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eyee Feb 10. 2019

비틀즈의 글

노랫말로 느끼는 비틀즈

비틀즈는 내가 사랑하는 음악의 중추신경에 속한다   1960년을 시작으로 1970년에 막을 내린 이 리버풀 출신 보이밴드의 음악은 나의 20, 30, 40대를 관통하는 중심이었고 50대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나의 감성을 흔들어 깨운다.  비틀즈의 작품들은 밴드 멤버들 각자가 그들의 20대에 쏟아부을 수 있는 최대 열정의 산물이었다.   물론 그들을 일약 세계 최고의 밴드로 만든 배경에는 일류 프로듀서와 프로모터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노래들은 멤버 네 명의 예리한 감성과 음악성이 창조해낸 위대한 산물 임을 부인할 수 없다.  흔히들 음악 좀 한다는 사람들끼리 처음 만나 얘기할 때 “당신은 비틀즈파? 롤링스톤즈파?” 라는 다소 괴상한 대화를 할 때가 있다.   마치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를 나누듯 록 음악을 듣는 취향을 나타내는 잣대로 쓰이는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해선 난 아무 망설임 없이 비틀즈를 선택한다.    물론 롤링스톤즈는 지금 현존하는 밴드 중 최고라는 점은 나도 인정하고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고는 있지만 감히(?)  비틀즈와 같은 대열에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얘기가 더 진전되어 "존 레넌이 좋아? 폴 매카트니가 좋아?”로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좀 복잡해진다.   돌이켜 보면 폴의 멜로디 감성에 소름 돋던 시절도 있었고 죤의 반항정신이 내 젊음의 그것과 맞물려 그를 최고의 영웅으로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죤과 폴 사이에서 열등감을 느끼며 노력했을 조지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며 그가 만든 노래만을 골라 듣던 때도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착실하게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는 링고가 역시 최고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해 지금의 난 둘 다, 아니 거기에 조지와 링고도 끼워 네 명 다 공평하게 좋다.   아마도 50대에 접어든 내가 20대였던 그들 각자의 개성과 감성을 이해하는 폭이 유연해졌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 일 것이다.나의 비틀즈 사랑은 음악을 듣기만 하다가 직접 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가게에서 개최하는 오픈 마이크 행사는 물론이고 각종 이벤트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상황에서 비틀즈 노래들을 커버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YESTERDAY 나 HEY JUDE 같은 메가 히트송 이 아니더라도 비틀즈의 멜로디는 어떤 곡이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옛 향수를 자극한다.   비틀즈의 곡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멜로디가 중심이 되고 그 멜로디를 지탱하는 화성과 연주가 뒤따르기에 노래 하나하나가 가지는 중독성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남다르다.   10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에 발표한 곡들은 수없이 많아서 난 아직도 새롭게 연주해보고 싶은 노래들을 찾아 그들의 앨범을 뒤진다.   그들의 음악을 교과서처럼 듣고 따라 하면서도 막상 비틀즈의 노랫말들을 깊이 생각해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 들어서이다.   비틀즈를 처음 접하던 20대 시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멜로디와 연주를 수없이 듣고 흥얼거려 왔기에 이제는 어떤 노래던 단 몇 초만 들어도 무슨 앨범의 무슨 곡인지 정도는 알아맞히는 경지에까지 왔다.   그들의 가사 역시 멜로디에 맞추어 대충 흥얼거릴 수는 있지만 사실 한 번도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물론 단순하고 직설적인 가사도 많고 그저 멜로디에 끼워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라임을 맞추어 쓴 말장난도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곡들도 많다는 생각을 했다.    따지고 보면 노랫말 역시도 전부 그들의 20대 때 쓰인 것들 일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인생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심오한 표현을 하였다 하더라도 고작 20여 년을 살아낸 젊은이들의 이야기 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예술이 그렇듯 작품의 평가는 보고 듣는 사람의 몫이다.   같은 노래를 같은 사람이 들어도 듣는 순간의 감정이 어떻게 이입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이 올 때도 있다.   오늘은 내가 최고로 꼽는 비틀즈의 명곡을 더욱 빛나게 만든 멋진 가사 세곡만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Across the Universe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곡은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 Let It Be에 수록되어 발표되었다.   존 레넌이 만든 이 곡은 그들이 더 이상 함께 밴드를 지탱해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상징성 때문에 여러 가지 해석과 뒷얘기가 함께 했다.


