형식에 얽매이는 것은 다른 일이라 생각하고 있거든요. 형식을 갖추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본디 의미를 잊고 형식만 남게 될 때는 형식에 얽매이게 되는 것이죠. 차를 마시는 일도 마찬가지입다.  마실 수록 점점 빠지게 되긴 하지만 '다도의 세계'에 깊이 입문할 의도는 없어요.  자칫 형식에 얽매여 스스로를 구속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저 취미이자 취향으로 자유롭게 즐기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 매우 주의하고 있는 점은 차를 마실수록 커지는 욕심입니다.  중국에서는 '차에 빠지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치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찻잎의 가격은 물론 다기의 가격도 상상을 초월하지요.

육우가 강조한 차의 기본정신에 '검소함'이 있습니다. 욕심을 따라가다 보면 차를 마시면서 함께 얻게 되는 정신적인 건강함을 잃게 되고 또 다른 욕심에 빠져 안분지족安分知足의 행복을 놓치게 되고 맙니다. 


그러니 차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값비싼 투자보다는 물 끓이는 방법부터 제대로 익혀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차경茶經> 이야기 계속 이어집니다. 









KBS 아나운서 오유경

전 KBSKWAVE편집인/ KBSAV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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