끝없이 내리는 비처럼 언어들은 흘러 종이컵 속으로 들어가고

그 말들이 지나는 동안 스르르 미끄러져

저 우주를 지나 어느덧 사라져 버리지

한 움큼의 슬픔과 기쁨의 물결이 날 사로잡고 어루만지며

내 열린 마음을 떠돌고 있네

선지자여! 진정한 깨달음을 주소서

아무것도 나의 세상을 바꿀 순 없어요

갈라진 빛들의 형상은 백만 개의 눈처럼 내 앞에서 춤을 추고

우주를 건너 계속해서 나를 부른다

생각들은 우편함 속에 부는 바람처럼 흩날리고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 듯 우주를 건너 굴러 다니네

선지자여! 진정한 깨달음을 주소서

아무것도 나의 세상을 바꿀 순 없어요

웃음소리와 이 지구의 형상이 내 귀를 통해 울리고

나를 자극하고 나를 초대한다

백만 개의 태양처럼 나를 둘러싼 끝없이 영원한 사랑

그것은 끊임없이 우주를 건너 나를 부르네

선지자여! 진정한 깨달음을 주소서

아무것도 나의 세상을 바꿀 순 없어요

 

처음 노랫말을 접하고 내게 든 생각은 이 가사를 굳이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더라도 낱말과 문장이 주는 어감이 참 멋있다 였다.   그리고 무언지 모를 마음의 갈등과 불안정이 자신을 둘러싼 이 우주 속에 아득하게 퍼져있는 상황에서 그 어떤 전지전능한 존재에 기대어 해답을 찾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후렴구에서 반복되는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출되는 확고한 의지일 것이다.   물론 이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은 우주와도 철학과도 그다지 관련이 없다고 한다.   존 레넌의 부인이었던 신시아가 어느 날 늘어놓은 끝없는 잔소리를 듣다가 ‘그 언어들이 마치 끝없이 내리는 비처럼 흘러 종이컵 속으로 들어간다’는 문구가 떠올랐고 그 문장을 이어 떠오른 글귀들을 그 자리에서 써 내려 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당시 존 레넌의 오노 요꼬와 관계를 비판해 오던 밴드 멤버들에게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는 뜻으로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를 썼다는 해석이다.노래의 배경이야 어떻든 그 노래가 내게 다가왔을 때는 내 느낌으로 변하게 된다.   나에게도 역시 무언가에 힘이 부쳐 어쩔 수 없는 좌절을 맛보거나 세상의 상식들과 대면하여 고독의 웅덩이 속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를 환기시키고 전의를 다지듯 이 말을 되뇐다.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

 

2)          For No One

비틀즈의 앨범들은 적어도 내게는 어느 하나 흠잡을만한 작품이 없다.   그중에도 그들의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Revolver에는 폴 매카트니의 대작들이 여러 곡 포함되어 있다.    그중 Eleanor Rigby 가 가장 유명하지만 내가 이 앨범을 처음 접하며 바로 빠져든 노래가 For No One이라는 곡이다.   이 곡은 링고가 퍼커션으로 참가는 하지만 거의 모든 녹음을 폴 매카트니가 혼자서 작업한 것으로 알려진다.   바로크 시대의 키보드인 클라비코드를 사용하여 고전적인 향기를 내고 중간에 프렌치 호른의 솔로가 완벽하게 가미된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곡이다.   Across the Universe 가 존 레넌과 신시아의 논쟁에서 시작되었다면 For No One 은 폴 매카트니와 그 당시 여자친구였던 제인과의 논쟁이 테마였다고 한다.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곡인 만큼 나만의 비틀즈 명곡으로 내 프레이 리스트에 보관해 오면서도 사실 노래의 가사에 대해선 의미를 곱씹어 보진 못했었다.   작년 이맘때쯤 우연한 기회에 이 곡을 연주할 기회가 생겨 처음으로 노랫말을 음미해 보게 되었고 멜로디에서 받은 감동 이상의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노래를 듣는 사람을 You로 칭하는 것이 각자의 사랑에 대한 느낌과 기억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당신의 하루가 무너지고 당신의 마음은 아픕니다.

다정한 그녀의 말들이 계속되길 바라지만

그녀는 더 이상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녀는 일어나서 화장을 하고 서두르지 않고 그럴 필요도 못 느껴요

더 이상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녀의 눈동자에선 아무것도 찾을 수 없고

그 눈물의 뒤에는 사랑의 흔적은 없어요

누굴 위해서도 아닌 울음 … 몇 년은 계속되었어야 했을 사랑 …

당신은 그녀를 원하고 필요로 해요   

그리고 사랑이 죽었다는 그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죠

그녀에겐 당신이 필요하다고 당신은 착각해요

당신은 집에 남고 그녀는 떠나요    그녀가 얘기하죠오래전

내가 알던 남자는 이제 없다고… 이제 그 남자는 필요 없다고…

당신의 하루가 무너지고  당신의 마음은 아픕니다.

그녀가 했던 말들이 당신의 머릿속을 채울 때가 올 거예요

당신은 결코 그녀를 잊을 수 없겠죠

 

슬프고 아름다운 가사가 담담한 바로크식 멜로디에 실리는 이 곡은 존 레넌이 가장 좋아하는 폴 매카트니의 노래로도 알려져 있다.

 

3)          Strawberry Fields Forever

비틀즈의 노래 중에서 어떤 곡을 제일 좋아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우선 떠오르는 곡이 이 노래이다.   가사를 논하기 전에 사운드 면에서 비틀즈가 만들어낸 가장 성공적인 합주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Strawberry Fields Forever는 사이키델릭 록의 전형을 보여주는 존 레넌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멜로트론의 둔탁한 사운드로 시작하여 강렬한 기타와 드럼으로 연주되는 이 곡은 물론 순전히 나의 주관적 취향이지만 지금까지 수백 번 수천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Penny Lane 이 폴 매카트니의 어린 시적 추억을 담았다면 스트로베리 필드는 존 레넌의 그것이다.    구세군 아동 보육원의 이름이었다는 스트로베리 필드는 어린 시절 리버풀에 있는 이모집에 살던 존 레넌이 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놀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문을 닫았고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는 스트로베리 필드의 이름을 딴 존 레넌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노랫말을 얘기하자면 이 스트로베리 필드를 모티브로 만든 가사이기는 하나 무척 난해하다.   존 레넌의 철학과  복잡한 세계관이 담겨 있는데 노래 속의 스트로베리 필드는 현실이 없는 곳이다.   그저 어린 존 레넌의 기억에 남은 상상의 공간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살아가는 세상 역시 사실은 현실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예술가적 갈등이 이 노래에 실려있다.

 

당신을 데리고 가죠 … 난 스트로베리 필드로 갈 거니까요

그곳엔 현실도 마음에 걸리는 것도 없어요

스트로베리 필드여 영원하라

눈을 감으면 사는 건 쉬워요… 당신이 보는 모든 오해 말이에요

누군가가 되는 것은 어렵지만  내겐 그리 큰 문제도 아니에요

아무도 내 나무에 없어요 … 그건 천재 아니면 바보를 뜻해요

당신은 주파수를 못 맞추겠지만 그건 상관없어요

항상 그게 나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꿈이라는 걸 알아요

내 생각엔 난 예스의 의미를 알지만 그건 잘못됐어요

내 생각엔 그것엔 동의하지 않아요

 

이 곡은 존 레넌이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망설이고 있고 듣는 사람들도 의미를 추적하다가 중간에서 망설이게 되는 노래이다.   몽환적인 가사가 몽환적인 멜로디를 타고 몽환적인 사운드로 내 귀에 전달된다.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그 가사의 실제 의미를 머리로 따지기 전에 가슴에 먼저 파고들듯 어딘가에서 스트로베리 필드가 흘러나오면 자동반사 적으로 마음이 먹먹해지고 숙연해진다.

 

Let me take you down, cause I’m going to Strawberry fields …

 

이전 13화 아니 벌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